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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가기 싫다던 '왕차관' 마저...결국 구속

'MB멘토' 최시중 이어 박영준 전 차관 영장 발부... 강철원 전 실장은 기각

등록|2012.05.07 23:53 수정|2012.05.08 10:58

▲ 'MB정권 실세'로 알려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2일 오전 '파이시티' 개발시업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거액을 받은 혐의로 대검 중수부(부장 최재경 검사장)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대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 권우성


정권의 핵심실세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주장하던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구속된 데 이어 7일에는 '왕차관'으로 불려온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두 사람 모두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파이시티 쪽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차관의)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발부 배경을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들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알선수재는 민간인이 공무원의 업무와 관련해 청탁을 받고 돈을 받으면 처벌되는 혐의다.

한편, 박영준 전 차관의 친형 계좌에서 거액의 뭉칫돈이 발견됐다. 지난 2007년과 2009년 사이에 1회 1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수시로 입금된 사실이 포착된 것이다. 이에 따라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 수사가 정권 실세의 비자금 수사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박영준 전 차관, 인허가 청탁과 관련 1억여 원 수수 혐의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를 수사해온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지난 3일 박 전 차관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7일 오전부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벌였다.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에 도착한 박 전 차관은 취재진의 질문에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짤막한 답변만 남긴 채 법정으로 향했다.

박 전 차관은 서울시 정무국장에서 물러난 지난 2006년부터 이명박 후보 외곽 지지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이끌던 지난 2007년까지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청탁과 관련해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1억여 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차관이 이 전 대표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시기 앞뒤로 서울시는 양재동 화물터미널을 복합유통센터로 용도를 변경하는 문제를 논의했고, 실제 파이시티 쪽이 원하는 방향으로 용도 변경이 이루어졌다.

검찰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박 전 차관의 청탁 정황을 포착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핵심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게 "파이시티 인허가 진척상황을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전화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박 전 차관은 지난 2일 검찰조사에서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정배 전 대표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과 이 전 대표는 고향이 서로 다르지만 고려대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은 이동율 EA디자인 대표를 통해 지난 2005년 1월께 만났다. 박 전 차관이 서울시 정무국장으로 막 부임해 이명박 서울시장을 보좌하고 있을 때였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박 전 차관은 우리가 이동율씨하고 공무원을 만날 때 중간에서 어레인지(주선)하는 역할을 했다"며 "본인도 (서울시) 내부 인맥을 어느 정도 알고 나서 필요할 때 (공무원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을 보고 최시중-박영준에게 돈을 건넸다"면서도 "(로비효과를) 기대했지만 실질적인 결과(효과)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구 오성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박 전 차관은 대우그룹에서 퇴사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을 9년 동안 보좌했다. 지난 2005년 서울시 정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2007년 대선 때는 선진국민연대를 이끌었다. 그는 이 대통령 당선과 함께 정권 실세로 떠올랐다.

박 전 차관은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총괄팀장과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거쳐 지난 2010년 8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지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해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마했다.

그동안 CNK 주가조작 연루와 SLS그룹 접대, 민간인 불법사찰 배후 등의 의혹이 불거졌지만 박 전 차관은 건재했다. 그는 지난 1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나는 감옥가기 싫어서 처음부터 엄청나게 노력했다"며 "내가 (불법) 정치자금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항변한 바 있다.

오세훈 전 시장 핵심측근도 3000만 원 수수 혐의... '영장기각'

이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핵심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도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2일 강 전 실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강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법원 청사에 도착해 '청탁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검찰에서 다 말씀드렸고 죄송하다"며 말했다. 그는 '대가성 여부' 질문에는 "인정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강 전 실장의 구속영장은 발부하지 않았다. 이정석 부장판사는 "자진 귀국한 뒤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에 비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 전 실장은 서울시 홍보기획관으로 근무하던 지난 2008년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청탁과 관련해 3000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전 실장은 박 전 차관의 소개로 이동율 대표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와 함께 대우건설에서 일했던 이 대표는 그에게 돈을 받아 최시중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 등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하지만 검찰은 그가 박 전 차관이 이 전 대표로 빌렸다는 10억 원을 두 자녀의 전세자금으로 쓴 정황을 포착했다.

강 전 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영준 전 차관이 지난 2007년 전화해 '파이시티 사업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광주일고와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강 전 실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인연으로 서울시에 입성했다. 그는 오 전 시장의 서울시에서 홍보기획관과 정무조정실장으로 승승장구하며 그의 핵심측근으로 활약했다.

강 전 실장은 지난 총선에서 서울 노원갑 출마를 검토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해 시장직을 사퇴하면서 국회 진출의 꿈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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