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외연확대하자면서 당원 먼저 지키겠다는 건 모순"

[인터뷰 전문]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록|2012.05.16 14:01 수정|2012.05.16 14:01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 최지용


"노동출신 대표가 진보정당에 폭행당한 건 말이 안돼"

-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나?
"한마디로 절망이다. 민주노총은 2005년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논의하던 대의원대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로 인한 트라우마(정신적 충격)가 크다. 아주 민감한 문제다. 사실 그에 앞선 전국운영위에서도 고성이 오가는 일이 있어 사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입장을 낼 때 '그런 모습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적시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면 마치 소위 당권파라는 분들이 물리력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진지한 고민과 격조 높은 토론의 장을 기대한다'고 완화해서 표현했다."

- 그럼에도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이런 사태가 발생한 걸 보면서 민주노총이 절절하게 호소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마치 민주노총은 안중에도 없으니 그냥 손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민주노총 출신인 조준호 공동대표가 폭행당하는 걸 보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했다. 세계 진보정당 역사상 노동단체와 정당의 관계가 이렇게 된 적이 없었다. 공당의 대표가 폭행당한 것도 처음일 것이고, 노동출신의 대표가 진보정당에서 저렇게 폭행을 당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모든 언론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폭력사태가 그대로 국민들에게 생중계 됐다.
"거기에 이번 사태의 첫 번째 모순이 있다. 이정희 대표를 비롯해서 당권파 쪽은 '마녀사냥'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부실-부정 투표가 조중동을 위시한 극우 언론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여론 재판의 희생양이 되지 말자고 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보수 언론은 그 폭력이 난무하고 진보정치가 망가지는 그 장면 하나를 찍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보수 언론뿐 아니라 진보 언론도 비판에 가세할 수밖에 없다.
"이해 안 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날 폭력을 일으킨 사람들이 그 이유를 뭐라고 설명하나. (당권파 쪽은) 심상정 의장이 의사진행을 제대로 안했다고 하고, 안건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한다. 의사진행이 잘 안 됐기 때문에 폭력이 일어난다? 이성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소리다. 전체주의가 아닌 이상 소수의견은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소수가 자신들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폭력을 일으키는 게 말이 되나. 회의 진행에는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을 따라야 한다. 공당으로 전 국민이 지켜보는 상황이라면 더 그래야 했다."

-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보나?
"그 자리에 있지 않았고 누가 지시했는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누구에게 책임 소재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 비례대표 경선부정과 관련한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가 논란의 시작이었다. 조사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진실공방이 있으면 논란은 항상 일어난다. 광우병 소고기 수입 문제도 진실공방이 있다. 광우병 소고기가 안전하다고 논문을 내는 사람도 있다. 논란은 있지만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고기를 충분한 검증도 없이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가 취했던 진실이다. 진상조사위원회가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아니다. 부정과 부실이 있었지만 그 행위주체는 나와 있지 않다. 당내 자정기구로서 우리 문제를 스스로 자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대표단이 결정한 거 아닌가?

당원들을 범법자로 만들기 위해 쓴 공소장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 대표가 누군가를 위해 변론해야 할 사안도 아니다. 당권파나 '경기동부연합' 같은 표현을 쓰며 자신들의 세력을 지목하니까 억울함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상조사 어디에도 누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 당 운영과 관련된 문제를 사법적 잣대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인가?
"당연하다. 보고서에는 총체적인 부실선거라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부실이 어디서 어디까지냐, 얼마만큼 부정이냐의 논란은 있을 수 있다. 미흡한 점은 더 보충해 나가야 한다. 그걸로 진상조사보고서는 역할을 다 한 거고 후속조치는 그에 따라 합당한 논의를 하면 될 문제다. 당의 정치적 책임을 정하자는 건데 거기서 사실 관계를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갔다.

정치와 재판은 다르다. 정치의 상식은 갈등을 조절하고 의견을 통합하는 것이다. 당의 통합 당시에도 반대가 있었다. 그때 소수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단상에 올라가 폭력을 사용했나? 나도 반대하는 한 사람이었지만 당과 당원들이 결정했으니까 존중할 도리밖에 없었다."

