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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4년 전 해직된 셈... 뭐가 아프겠나?"

[인터뷰] 세 번째 정직 당한 YTN 박진수 기자

등록|2012.05.10 16:27 수정|2012.05.10 16:27

▲ 박진수 기자가 지난 3월 15일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파업콘서트에 참여해 발언을 하고 있다. ⓒ 박진수


"2008년 10월 6일 내 동료 6명이 해직되었을 때 그때 나도 같이 해고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 번째 당한 정직도 별로 새롭지 않다."


어제 회사에서 정직 당한 사람치고는 굉장히 담담한 말투였다. 처음도 아니고 세 번째 정직이라 단련이 됐나? 두 달 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MBC, KBS, YTN 3사 노조가 공동으로 연 파업 집회 'K파업스타'에서 '우리 소원은 복직'을 부르며 '복직 복직'을 외칠 때의 상기된 모습과는 달라 보였다.

그날 노래를 불러 1등을 차지한 그는 2개월이 흐른 지난 8일 소속 회사인 YTN으로부터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부상'으로 받았다. 그는 어버이의 날을 맞아 시골에 계신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인사과에서 걸려온 징계전화를 받았다. 함께 타고 있던 아내와 아이가 눈치 챌까봐 "예, 예"라고 얼른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이번에 세 번째 정직을 당했다. 2008년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에 나섰다 그해 10월 8일 정직 3개월을 당한 것이 처음이었고, 이듬해인 2009년 9월 회사에서 보안요원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또 정직 1개월을 당했다. 그리고 이번에 언론노조 집회와 파업콘서트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되어 '품위위반 및 직업규칙 위반'이라는 이유로 회사는 그에게 정직 2개월을 통보했다.

박 기자는 9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징계를 당한 심경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YTN 파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배석규 YTN 사장)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비탄에 빠진 방송사 상황에 대한 비난을 위해 풍자와 해학을 했다"며 "굳이 이렇게까지 징계를 하는 것은 나를 표적삼아 (노조원들의) 버릇을 고치려는 것"이라고 사측을 비판했다.

자신과 비슷한 일로 해고를 당한 KBS의 최경영 기자에 대해서 그는 "물리적인 폭행을 한 것도 아니고 언론사에서 말로 표현한 것을 가지고 해고나 정직 같은 중징계를 한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라며 "나는 (방송사 사장들이) 욕을 먹거나 비난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욕 안 먹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스스로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동료들에 대한 애정과 공정방송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징계 이후) 동료들로부터 격려 문자나 전화가 많이 온다"며 "동료 조합원들이 주신 걱정과 사랑으로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또 그는 "복직송을 노래하고 집회 장소에서 언론의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역설한 이유는 (공정방송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었다고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YTN 노조는 이날 8단계 전면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YTN노조는 오는 14일부터 27일까지 2주간에 걸쳐 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박진수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날 표적 삼아 노조원들 버릇 고치려는 것"

- 세 번째 징계다. 소감은?
"사측이 징계를 사원들 혼내주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정직이면 해고 전 단계의 중징계인데 회사는 그것을 무감각하게 자행하고 있다. 2008년 10월 6일에 첫 징계가 있었는데 그때 6명이 해직을 당했고 나도 그때 처음 3개월의 정직을 당했다. 나도 그때 같이 해고당했다고 생각한다. 아직 회사에는 있지만 그때 같이 해직당한 기분으로 살아오고 있었다.

그 6명이 개인적인 비위로 징계를 받은 게 아니라 공정방송이라는 가치를 지키려다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회사의 많은 사람들이 그날 다 같이 징계를 받았다고 생각할 거다. 그런 걸 생각하면 횟수에 뭐 (연연하지 않는다). 이번 징계가 새롭지는 않다."

