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요한건?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 한 모금이다. ⓒ 김민수
흙한 줌, 햇살 한줌만으로 풍족한 삶을 살아가는 들풀, 어디에 피어나도 온 힘을 다해 피어나기에 그들을 바라보면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보면 습관적으로 "고마워, 힘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그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 더불어 삶자연은 서로 다름의 더불어 삶이다. ⓒ 김민수
그들은 늘 그렇게 서로 다른 것들끼리 어우러져 피어납니다. 비좁다고 자기들만 살려고 발버둥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갑니다. 같은 것끼리만 살아가지 않고, 보이지 않는 대지에서 몸을 비비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것들은 자기들만 살아가기 위해 독성물질을 내어놓는다고도 하지만, 그것도 자기가 살아갈 정도의 공간에만 그렇습니다. 그 대지는 누구누구의 소유일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그러면서도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는 유일한 것은 사람인듯 합니다. 오로지 더 갖고, 남들보다 더 높아지기 위해 경쟁하고 자기만 살겠다고 하다가 자기를 죽이는 존재는 인간밖에 없지 않은가 싶습니다.
▲ 벼룩나물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다. 그를 있게한 수많은 것들로 인하여 ⓒ 김민수
무리지어 피어있으면 더 예쁘겠지만, 이렇게 홀로 피어있어도 그들은 활짝 웃으며 피어납니다. 그들은 홀로 피어 있어도 혼자가 아니라 온 우주의 기운이 자기 안에 충만함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 고독을 느낀다는 것, 홀로 있는 시간은 필요하지만 이 외로움과 고독이 너무 깊어지면 병이 됩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그 누구도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이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이는 없는 법이니까요.
▲ 쓸모있음본래 자기의 쓰임새대로 쓰이지 않아도 그렇게 살아간다. ⓒ 김민수
간혹은 쓰임새대로 사용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때론 쓰임받고 싶은대로 쓰임받지 않아 상처를 받을 때도 있고, 자기의 역량만큼을 인정받지 못해서 제 뜻을 펼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휴일 재질녘의 바닷가, 그곳엔 빈 소줏병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을 취하게 하는 소주를 담고 있는 것만이 그 존재의 이유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해서 문제를 만들기도 했겠지만, 그것은 그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얼마나 많은 이들을 위로해 주었고, 또 토닥여 주었을까요?
담장에서 타는 목마름으로 타들어가는 이파리를 간직한 민들레에게 "힘내, 온 힘을 다해서 피어나, 고마워"했던 나보다는 훨씬 고마운 것이지요.
▲ 청춘흔들리니까 청춘이고, 흔들리니까 사람이다. ⓒ 김민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간혹은 왜 청춘은 아파야만 하는가 의구심도 들지만, 사실 청춘만 아픈 것이 아니라 살므이 모든 과정이 아픈것이지요. 그 아픔이라는 것의 다른 말은 '흔들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흔들릴 때 불안합니다.
뭔가 이뤘어야 할 것 같은데 불안합니다. 자꾸만 남들과 비교하는 버릇이 생겨서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그 불안과 흔들림이 어떤 연유에서든지간에 그냥 사람이니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큰 문제도 아닙니다.
흔들리고 아픈 것은 당연합니다. 이 땅에 살면서 그것없이 살아간다고 장담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것이 과장된 것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할 것입니다.
▲ 우럭수족관의 우럭과 우리네 사람살이가 뭐 그리 다를까? ⓒ 김민수
수족관 속의 물고기, 언제 그 삶이 끝날지 모르지만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하듯 물 속을 거닐고 있습니다. 아마 그들도 알겠지요.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라는 것, 그렇게 삶이 끝나고 말 것이라는 것을.
그런데 우리 사람들의 삶도 이렇지 않은가 싶습니다. 단지 망각하고 살 뿐이지요. 분명한 것은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서 가고 있다는 것이고, 그 누구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크게 생각하면 다투며 살 일도 없고, 더 가지겠다고 아둥바둥할 필요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면 말로만 사랑하는 일도 없을 터인데요. 말이 많은 시대를 살면서 너무 많은 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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