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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연대파업, 또 다른 '6월항쟁' 부를까?

'공영방송의 위기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

등록|2012.05.09 20:06 수정|2012.05.09 20:06

▲ 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공영방송의 위기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홍현진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꼭 비가 온단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니까(웃음). 1981년에 입사하신 선배님께서 이런 말씀 하시면서 '끝까지 싸우라'고 하시더라. 후배들이 어떻게 싸움을 접겠나. 이길 것 같다. 조만간이다."

파업 101일째, MBC 최승호 PD는 자신 있게 말했다. 최 PD는 김재철 사장 '치하'의 MBC 상황을 '지옥도'에 비유했다. 그는 "2011년 2월 김재철 사장 연임 이후 < PD수첩 >에서 1년 이상 된 PD들을 다 (다른 팀으로) 보내버리고, 조직 내 무능한 사람들로 찍혀 있는 사람들만 골라서 국장 시키고, 부장 시키고 했다"면서 "이는 구성원들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국회의원 당선자 9명, 김재철 사장 찾아 갔지만 '문전박대'


하지만 MBC 노조 파업 101일, KBS 노조 파업 65일째가 되도록 '언론 파업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사측은 정직과 해고 등 대규모 징계를 강행하고 있고, 정부와 제1당인 새누리당은 '방송사 내부의 문제'라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방송의 위기,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에도 새누리당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권혁만 KBS PD는 "장기화된 파업사태 해결의 실질적인 키를 쥐고 있는 객체는 방송사를 지휘 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다수당인 새누리당"이라면서 "국민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이 사건을 내부문제로만 치부하며 외면하는 새누리당이 과연 공당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날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국회의원 당선자 9명은 김재철 사장을 만나기 위해 MBC를 찾았으나 경비원들에 가로막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재윤 의원은 "국회의원 하는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면서 "김재철 사장이 MBC 사장으로 있는 한, MBC 구성원들은 정말 고통을 당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개탄했다.

김 의원은 '국회 개원 협상'에서 '언론' 문제를 첫 번째 의제로 다루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원은 "언론탄압에 대한 국정조사와 함께 청문회를 열도록 하겠다"면서 "이 문제가 풀리지 않고는 원을 구성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MBC, KBS 조합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정치권에 큰 기대 하지 말자... 시민들과 접촉면 넓혀야"

▲ MBC노조 총파업 100일째를 맞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MBC 정영하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파업 기간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죄 드리고 공정방송 회복을 기원하며 100번의 절을 하고 있다. ⓒ 유성호


1981년 기자직으로 MBC에 입사했다는 최용익 기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최 기자는 "2010년 논설위원실에 있다가 갑자가 어느 날 TV 주조 MD(방송송출 편성 및 진행자)로 발령이 났다, 한국 방송 사상 없던 일"이라면서 "여러분들도 고생 많이 하지만, 저도 만만치 않게 마음고생을 했다"고 웃어보였다. 

최 기자는 "정치권에 큰 기대를 하지 말자"면서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하기 위해 결국은 시민들과 같이 가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최 기자는 "2008년 100만 촛불 시민들 다 어디 갔나. 전 사회적 체념상태, 포기상태에 있다"고 진단한 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 동시 연대파업은 또 다른 '6월항쟁'을 불러들일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민들이 자신들의 일상에 파묻혀서 살아가다 보면 5개 사가 파업한다고 해도 KBS, MBC 뉴스 제대로 못 나오고 있으니까 '뭔가 이상하다' 이 정도 알 뿐이지 왜 방송인들이 방송현장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됐는지 그 절실한 의미를 알기 어렵다. 시민들의 이해관계와 결부된 이슈를 개발해서 접촉면을 더 넓히자. 시민들과 함께하는 파업에 보다 많은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와 함께 최 기자는 "어차피 회사에 들어가봐야 정상적으로 회사생활 하기 힘들다"면서 "기왕 바깥에 나온 김에 끌까지, 끝을 보는 결기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재철·김인규 이후'에 대한 고민도 들을 수 있었다. 최승호 PD는 "1차적으로 사장 선임 제도를 바꿔야 한다"면서 "일개 정파가 사장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최 PD는 MBC의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체제 개편을 요구했다.

김승수 언론정보학회 회장은 '이사 3심제'를 제안했다. 김 회장은 "MBC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회는 사장 선임 문제, 예결산 문제, 노동조합 파업 문제 등 공영방송의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감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면서 "세 번의 토론과 합의를 거쳐 합의를 못 끌어내면 이사진이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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