- 지난 3월 8일과 16일에 있었던 여의도 공동집회와 파업콘서트에서 했던 발언이 징계의 사유라고 들었다. 징계에 동의하나? (사측은 "회사내부도 아닌 대외적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회사 대표이사의 이름을 적시하며 욕설을 했기 때문"이라고 징계사유를 밝혔다.)
"징계의 칼자루는 회사가 쥐고 있다. 대중적인 집회장소이긴 했지만 업무시간도 아니었고 파업 중인 상황이었다. (내가 그렇게 한 것은)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비탄에 빠진 방송사 상황에 대한 비난이었다. 뉴스 만드는 회사의 공정방송 가치가 흔들리면 누가 뉴스를 신뢰하며 보겠나? 그래서 풍자를 했고 해학을 했던 거다. 굳이 이렇게까지 징계를 하는 것은 나를 표적삼아 파업 노조원들 버릇을 고치려는 잣대로 이용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 KBS도 최경영 기자를 비슷한 이유로 해고했다.
"물리적인 폭행을 한 것도 아니고 언론사에서 (말로) 표현한 걸 가지고 해고나 정직 같은 중징계를 한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나는 (방송사 사장들이) 욕을 먹거나 비난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욕 안 먹을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신을 비난했을 때, 본인이 비난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할까? 스스로 정당하다고 당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 최 기자와 이야기 해본 적 있나?
"징계 당하기 전에 통화를 했었다. 언젠가 그의 트위터를 보고 '야 이 사람 대단하네?'라는 생각을 했었다. 최 기자가 '혹시 복직송 부른 분 아니냐'고 묻더라. 그렇다고 했더니 자신도 그때 파업현장에 있었다고 하더라. 내가 '최 기자님도 굉장히 독하시던데요?'라며 같이 웃었다. 그러고는 서로 힘내자고 말했다."

"가족있는 차 안에서 전화받고 얼른 끊었다"

▲ 지난 3월 8일 열린 방송 3사 파업 문화제 'K파업스타'에서 박진수 기자가 '우리 소원은 복직'을 부르고 있다. 그는 이날 1등을 차지했다. 그리고 세번째 정직을 당했다. ⓒ 박진수


- 한 번도 아니고 징계를 여러 차례 받으면 위축되지 않나?

"지금 상황이 위축될 상황이 아니다. 언론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 쓰는 취재기자들은 취재영역에서 기사를 써야하고, 나 같은 카메라 기자들은 현장에서 사실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자꾸 자기 검열에 들어간다. 이 자체가 비정상적인 거다. 이것 때문에 싸우다가 6명이 해직을 당했다. 그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직을 받았다고) 위축되지 않는다. 위축된다면 구성원들과 가치를 공유할 수도 없다.

회사에 부당하거나 잘못된 점이 있으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잘못된 것이 모이면 꼭 썩는다. 내 일이 아닌 것 같지만 그런 것들이 우리조직을 무너지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원으로서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가족들은 뭐라고 하던가?
"어제 어버이날을 맞아 고향집에 계신 어머니를 뵙고 가족과 함께 올라오는 차안에서 인사과의 전화를 받았다.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있어 그냥 "예, 예"만 하고 끊었다. 징계 받기 며칠 전에 집사람과 맥주 한 잔 하면서 징계 받을 수도 있다고 슬쩍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아내가 이유가 뭐냐고 묻더라. 복직송 때문이라니까 아내가 그냥 웃더라. 복직송 부른 이후에 인터넷에서도 많이 떠돌고 해서 아내도 아마 봤을 거다."

- 오늘 아침에 조합원들이 모여 '부당징계규탄집회'를 했다. 어떤 내용이었나?
"얼마 전 회사간부가 출장 중에 술에 취해 후배를 구타해서 정직 1개월 받은 사건이 있었다. 나는 업무 중도 아니었고 대중적인 자리에 한 발언으로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은 건데 이게 형평에 맞나? 또한 회사 내에 고위 간부들이 불법사찰 관련해서 범법자들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도 있다. 분명히 회사에서는 (이들을) 강하게 징계해야 하지만 사측에서는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건 형평성의 문제다.

아침에 그런 걸로 여러 후배들과 함께 항의했다. 오늘 실국장 회의가 있었는데 회의장 앞 복도에서 규탄 구호 외치고, 인사위원장과 법무팀장에게 항의했다."

"이 상황에 아무 것도 안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

- 작년 2심에서 총 6명의 해고자 중 노종면 전 위원장 등 3명에 대해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제 대법원 선고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2심에서 판사가 조정안을 권고했다. (2심 판결 전에 재판부는 '해직기자 6명이 또 다른 징계없이 전원 복직하되, 해고일로부터 화해 결정시까지 밀린 임금을 포기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었다... 기자 주) 그때 그 제안을 우리는 받았는데 사측은 안 받았다. 그런데 우리가 패소했다.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재판부의 판단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 1심에서는 부당하다고 했다가 2심에서는 다시 뒤집어졌다. 3심도 질질 끌고 있다. 언제든지 판결할 수도 있을 텐데. 재판부도 정치적인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 같다.
"2008년 구본홍 전 사장이 사장 임명을 받기 전부터 취재를 나가면 사람들은 벌써 YTN에 낙하산 사장이 온다고 생각하고 친 정부적인 보도를 할 거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집회현장에 가면 시민들이 'YTN은 나가라'는 소리를 지르곤 했다. 지금 배석규 사장은 자신은 낙하산이 아니라고 하지만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고 민간인 사찰 문건에 나와 있다. 방송국이 이런 이상한 상황인데 그 구성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우리가 가만히 있다고 해보자, 외부에서 우리를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겠나?

