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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효도는 셀프'라는 TV

[TV리뷰]2012년 가정의 달...<무언가족>과 <넝쿨재 굴러운 당신>

등록|2012.05.11 13:18 수정|2012.05.11 13:18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이 모여있는 5월은 언제부터인가 '가정의 달'이 되었다. 덕분에 버스 속에서 들려오는 방송에서는 이제는 무상 급식이 화두인 세상에서 그 언젠가 도시락을 싸와 제자와 함께 나누던 선생님의 추억담이 흘러나오고, 한 광고에선 얼굴 생김생김도 다르고, 인종도 다른 자녀가 수녀 어머니께 감사의 케이크를 휴대 전화로 전한다.

뉴스건, 드라마건, 오락프로건 5월 한 달은 일 년 동안 무관심했던 내 측근에 대한 속죄양이라도 되는 듯 아낌없이 사랑을 홍보하고 호소한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광고에서조차 소리를 높이는 '가정의 달'에는 반드시 해야 할 것 같은 그 '사랑'에 짓눌린다.

색종이를 고이 접어 직접 만든 카네이션 대신에 사회적 강매나 다름없는 멋진 카네이션 바구니를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됐다. 내 아이와 내 부모와,우리 선생님을 생각하고, 사랑하고, 감사해야 했지만, 그것은 한숨과 함께 지불하는 상품권처럼 명절만큼 가혹한 또 하나의 통과의례로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생각이 드는 2012년 5월 혹은 '가정의 달'에 걸맞은 방송 프로그램 2편이 눈길을 끌고 있다.

sbs스페셜무언가족 ⓒ sbs


1. 2012년 5월 대한민국 '가장의 달'...아프다! 가정!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생활 속의 밀접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SBS 스페셜>이 준비했던 가정의 달 특집 <무언 가족>(2부작)이 눈에 들어왔다.

말 그대로 無言가족. '밤늦게 퇴근하면 입을 닫아버리는 아버지, 아버지가 퇴근하면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아이들, 그들 사이에 우울증에 걸릴 듯한 위태로운 어머니. 서로에게 위로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서로 증오하거나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시간이 하루하루 쌓여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어 몇 년째 대화가 끊긴 가족'이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태어남과 동시에 최초로 주어지는 사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가족이지만 결코 공평하지는 못한 것 또한 가족이기에, 가족의 불화는 개인의 비극이자 사회 전체의 비극'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서 늘어만 가고 있다고 <SBS스페셜>은 진단하고 있다.

이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최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하에서 어려워진 생활은 고스란히 가족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는 2012년의 대한민국 가정을 현실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정의 달이라 한편에선 도돌이표처럼 가정이 중요하니, 부모가 중요하니, 스승의 은혜가 중요하다고 떠들지만, 그런 와중에 존속 상해를 넘어선 범죄가 빈번해지고, 아이들은 사춘기에 들어서면 시한폭탄으로 변신하고, 스승은 제자를 책임지지 못해 법정으로 불려 가야 하는 이 현실. 말 그대로 가장 기본인 가정부터 제대로 짚어보자는 기획으로 어쩌면 '가정의 달'에 가장 근접한 기획이다.

<無言가족>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누군가는 '나는, 우리는 안 그래'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뜨끔할 것이다. '무언가족'의 바로미터에 내가 속하나, 속하지 않나를 가늠해 볼 사람도 있을 것이다. <SBS스페셜>의 진단처럼 신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책임이 온전히 개인에게 가중되는 사회에서, 개인의 파산, 가족의 붕괴는 모두에게 부과된 잠재된 미래일 것이다.

▲ KBS 주말연속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 ⓒ KBS


2.  'self한 효의 맛'을 배우게 한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

<SBS스페셜>이 우리 사회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의 그림자를 해부했다면, 주말 드라마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가족의 또 다른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KBS 주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몇십 년 만에 해후한 아들과 부모 세대의 충돌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가족을 통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갈등을 때로는 속 시원히 때로는 재치있게 그려내고 있다.

가정의 달이니 아니나 다를까, 어버이날을 드라마에서도 맞이했다. 상품권을 받아든 할머니는 거침없이 '난 이게 제일 좋더라'며 우리 부모님의 현실적인 마음을 대변했고, 아들 내외에게 '약소하면 어떠냐? 니들 마음이면'하던 친정 엄마의 3만 원 상품권에 대한 분노는 '효도의 형식'에 씁쓸한 현실을 잘 드러내 보인다. 또한, 무슨 날이면 서로 감정을 드러내는 아들과 딸의 갈등 또한 놓치지 않는다.

그런데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흥미로운 점이 있다. 되바라진 듯, 혹은 어긋난 듯 하면서도 결국 지혜롭게 닥쳐온 '시월드'를 헤쳐가는 방귀남 부부의 모습이다. 오랜 미국 생활을 해온 방귀남과 '시월드'가 없는 세상을 갈구하며 고아와 결혼했던 차윤희의 신세대 마인드는 보수적이고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시월드'와 만나며 삐끗 삐끗거리면서도 새로운 해법을 조심스럽게 찾아 나서고 있다.

어버이날도 그렇다. 오빠니까, 그리고 그동안 못했던 효도를 하라고 다그치는 시누들에게 방귀남은 당당하게 '효도는 Self!'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가족들을 모아놓고, 그간 몰랐던 그의 지나온 삶을 사진과 곁들인 설명으로 보여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self한 효의 맛'을 느끼게 해준 셈이다. 곁들여 뽑기를 통해 할머니에서 작은어머니까지 세세한 마음 씀씀이를 보여주면서 상품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self한 효의 극치'를 보여줬다. 물론 레스토랑 식사권이야 돈이 들겠지만, 어버이날이라는 형식 속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지점을 뭉클하게 지적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다가오는 그 시간을 우리의 생각에 따라 서로의 멀어진 1%를 채워갈 수 있는 비법 하나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생각하면 한숨부터 내쉬게 되는 5월의 한복판이다. SBS스페셜을 보면서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지 않게 미리미리 조심하고 그 실천방법을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센스있게 터득할 수만 있다면 올해 5월은 무사히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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