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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민간인 사찰 등에 적극 발언해야"

국가인권위 직원들 토론회 개최...인권위 정상화 방안 논의

등록|2012.05.15 08:17 수정|2012.05.15 09:21

▲ 14일 저녁 서울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10층에서 직원들이 '인권위 정상화'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 이주영


"인권 현안에 인권위가 적극 나서야 한다."

최준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 지부장이 정치적 문제와 얽힌 인권 현안을 피해가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행태를 지적했다.

14일 저녁 서울 중구 무교동 인권위 10층에서 열린 '인권위 정상화'를 주제로 한 직원 토론회에서 그는 "PD수첩 사태, 미네르바 사건 등 여야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인권 현안에서 인권위가 발을 뺀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는 정치적으로 가리지 말고, 우리가 판단하기에 인권 현안이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권력 감시 위해 추상적 정치 중립론 폐기해야"

인권위 노조는 인권 현안을 피해가는 '정치적 중립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조는 "최근 2~3년간 인권위는 사회적 논란인 사안의 중심에 서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인권현안에서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며 "쇠고기 수입개방에 따른 촛불집회, 경찰강제진압에 의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기무사와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사건 등이 대표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그러나 인권의 특성상 다수보다는 소수자의 권리를 더 보호해야 하기에, 집회시위 및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 민주적 의사수렴 구조를 가져야 한다"며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인권위의 사명이라는 점에서 추상적인 정치적 중립론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노조는 '국가인권위원회 정상화를 위한 뉴 디자인 : 10년의 반성, 10년의 도전을 위한 제언'(이하 제언)을 발표했다. 제언은 인권위의 지난 10년의 활동을 돌아보고 인권위 발전을 위한 직원들의 의견을 도출한 것으로, 6개월 동안 노조를 중심으로 직원들이 모두 여덟 차례 논의를 해 작성했다.

최 지부장은 "인권위의 특정인 한 명이 바뀌었다고 권고도 제대로 못하는 현실을 해결하자는 고민에서 제언이 시작했다"며 "허약한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자는 취지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제언에서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인권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인권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기적으로 인권위법을 개정해 민주적인 인권위원 인사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 추천위를 통과한 인물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통령의 추천권을 제한한다는 취지다. "대의체인 국회 추천 몫을 늘려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반면 현재 인권위원 3명을 지명하는 대법원장은 "대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명권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정실인사, 깜짝인사, 밀실인사를 근절해야 한다"며 반인권적 인사 관행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권력자가 인권위 움직이지 못하도록..."

'시민사회와의 폭넓은 협력·협치'도 제안했다. 제언에서 노조는 "현재 인권위는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거의 단절된 상태"라며 "이런 상황은 인권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민사회와의 협치를 위해서는 인권위 전 분야에 걸친 운영지침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지부장은 "시민사회와의 협력이 국가인권기구의 중요한 의무인데도, 최근 몇 년 동안 시민사회단체와의 관계가 틀어졌다"며 "기존의 관계 복원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협치'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위에 시민사회단체라는 시어머니를 두어서 감시를 받자"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직원들은 제언의 내용에 대체로 동의했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인권위다운 내부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게 인권위 직원들의 중론이다.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인권위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인사 검증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제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직원들도 있었다. 일부 직원들은 "법을 새로 만들거나 개정하는 건 인권위의 권한 밖이기 때문에 실현될지 의문이다" "예산을 뒷받침해주는 정부와의 전면적 협력도 중요하다" 등의 반론을 내놓았다.

한편 인권위 노조는 "향후 시민사회·정치권 등과 논의하며 실질적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달 앞으로 다가온 위원장의 임기만료와 새 위원장의 인사청문회에서 노조의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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