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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그 승부 조작 시도로 한국 선수들, 실형 선고 받아

현지 검찰 한국 범죄 조직의 싱가포르 프로축구 승부 조작 연루에 관심

등록|2012.05.06 12:08 수정|2012.05.10 19:51
싱가포르 최상위 프로축구 리그인 S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한국인 선수 두 명이 승부 조작 행위와 관련해 영구 제명되고,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아 현지 축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이들이 한국의 범죄 조직과 연루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승부 조작 배후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게이랑 유나이티드에서 올 초까지 나란히 공격수로 활약하던 김○○(27·전 대구FC) 선수와 전○○(24) 선수는 법정에서 승부 조작 시도 혐의를 인정하고 지난 4일(금) 각각 징역 10개월과 5개월을 현지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았다.

두 선수는 S리그의 유일한 한인 선수팀인 슈퍼레즈에서 함께 활약하다가 2009년 재정난으로 팀이 해체되자 게이랑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김씨는 숭실대를 졸업하고 K리그에서 활약하다 2007년 시즌 종료 후 재계약에 실패하자 S리그로 건너왔으며, 소속팀에서 뛰어난 친화력과 함께 빼어난 활약으로 큰 기대를 받기도 했다. 전씨는 슈퍼레즈에서 활약하던 당시 성실한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2008년 S리그 MVP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올 2월, 방출된 후 승부 조작 조직과 연결된 것으로 보여

그러나 이들은 올 2월 소속 팀으로부터 방출된 후 승부 조작 조직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현지 검찰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 현지 브로커가 지난 목요일에 벌어진 말레이시아 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게이랑 유나이티드의 골키퍼와 접촉했으며, 해당 선수와 함께 뛰었던 김씨는 국내에서 범죄 조직의 치밀한 사전 지시를 받고 싱가포르에 재입국했다.

그 후 김씨는 후배인 전씨를 호텔로 불러 계획을 설명하고 평소 잘 알던 팀의 미드필더와 접촉할 것을 지시했다. 골키퍼에게는 선불로 4000싱가포르 달러(한화로 약 370만 원)와 승부 조작이 성사되면 2000달러를 더 주는 조건을 제시했고, 한국인으로 알려진 미드필더에게는 골을 넣지 않는 조건으로 3000달러를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선금을 받은 골키퍼가 승부 조작 모의를 경기 하루 전날 팀에 알리면서 이들의 범행은 수포로 돌아갔다. 순순히 혐의를 인정한 이들은 사건이 발각되고, 단 이틀 만에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김씨에게 자금을 조달하고 승부 조작을 지시한 범죄 조직의 정체에 관해서는 국내 수사 기관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조사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검찰은 국내 범죄 조직이 싱가포르 프로축구까지 진출한 것으로 보고 우려를 표했다. 사건을 담당한 데니스 탄 검사는 "해외 범죄 조직이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활약하려고 한다"면서 이와 관련된 자들을 엄벌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승부 조작 행위가 발각된 것만 이번으로 아홉 번째인 S리그는 지난 1996년 출범한 후 승부 조작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으나 한국 선수들이 관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현지에 점점 늘어나고 있는 한인 축구 지도자들과 선수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싱가포르 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를 비롯해 한국 측에도 이 사실을 통보하고 두 선수가 S리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일절 활동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싱가포르 축구협회는 승부 조작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시즌 시작 전 의무 교육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수들과 스태프를 대상으로 일 년에 적어도 12차례나 무작위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 축구협회는 공식 성명을 통해서 한국 선수들이 가담한 승부 조작을 사전에 방지한 것은 제보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하고, S리그의 위상 제고를 위해서 계속 엄격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실형을 선고 받은 두 선수는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추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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