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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에 대한 사랑 담은 '달거지 이야기'

달구름과 별무리의 사랑 이야기 들으며 '백기완'을 생각하다

등록|2012.05.14 18:12 수정|2012.05.14 19:02

부산에서 백 선생님을 배웅하는 분들백 선생님 양 옆 두 분이 역으로 마중을 나왔던 여성분과 채희완 교수다 ⓒ 이명옥


요즘 집회 현장, 기자회견장, 강연장 등에서 백기완 선생님을 자주 뵙게 된다. 때론 선생님과 동행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때마다 선생님을 먼발치서부터 알아보곤 달려와 손을 꼭 잡으며 인사를 하는 분들을 만나곤 한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한길 걸어오신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사실 '호랑이 투사'로만 비치는 백기완 선생님은 의외로 자상하시고 잔정도 많으시다. 곁에서 따님인 백원담 교수나 주변 사람들을 자상하게 챙기시는 것을 보고 그 자상함에 내심 놀라곤 한다. 그것은 선생의 사람에 대한 순전한 사랑과 배려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지난 12일 부산역 앞 화물운송노동자 투쟁현장에 갔을 때 부산대 영상교육학과 채희완 교수는 하루 일정을 모두 조정하고 선생을 마중 나와 있었다. 더욱 놀라왔던 것은 15년 전 통일문제연구소를 찾아와 선생을 만나뵌 적이 있다는 한 여성분이 백 선생님을 뵈러 나온 것이다. 그 여성분은  백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무용과 새내기 학생 때 선생을 뵌 적이 있다는 그 여성은 이제 두 아이의 엄마라고 한다.

15년 전 대학 새내기였던 그 여성은 백 선생님을 뵈려고 무작정 열차표를 끊어 서울 대학로에 있는 통일문제연구소를 찾아왔다고 한다. 백 선생님은 따뜻하게 그 학생을 맞아주셨고 돌아가는 길에 가장 좋은 좌석으로 표를 끊어 배웅해주셨다고 한다. 그 여성은 선생의 그 따뜻한 배려를 잊지 않고 있었다. 선생의 한살매(일생)는 '투쟁과 민중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백기완 선생님의 한살매는 '민중에 대한 사랑'

백기완 선생 <민중미학 특강>백기완 선생이 <달거지 이야기> 들려주고 있다. ⓒ 이명옥


서울 정동 <경향신문> 본관 5층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되는 '백기완의 민중미학 특강'이 어느덧 6강을 앞에 두고 있다. 선생은 요즘 민중미학 특강에 무척 마음을 쓰고 계시다. 민중 속에 녹아 있는 삶의 실체와 진짜 민중적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다각도로 풀어 열정을 다해 말림(춤, 노래, 이야기, 몸짓 등 온몸으로 풀어내는 이야기)으로 들려주고 계시다. 민중들이 자기 안에 담긴 생명력과 진짜 아름다움과 순전함을 찾아 아름답게 꽃피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난 5월 8일 들은 5강 강연은 무지렁이 달구름과 별무리의 사랑, '달거지 이야기'였다. 선생께 들은 달구름과 별무리의 순정한 사랑 이야기 속에는 해학과 풍자와 눈물이 가득해 강연을 듣는 사람들은 선생과 함께 웃고 울었다. 

달빛이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예쁜 처녀 달구름과 씩씩한 머슴 총각 별무리의 사랑 이야기는 머슴이라는 신분 때문에 마음대로 장가가고 시집갈 수 없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였기에 더욱 애절했다.

그리움이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하나에도 민중적인 낭만과 정취와 진실한 마음이 잘 담겨져 있다. 달이 휘영청 밝은 날이면 달님을 닮은 댓님(연인) 달구름을 생각하며 대피리를 불고, 진달래가 활짝 핀 봄날이면 또 댓님(연인)을 생각하며 나뭇잎을 따서 계곡의 물가로 떠내려 보낸다. 달구름은 별무리의 대피리 소리를 사랑의 속삭임으로 알고 귀를 기울이고 나뭇잎을 연서로 알고 소중하게 가슴에 품어 안는다.

그렇게 순정한 민중의 사랑 이야기에는 혁명보다 더 커다란 생명의 힘과 진실이 담겨 있다. 백기완 선생님은 "일편단심 두 글자만 믿고 살았네~"라는 노래를 구성지고도 애절한 가락으로 부르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셨다.

선생님의 삶이 자체가 일편단심 한길에 대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민중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민중의 삶 속에 담긴 얼과 정서에 대한 사랑, 우리말에 대한 사랑.

"우주를 품어 안을 수 있는 힘은 바로 진실한 사랑"

사실 나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만 읽고 보며, 그것이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여기며 살았다. <춘향전>을 계급을 타파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배우고 계급 타파니 사회소설이니 그런 주제로 요약해 열심히 외워 시험을 치렀던 기억이 있다.

백기완 선생님은 <춘향전>은 무지렁이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나 삶이 아닌, 지배계급의 입맛에 맞춘 사랑 놀음이라고 잘라 말한다. "부인을 여럿 거느리는 사랑이나 돈과 권력으로 사고파는 사랑은 진실한 사랑이 될 수 없다", "진실한 사랑은 딱 한 번 하는 것이고 목숨 바쳐 지켜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선생님의 민중미학 속에는 단 한 번도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는 이들과 무언가를 도모하는 그런 사람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가난하지만 자신의 살과 피를 깎아 자식을 먹이는 어머니의 사랑, 지배계급에게 착취와 억압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사랑을 지켜내고 삶을 지켜내는 사람의 이야기만 나온다.

비록 가진 것도 없고, 배움도 없지만 선생의 이야기 속 무지렁이들은 사람의 도리를 알고,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를 아는 진짜 사람들이고 진정한 역사의 뿌리다. 그들은 사랑과 신의와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자기를 희생하거나 부수면서 새로운 세상과 삶을 일구어간다. 바로 지금의 나와 당신들처럼.

선생님은 '달거지 이야기'의 주제는 한마디로 "모든 거짓과 위선을 깨트리고 짓밟히고 짓밟혀도 우주를 품어 안을 수 있는 힘은 바로 진실한 사랑"이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가 잃어버린 바랄(꿈)이 무엇인지,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민중미학 특강 6강은 <빛깔로 본 민중들의 삶과 바랄(꿈)>이다. ⓒ 이명옥


5월 15일에 있을 민중미학 특강 6강의 주제는 '빛깔에 담긴 민중들의 꿈'이다. 선생님은 민중의 대표적인 빛깔 6가지를 통해 민중 예술과 바랄(꿈)을 풀어내겠다고 하셨다. 여섯 가지 빛깔은 쪽빛, 새녘빛, 부심이빛, 달그림자빛, 물빛, 가노을빛이라고 한다.

'가노을빛'은 징검다리에서 좋아하는 소녀를 마주했을 때 발그레하게 물들던 얼굴의 빛깔, 연분홍 진달래 빛깔과 가장 유사하다고 설명하셨다. 그 미묘한 빛깔에 담긴 민중의 정서와 삶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면 민중미학 특강 6강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백기완의 민중미학 특강
<제6강> 빛깔에 담긴 민중의 꿈
때 : 2012년 5/15(화) 저녁 7시30분
곳 : 서울 정동 경향신문 건물 5층
수강신청은 : busim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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