"외연확대하자면서 당원을 먼저 지키겠다는 건 모순"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 최지용


- 진성당원제를 지켜야 한다는 당권파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두 번째 모순이 여기에 있다. 통합진보당을 만들 때 그것을 주도했던 세력들의 주장이 '운동권정당을 벗어나 대중적 진보정당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보적 대중정당'을 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쉽게 말해 '민주노총당의 이미지를 벗고 자유주의 세력인 국민참여당도 참여하는 대중적 정당'을 만들자는 거다. 그러면 국민을 상대로 당의 외연을 확대 하겠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모든 일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해결해야 한다.

당원의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당원이 어디 있나? 동지의 무고를 여론으로 덮으려는 사람이 누가 있나? 창당정신을 일관되게 가져가야 한다. 수권정당으로 가겠다고 청사진을 그린 게 다수 국민을 향한 외연확대라고 제시했던 분들이 자신들의 당원을 먼저 지키겠다는 건 모순이다."

- 비례대표 경선 부정문제를 정파문제로 보나?
"문제의 본질은 진보정당의 '노동중심성'이 사라지고 정파중심성만 남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노동중심성이 뭐냐. 민주노총이 당에 들어가 패권을 부리겠다는 건가? 민주노동당의 모토가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었다. 노동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뜻이다. 절대 다수의 시민이 노동자다. 노동중심성은 '민주노총 중심'이 아니다. 노동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노동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런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결사체일 뿐이다."

- 지금 거론되는 통합진보당 내 정파들은 모두 인정하나?
"정파를 부정할 수는 없다. 정파가 있어도 논란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의견을 통합하냐, 소수파의 의견을 다수가 얼마나 존중하냐에 따라 정파가 순기능으로 작동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지금은 모두 전혀 안 되고 있다. 종파의 분파주의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전체주의로 가게 된다는 거다. 그게 너무 걱정스럽다."

- 소위 당권파의 모습이 그렇지 않나?
"노동운동에 몸담고 있으면서 이렇게 말하면 못 믿겠지만 소위 당권파니 경기동부연합이니 하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물론 전국연합시절 각 지역연합이 존재했지만 지금 규정되는 정파들의 실체는 잘 모른다. 이석기 당선자도 일면식이 없다."

- 지금 당권파는 왜 그렇게 진상조사보고서를 부정하고 있다 생각하나? 조준호 공동대표를 조사위원장에 앉히는 것을 당권파도 동의하지 않았나?
"나도 묻고 싶다. 궁금하다. 왜 그러는지 알고 싶다. 조준호 위원장도 당에서 민주노총에 요청해와 모셔간 분이다. 민주노총에서 자리 하나 달라고 한 적 없다. 당의 노동중심성이 악화됐다고 판단하고 당 자체에서 결정했다. 그랬는데도 지도부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지니 이성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 자기들이 진보정당을 위해 헌신해왔는데 부정선거의 주범으로 몰리는 억울하다는 모양새다.
"억울함이 있을 수 있다. 그 억울함을 밝히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정치의 영역에서 그런 식으로 억울함이 벗겨지고 신원이 회복되는 사례는 대단히 많다. 무오류의 판단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누가 역사의 죄인으로 남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폭력을 행사하고 버티는 행위는 역사의 죄인이 될 확률이 높다. 수권정당을 꿈꾸는, 대중정당을 꿈꿨던 이들이 어떤 판단과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가 문제다."

"이정희 대표 향한 무차별적인 매도에는 동의하지 않아"

- 이정희 대표가 왜 당권파를 그토록 일관되게 옹호했는지 그를 지지했던 국민들은 상당히 의아해하고 있다.
"이정희 대표는 진보정치에서 대단히 소중한 자산이다. 그게 어떻게 형성됐나? 이 대표는 대중들에게 많은 지지와 성원을 받았다. 변호사 시절 민주노동당이 어려울 때 입당해 의정활동에서 활약해 대중정치인으로 성장한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 정치인은 정파를 떠나서 소중하게 생각하고 키워내야 할 책무가 당에 있다. 그렇지 못한 점은 대단히 안타깝다. (다만) 자기가 커왔던 토대에서 커야 하는데 (왜 당권파를 일관되게 옹호하는지) 알 수가 없다."