회사에서는 노조더러 자기 입맛에 맞는 사장을 데려오려고 파업을 한다고 하는데, 자기 입맛에 맞는 사장 데려오려고 해직당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특히나 노조가 정치적이라고 말하는 데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이는 좌나 우의 문제가 아니다. 상식의 문제를 얘기하는데 이 사람들은 색깔을 입히고 있다. '너희들 옛날에는 왜 파업 안했어?' 이런 이상한 논리로 말한다. 만약 그때 문제가 있었다면 그때 팀장, 부장, 국장 하던 선배들은 뭐하고 있었냐고 묻고 싶다. 복직송을 노래하고, 집회 장소에서 언론의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역설한 이유는 간절함이다."

- 해고자도 있지만 박진수 기자처럼 정직을 당하거나 다른 보직으로 쫓겨난 이들도 상당하다. 이들도 어려움이 있을 텐데.
"2008년 10월 6일 징계 받은 사람이 해고자를 포함해 총 33명이다. 그 후 징계 받은 사람은 나를 포함해 2명, 2번 받은 사람은 1명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사실 쉽지는 않다. 엄밀히 말하면 4년 가까이 싸우고 있는 셈인데 심리적으로 우울증이 오는 사람도 있다. 정신적인 공황상태를 맞는다. 하지만 세상에 끝없는 길은 없다.

- 배석규 사장이 물러나지 않고서는 공정방송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파업 말고 공정방송을 회복할 다른 방법은 없나?
"회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논의의 장에 나와야 한다. 진정성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인사에 있어서 '보도국장 추천제'가 불합리하다고 회사가 생각한다면 노조에게 다른 방안을 찾자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냥 마음대로 인사해 버린다. (문제를 풀고자 하는) 진정성이 없다."

- YTN은 파업할 때 다른 회사와 다르게 단계를 나누어서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주목받기가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전제한 뒤) 파업참여율로 본다면 우리도 다른 회사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전면 파업도 했지만 우리 채널의 특수성 때문에 전면파업을 하더라도 뉴스가 아예 멈추거나 하지는 않는다. 파업을 하려면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는 거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법이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유리한 지는 집행부가 판단할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대... 2008년에 다같이 일어났더라면"

- 파업을 계속 해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연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08년에 투쟁할 때 블랙투쟁(앵커들이 검은 옷을 입고 뉴스를 진행하는)을 했었는데 프랑스에서 한 유학생이 YTN의 파업을 지지한다며 검은 초콜릿을 보냈다. 그때 연대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언론사 파업이 남의 일 같지만 민생과 관련된 일이다. 쌍용차에서 22분이 돌아가실 때 과연 언론이 제대로 보도했는지, 쌍용차 진압 때는 제대로 보도했는지, 대통령 권력비리 검증은 제대로 하고 있는 지를 본다면 이것은 곧 민생과 관련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여의도에서 MBC와 KBS가 함께 파업하는 것을 보며 부러웠다. 2008년에 만약 다 같이 일어났었다면 지금의 보도가 이렇게 엉망이 되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 다른 조합원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을 것 같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징계 사유로 나온 발언들에 대해) '난 안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때 조합원들과 즐거웠다. 동료들로부터 나에게 격려 문자나 전화가 많이 온다. 괜찮다는 상투적인 말보다 끝까지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이 회사를 나가는 순간까지 여러분과 같이 생각하겠다. 조합원들이 주신 걱정과 사랑으로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삶을 살겠다. 무엇이든 조금씩 나눠가지면 아무도 안 다치고 다 같이 할 수 있다. 지금도 고맙지만 그런 마음들이 있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각오는?
"2008년 10월 6일 동료들이 해직될 때 이미 다 같이 해직된 셈이다. 그때 해직되었는데 (지금 정직 당했다고) 뭐가 아프겠나. (해직당한) 우리 동료 다 돌아오고 상식이 통하는 회사와 동료, 상식이 통하는 말들, 언론사 같은 언론사 그런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노조원으로 노조의 지침을 계속 따르면서 하겠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계속 말 하겠다.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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