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옆동네 아이를 빌려서라도... 선학마을의 악전고투

공주시 신풍면 선학마을 '지게놀이'를 찾아서

등록|2012.05.07 16:12 수정|2012.05.08 14:36

지게놀이선학리 마을마당에서 펼쳐지는 지게놀이 한마당 ⓒ 임재만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해 충남 공주시 신풍면 선학리 마을에서 지게놀이 시연회가 펼쳐졌다.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37호로 지정된 선학마을의 '지게놀이'는 선학리 마을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마을의 축제 행사다.

부안 임씨 집성촌이기도 한 선학 마을은 팔봉산, 밧구봉, 선바위, 갈뫼봉 등의 산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자연 부락인 학동(鶴洞), 중뜸, 요골, 오선대뜸, 갱변뜸, 음달뜸 등이 마을 속을 흐르는 실개천을 중심으로 나누어져 있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큰 미루나무가 서 있는 개울을 따라 시골길로 들어섰다. 두 대의 차량이 교행하기 어려운 마을 입구에 삼백 년이 훨씬 넘은 느티나무가 서서 오는 이를 반갑게 맞이한다. 느티나무 아래로는 실개천이 흐르고 그 위로 느티나무 그늘이 드리운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에 의자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여름에 마을사람들이 모여 휴식하는 정자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흰 옷으로 모두 갈아입고 행사 준비에 한창이다. 곧이어 식전행사로 풍물놀이가 시작된다. 고요하던 선학마을에 흥겨운 장단이 울려퍼진다. 사람들이 하나 둘 마당으로 모여 들자, 오월의 신록이 그림같이 펼쳐진 마을회관 마당에서 흥겨운 '지게놀이' 한판이 벌어진다. 산에서 나무 짐을 지고 내려오다 벌이는 작대기 싸움에서부터 지게로 상여를 만들어 만가를 부르는 상여놀이 등 여러 가지 흥미롭고 재미있는 '지게놀이'가 펼쳐졌다.

작대기 싸움작대기 싸움을 한판하고 진사람이 이긴 사람집으로 나무짐을 지고가는 모습 ⓒ 임재만


지게놀이마을사람들이 세워놓은 지게발을 흥겹게 건너고 있다 ⓒ 임재만


'지게놀이'는 임진왜란 당시부터 전승되어온 것으로 작대기 걸음마와 작대기 고누기, 지게 힘자랑은 물론 지게상여, 지게풍장, 지게 발 걷기, 지게지네발걷기, 지게꽃나비, 지게 작대기 장단, 지게 호미 끌기 놀이 등이 있다.

각각의 놀이에는 산간 서민들의 애환을 진솔하게 담은 만가, 나무꾼 타령, 논매는 소리 등이 함께 전승되어 오고 있으며, 10여 년 전부터는 매년 4월경 한 자리에 모여 흥겨운 노래와 춤으로 '지게놀이'를 즐기고 있다.

예전에는 운반수단이 주로 지게였기 때문에 지게는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필수품이자 친구처럼 늘 마음을 함께 해주는 놀이기구였다. 특히 산촌은 생계를 지게에 많이 의존했던 이유로 사람들은 지게를 제 몸처럼 가까이 지냈다. 작대기로 지게를 두드리며 그 장단에 어깨춤을 추는 모양이 제법 흥이 묻어 있다. '자잘자잘' 나무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사람들이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소리처럼 정겹기만 하다.

'지게상여' 행렬이 마당으로 나온다. 앞소리꾼의 구성진 만가가 이어진다. 마치 옛날 상여소리를 듣는 듯 구성지고 애달프다. 옛날 조상들의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 전해주는 것 같다. 만가가 끝나자 주민과 함께 하는 신명나는 풍물이 이어진다. 아이들은 지게 가마를 타고 "얼씨구~ " 덩실덩실 춤을 춘다.

산촌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팍팍했겠는가! 자고 새면 매일같이 무거운 지게를 지고 산 고개를 넘나들어야 하는 고단한 삶이!  사람들은 삶이 고단할 때마다 이렇게 흥겨운 지게 장단을 치며 힘든 마음을 달래지 않았을까 한다. 실 고을 작은 선학마을에서 펼쳐진 '지게놀이',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운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조그만 산촌 마을의 문화행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선학 '지게놀이'에는 소리꾼, 지게꾼 등 50여 명의 마을주민 대부분이 참여한다. 최근 선학리 마을도 젊은 사람들이 줄면서 전승 기반이 흔들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시연회에도 마을에 어린아이들이 없어 다른 마을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시연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을 어르신들의 표정이 어둡다.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고령인 관계로 '지게놀이' 전승은 물론 시연조차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출산율이 이 작은 산골마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충청남도무형문화제로 지정된 전통 '선학리 지게놀이'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놀이로 더욱 계승 발전될 수 있도록 다 같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 생각된다.

선학마을 사람들'지게놀이' 시연회를 펼친 선학리 마을 사람들 ⓒ 임재만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