- 이정희 대표가 '진보의 아이콘'에서 '정파의 아이콘'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희 대표가 향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과거 많은 투쟁현장과 현안에서 많은 시간을 같이 이야기 했고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지금 조준호 대표에게도 있을 수 없는 폭행이 일어났지만 진보정치에서 크고 작은 일을 함께했던 공당의 대표를 향한 무차별적인 매도나 비난도 사실 동의하지 않는다. 냉철한 이성으로 평가하고 비판해야 한다. 우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 이석기 당선자는 당원 총투표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자고 했다.
"당원들에 의해 뽑혔으니까 총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건 아니다. 당원들에게 뽑힌 게 아니라 국민들이 뽑은 거다. 당원은 비례순서만을 정했을 뿐이다. 그가 국회의원이 된 것은 200만 표나 되는 국민들에 의해서다. 그가 있는 자리가 당직이라면 모를까 공직에 있는 사람의 자세는 아니다. 당직자와 공직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이 곧 열린다. 지지철회를 포함한 관계재정립에 나선다고 했는데 적극 개입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안다. 어느 쪽이 더 우세한가?
"17일이 중집에서 논의되겠지만 무엇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 민주노총이 그걸 할 시점은 아니다. 8월 총파업부터 중요한 투쟁계획이 있는데 쉽지 않다. 처음 민주노동당을 건설할 때에도 3년 정도 논의해서 창당으로 갔는데, 새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건 또 다시 분열과 혼란을 가져올 뿐이다.

반대로 적극 개입할 것인가? 지금 혁신비대위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저 당이 과연 가망이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가 들어가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도 없다. 강기갑 대표는 비대위에 참여를 요청해왔고 그것까지 포함해 중집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 산별연맹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통합진보당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나?
"현재의 통합진보당을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지지방침은 중집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총선에서 진보정당'들'을 지지하자고 결정했다. 지역 후보에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이나 누가 나오든 후보가 양립하지 않을 경우 진보정당을 지지하자고 했다. 문제는 정당 비례투표를 어떻게 할 거냐는 거였다. 이번 선거에 한해서 통합진보당 집중투표 방침을 정한 거다. 중집에서 결정했기 때문에 중집에서 재논의 할 수 있다. 전술적 연대였고 선거지지철회는 언제라도 가능하다."

- 사실상 중집에서는 지금의 통합진보당 지지를 철회했다고 봐야 하지 않나?
"우리는 특별히 당에 요구한 게 없다. 당이 정한 대로 하라는 거였다. 거기에 '격조있게 토론해 달라'고 덧붙였을 뿐이다. 현시점까지 당이 우리의 기대를 충족했다? 충족은커녕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당과 관계재정립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총선 이후로 미뤄뒀던 배타적 지지문제를 포함한 정치방침 재논의에 들어간다."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출당은 당에서 결정할 문제"

- 지금 공동대표단이 사퇴하고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섰다. 사무총장도 해임 됐고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도 권고한 상태다. 지금 상태로 지지철회를 하지 않을 가능성은 없는 건가?
"지금까지 나온 것은 최소한의 조치다. 이 정도도 못한다면 진보정당이 아니다. 민주노총이 만족하고 말고 문제가 아니다. 당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자정능력이 있음을 보여 달라는 거였다. 이제 최소한의 조치가 나왔고, 계속 지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그 뒤의 과정을 지켜보며 판단할 문제다."

-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의 사퇴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의원 1~2석이 그렇게 중요한가? 억울함을 주장하거나 마치 자기들이 범법자처럼 내몰리는 억울함이 있을 수 있다. 국회의원이 누굴 위한 자리인가. 충분히 정치적으로 부활할 수 있고 신원이 회복될 수도 있다. 그런 점을 깊이 고려해 줄 것을 기대한다."

- 두 사람을 출당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다. 내가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

- 중집에서 집단탈당이 논의될 수도 있나?
"탈당은 가장 쉬운 일이다. 가장 쉽고 가장 소극적인 일이다. 반면에 입당사업은 얼마나 힘들었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그만이지만 불타는 절을 바라보는 중의 심정도 있는 거다."

