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나무의 땅 속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어린 싹 '죽순'입니다. 봄비를 맞은 뒤 쑥쑥 자라납니다. ⓒ 김희숙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는 겨울을 버텨내느라 힘겨웠던 체력을 회복이라도 하려는 듯 나무의 어린순이나 새싹을 따서 나물로 즐기게 됩니다.
이맘때쯤 즐겨먹는 나물로는 취나물, 두릅 등등 다양하겠지만 이 나물들처럼 파릇파릇 하지도 쌉싸래한 맛도 아닌 제철나물이 있습니다. 바로 죽순입니다. 죽순은 대나무의 땅속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어린 싹을 말합니다. '우후죽순'이라는 말처럼 봄비를 맞은 뒤 쑥쑥 자라납니다. 죽순은 보통 3월말이나 4월 초에 나는데, 보통 20~30일 동안만 채취가 가능해 시기를 잘 맞춰야 합니다. 이후에 채취한 죽순은 섬유질이 너무 질겨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네요. 특히 이번 봄엔 비가 잦아 죽순이 더욱 빨리 자라는 것 같습니다.
지난 5일, 가족과 함께 죽순을 채취하러 거제도 하청면의 한 대나무 밭을 찾았습니다. 거제도는 원래 제 고향이지만 이렇게 죽순이 많이 나는 곳인지는 작년에야 알게 되었지요. 지난해 우연히 죽순을 채취해 먹어보고 나서는 일년내내 이 봄날을 기다렸습니다. 평소 대나무 밭은 제게 별로 좋지 않은 기억(귀신, 지네) 등으로 싫어했지만 죽순의 맛을 보고는 장화와 긴 옷으로 무장을 하고 죽순 따기에 나섭니다.
▲ 제법 큰 죽순이 뿌리까지 아주 잘 뽑혔습니다. 죽순은 껍질째 세로로 칼집을 내면 쉽게 벗겨집니다. ⓒ 김희숙
죽순은 90% 이상이 수분으로,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특히 죽순의 섬유질은 장운동을 도와 변비를 예방하고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고 하네요. 또 식품을 통해서만 공급될 수 있는 필수 불포화 지방산이 많다고 합니다. 이밖에 마음을 안정시키는 성분도 함유하고 있어 학생이나 정신노동자들에게 이롭다고도 합니다.
▲ 좋은 죽순은 잔털이 길지 않고 통통하며 검은 고동색을 띠어야 합니다. 요 죽순들은 술담그기용입니다. ⓒ 김희숙
이렇게 좋은 죽순은 다양하게 요리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우선 생 죽순은 겉껍질이 붙은 채, 또는 벗겨낸 후 쌀뜨물이나 그냥 물에 30~40분 가량 삶아서 그 물에 그대로 식을 때 까지 담가둡니다. 이렇게 해야 죽순의 아린 맛을 제거 할 수 있거든요. 보통 죽순을 삶아 내고 나서 바로 해 먹을 때는 진한 쌀뜨물에 담가둬야 합니다. 그것은 좋지 않은 성분의 하나인 수산이 잘 녹아나오게 하고 죽순의 산화를 억제하며 쌀겨 안에 들어 있는 효소가 죽순을 부드럽게 하기 때문입니다.
죽순은 쉽게 상하기 때문에 냉장보관하는 것이 좋고 되도록 빨리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죽순 특유의 맛을 두고두고 즐기시려면 삶은 것을 통째 냉동실에 넣어두거나 먹기 좋게 찟거나 칼집을 내어 보관해 뒀다가 요리하기 전에 쌀뜨물에 담가 조리하면 됩니다. 죽순을 오래도록 보관하고 드시려면 얇게 썰어서 햇볕에 말려 주세요. 말린 죽순은 물에 불려서 요리에 사용하면 됩니다.
▲ 잘 삶은 죽순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냉동실에 보관하던지 말려 두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 김희숙
죽순요리로는 죽순볶음, 초고추장 무침, 장아찌 등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특히 죽순의 모든 요리를 좋아하는데 특히 볶음을 좋아합니다. 저만의 비법은 아니지만 매콤한 맛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따라 해보세요. 먼저 기름 두른 후라이팬에 다진마늘을 볶다가 죽순을 넣고 볶습니다. 당근과 양파가 있다면 같이 곁들여도 됩니다. 이렇게 볶다가 소금간을 하고 마지막에 땡초 다진 것을 듬뿍 넣고 참기름 깨소금으로 마무리 하면 매콤한 죽순볶음이 완성됩니다. 밥반찬, 술안주상에 올려두면 젓가락이 쉴새없이 움직입니다.
죽순의 쓰임새는 다양하겠지만 또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죽순주를 담가 먹어도 됩니다. 되도록 뿌리 부분까지 채취한 죽순을 깨끗이 씻은 후 적당한 용기에 담으면 됩니다. 죽순의 크기에 따라 술의 양도 달라지겠지요. 술은 보통 과실주 용도로 독한 술이 따로 마트에 나옵니다. 그것을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술은 담근 지 한 달이 지나면 마실 수 있으나 오래 될수록 좋다고 하네요.
이번 봄엔 죽순으로 이웃에 인심도 나누고,특별한 반찬이 없이도 죽순요리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맛있는 저녁상으로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으니 이 보다 더한 행복은 없는 것 같습니다.
▲ 왼쪽의 죽순은 이미 자랄대로 자라서 저절로 껍질을 벗는 모습입니다. 이 죽순이 자라서 기개 넘치는 푸른 대나무숲을 이루겠지요. ⓒ 김희숙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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