"해고노동자 아이들 책에 사인해 줄 말조차 없었어요"
[현장] 대한문 앞 분향소 시민상주단으로 분향객 맞은 '더 작가'
▲ 해고는 살인이다.학살을 멈춰라! 대통령이 책임져라! ⓒ 이명옥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에서는 사회원로·정치·사회·문화·예술·법조계·학생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시민상주로 분향객을 맞이하고 있다. 4일은 '더 작가'(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 작가 모임, 이하 '더 작가')의 박효미·김하은(동화작가)·이현·공진아·김해원·정해왕·최덕규(그림책 작가)씨가 시민상주로 분향객을 맞았다.
▲ 더 작가 회원들어린이 책 작가들인 더 작가 회원들이 시민상주를 하고 있다. ⓒ 이명옥
"더 작가 회원들은 평택에서 어린이들과 여러 가지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와락'에서 책읽기와 만들기 등의 행사를 함께 하고 있어요.
제가 22번째 희생자 소식을 들은 건 남쪽에서 꽃구경을 하던 때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면서도 참 불편한 마음입니다. 저희가 오늘 상주를 맡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자격이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22분이 돌아가시는 동안 진심으로 그들의 마음이나 또 어떤 처지에 있었는지를 헤아려봤나 이번에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저희가 지난해에 희망버스 행사를 할 때 부산에 내려가서 해고노동자들 가정에 책을 보내는 행사를 했습니다. 그때 쌍용노동자들 아이들한테도 책을 보냈는데 가슴 아팠던 것은 엄마 아버지가 없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이 많았던 거예요. 저희가 책에 사인을 하는데 뭐라고 쓸 말이 없는 거예요. 그 아이들한테 희망을 이야기해 줄 수 도 없고, '이 책 엄마와 재미있게 읽어' 이렇게 써 줄 수도 없고... 그런데 우리 사회가 그들을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다는 거죠.
해고는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삶을 송두리째 뿌리째 뽑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이 사회가 모르고 있습니다. 그것이 참 가슴이 아프고요. 우리가 흔히 가정을 지키자 그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이 싸움은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싸움이 아니라 이 싸움이야말로 가정을 지키는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싸움인 것 같습니다.
더 작가는 앞으로도 쌍용차와 함께 싸움을 계속 할 것이고요. 그리고 저희가 와락에 가서 행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특별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요. 나눠드린 노란 종이쪽지에 아이들에게 전하고픈 희망의 메시지를 적어주시면 아이들과 행사할 때 쓰겠습니다."
"해고는 삶을 송두리째 뽑는 것... 우리 아이들 지키는 싸움"
▲ 4일 문화제문화제에 참석한 시민 ⓒ 이명옥
'더 작가'는 동화와 그림책 작가들의 모임이다. 어린이들에게 좋은 동화책과 더불어 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더 작가' 회원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한다. 용산참사 현장에 함께 했고. 희망버스 행사에서는 1000여 권의 책을 해고노동자 자녀들에게 보내는 행사를 진행했다.
'더 작가'의 작품집인 <박순미 미용실>(한겨레 아이들 펴냄) 인세를 평화박물관에 기부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정신을 지닌 작가들이다. 현재는 심리치유센터 '와락' 행사 때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더 작가' 회원들은 여러 가지 희망의 말이 담긴 배지를 만들어 분향을 온 시민들이 가져 갈 수 있도록 했다.
▲ 희망의 말이 담긴 배지더 많은 시민들에게 쌍용차를 알리고 싶어 만든 배지 ⓒ 이명옥
"100개 정도 만드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더군요 하지만 분향오신 분들이 배지를 보면서 한 번 더 분향소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들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문화제에 참석중인 시민들비없세 김소연 씨 사회로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이명옥
1일 상주를 담당했던 고등학생은 "주말에 분향소를 들리지 못했더니 마음이 불편하더라, 개교 기념일이어서 다시 분향소를 찾으니 마음이 편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더 밥'이라는 단체는 쌍용차 희생자 소식을 듣고 한 끼 밥값을 모아 비정규직이나 해고노동자를 후원하려 만든 직장인 모임이다. 이들은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되고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원직복직 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상주단은 단체나 개인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시민상주단은 이런 일을 해요 |
시민상주단은 쌍용차 문제가 쌍용차 해고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닌 전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함께 분향소를 지키고 사회적으로 더 널리 알리는 일을 합니다. [시민상주단이 하는 일] - 분향소에서 상복을 입고 일반 분향 참배객을 맞이한다. - 상주단 참여 시간 중 점심시간에 시내 주요 장소에서 일인 시위를 진행한다. - 분향소를 지키며 일어나는 일들을 SNS 등을 통해 널리 알린다. - 매일 저녁 7시 진행하는 추모문화제에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알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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