- 민주노총은 국민참여당 그룹을 진보정당 구성세력으로 인정하나?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대연합은 남한 현실에서 전술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진보정당이라 한들 유럽의 중도 우파 수준의 강령을 가지고 있다. 계급모순과 민족모순이 계속된 상황에서 자유주의 세력과 연대해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것은 전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 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노총에서는 국민참여당의 진보정당 참여를 우려했다. 지금사태를 보면 원래 진보정당을 꾸려오던 그룹이 문제를 일으키고, 상대적으로 유시민 대표 등 국민참여당 그룹이 상대적으로 성숙하게 문제를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게 역사의 아이러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유시민 대표는 상식에 기초해서 자기의 길을 일관되고 가고 있지 않나. 시민의 눈높이에서 가겠다는 거 아닌가. 그건 기본이다. 민주노총은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의 선통합을 반대해 왔다. 우선해야 할 게 있다는 거다. 원래 한 식구였던 진보신당과 합치고 난 후에 이 문제를 판단할 수 있다는 거였다. 그게 진보신당에 의해 부결돼 버리고 미완의 3자통합 형태로 온 것이다."

- 앞서 우려했던 노동중심성 약화는 자유주의 세력인 국민참여당과 통합되면서 예견됐던 게 아닌가?
"그렇다. 그 지점에서 민주노총이 반성해야 할 지점이 있다. 민주노총이 그렇게 호소했는데 진보신당과 통합도 안 되고 또 이렇게 됐나. 이후 3자통합에는 민주노총이 개입할 수도 없었다. 진보통합운동을 하면서 전체 노동자의 5%밖에 조직하지 못하는 민주노총이 지지율 5%인 민주노동당과 배타적 관계를 가지면서 서로를 힘들게 하고 있지 않나 고민이 됐다. 5%밖에 조직하지 못하는 대표성보다 더 많은 대상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고민이다.

민주노총이 당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 더 많은 의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유럽 진보정당은 노조 조직률이 60%에 달하기 때문에 노동조직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척박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의 개입력은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었다. 솔직히 민주노총이 잘 나갔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된다."

- 그렇게 약화된 노동중심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비대위에 적극 개입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심사숙고 중이다."

"분당? 지금은 먼저 나가면 지는 분위기 아닌가?"

- 위원장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질 것은 없나?
"내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국민들 앞에, 조합원들에게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민주노총을 믿고 당을 지지해주신 것에 무한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대중조직인 총연맹의 위원장으로 진퇴를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정치인도 아닌데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정말로 진심어린 사과와 충격을 받은 조합원들을 위로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상당히 많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

- 민주노총 현장조직에서도 집단 당가입이나 특정 후보에 비례대표 투표 강요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집단 당 가입운동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입당사업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거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책임져야 한다. 우리는 깨끗한데 너희만 더럽다고 하는 게 아니다. 소나기를 피하겠다는 게 아니라 같이 맞겠다는 이야기다."

- 분당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당에 있는 분들이 분당은 없다고 하니까 일단은 그렇게 본다. 지금은 먼저 나가면 지는 거라는 분위기지 않나?"

- 민주노총 사무총국 내에도 소위 당권파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 안하나? 지지철회나 어떤 조치가 있으면 그들이 크게 반발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대중조직답게 풀어야 한다. 여기는 당이 아니다. 사상과 정견이 당권파에 가까운 분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민주노총이다. 당에서 파견 나온 간부 아니라면 우리 민주노총 조직운영원리 규칙에 맞게 의사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 진행해 왔다. 연합정부까지 가는 플랜이 있었는데 이게 어그러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자다가도 이게 9월에 터졌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다. 역사가 그런 거 아닌가. 지금 스스로 억울하게 생각하는 분들, 진정성이 있고 옳다면 역사적으로 반드시 회복된다. 그런 게 없다면 어떻게 100년을 내다보고 정치를 할 것인가."

- 이렇게 큰 일이 터졌는데 일각에서는 입당운동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도 성폭력 사건 이후에 비대위 구성하고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다. 그 때 3개 공무원노조가 통합하고 연맹에 가입했다. 국민들이나 진보운동을 지지하는 분들은 바로 이런 진보정치의 공멸을 바라지 않는 마음이 있다. 이번 입당운동을 보면 통합진보당이 사당이 아닌 공당이라는 게 분명해진다. 고마운 일이다."

- 민주노총은 8월 총파업을 비롯해 쌍용차, 재능교육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민주노총이 현장투쟁 중심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당의 문제에 최소 개입했다. 민주노총이 최대로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다. 우리에게는 또 다른 책임이 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투쟁 현장이다. 8월 총파업계획을 수립하고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을 드높이고 발언권을 높여 진보정치의 올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8월 투쟁을 돌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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