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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인용'이라는 전여옥... "이것은 도작"

[인터뷰] <일본은 없다> 표절 의혹 제기한 유재순 < JP뉴스 > 대표

등록|2012.05.19 17:25 수정|2012.05.20 20:28
[기사 수정: 20일 오후 8시 30분]

표절 의혹을 둘러싼 소송기간만 7년이 훨씬 넘었다.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수차례 한국과 일본을 오갔다. 몸이 힘들어 진통제로 버티기도 했다. 그렇게 버틴 덕분이었을까?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뒤 "정계를 은퇴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현역 의원은 기어코 대법원에 상고했다.

2심 판결이 내려진 지 2년 4개월이 지난 18일에서야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18일 "유씨에게 전해들은 취재내용과 소재, 아이디어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이를 인용해 책을 저술했다"고 판결했다. 전여옥 국민생각 의원의 밀리언셀러 저서인 <일본은 없다>가 사실상 '표절'이라고 결론내린 것이다. 전 의원이 표절 소송에서 내리 '3패'를 한 셈이다.

"<일본은 없다>의 3분의 2가 표절이고 도작"

▲ 유재순씨. ⓒ 권우성

지난 2004년 6월 <일본은 없다>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유재순 < JP뉴스 >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인사동 케이알뉴스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전 의원이 대법원에 상고까지 한 것은 자신의 권력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전 의원은 권력지상주의자"라고 꼬집었다.

유 대표는 "전 의원의 <일본은 없다>는 3분의 2가 표절이고 도작"이라며 "<일본은 없다>에서 전 의원의 이야기는 교통사고 당한 일, 술집 이야기, 집 얻는 경험 정도"라고 거듭 표절을 주장했다.

하지만 전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한 전화통화에서 대법원의 '표절' 확정 판결에 "법이 모든 것의 잣대는 아니다"라며 "표절이 아니라 아이디어 인용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유 대표는 "전 의원은 1심 재판 때는 '좌파정권과 <오마이뉴스>라는 좌파언론이 유재순을 사주했다'고 했고, 2심 때는 '재판부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디어 인용이라고 하는데 나중에는 어떻게 (변명)하려나?"라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유 대표가 <일본은 없다>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후에 전 의원이 승승장구했다는 점이다. 전 의원은 한나라당 대변인을 거쳐 재선에 성공했다.

이에 유 대표는 "대한민국은 이상한 나라"라고 탄식했다. 그는 제수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태 새누리당 당선자와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인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을 언급하면서 "그런 사람을 뽑아주고 본인들도 그만두지도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정상적인 나라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지난 2010년 1월 2심에서 승소한 이후 전 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소송을 하려면 인지대 등 돈이 많이 들어가 그동안 청구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내 명예훼손, 정신적 피해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를 변호사와 상의할 계획"이라고 '역소송'을 예고했다.

이어 유 대표는 "전 의원은 1차는 <일본은 없다> 독자에게, 2차는 국민에게, 3차는 내게 사과해야 한다"며 "하지만 나는 전 의원이 사과하더라도 그것을 받아주지 않겠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유 대표는 "일본에서는 거짓말하면 책임지고 그만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다 오리발 내민다"면서 "그나마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와서 다행인 것은 전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복귀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유재순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정몽준 의원도 전 의원을 다시 기용하지 못할 것"

- 전여옥 의원이 2004년 소송을 제기한 이후로 전 의원을 만난 적 있나?
"7년여 동안 만난 적도, 전화통화 한 적도 없다."

- '표절' 확정판결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기쁘다고 하면 이상하지 않나? 당연한 일이니까. 사필귀정, 인과응보다. 뿌린 대로 거둔 것이다."

- 대법원 확정판결로 7년여의 표절 소송이 끝났는데.
"전여옥 의원이 헌법소원을 신청할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그나마 법원 최종 판결 나와서 다행인 건, 정치인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사실이다. 정몽준 의원도 전 의원을 기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 대법원은 "전해들은 취재내용과 소재, 아이디어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이를 인용해 책을 저술했다"고 판결했는데, 만족스러운가? 
"판결문을 다 보지는 못했다. 다 만족스럽지는 않다. 난 법정에서 전여옥 의원에게 말로 전해준 이야기는 (표절사례로) 거론하지 않았다. <일본은 없다>에서 전 의원 이야기는 교통사고 당한 일, 술집 이야기, 집 얻는 경험 정도다. (전여옥·유재순의 일본인 친구인) 세키네 히로코씨는 전 의원이 일본어 번역을 부탁했지만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알려줬다."

- 전여옥 의원은 오늘 "아이디어 인용"이라고 반박했다.
"1심 때는 좌파정권과 <오마이뉴스>라는 좌파언론이 유재순을 사주해서 표절을 주장했다고 했다. 2심 때는 재판부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인용 문제를 들먹인다. 나중에는 어떻게 하려나. 일본에 있을 때 전 의원이 3박4일간 우리 집에서 자고 갔다. 2~3개월 후에 책(<일본은 없다>)이 나왔다. 그때 복사해갔다. 그건 도작이다."

- 일단 대법원 판결로 전여옥 의원이 한 발 물러섰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전여옥 의원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KBS 기자 시절부터 있었던 전 의원의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전 의원이 특파원으로 나갈 때나 들어올 때 여기자들이 환송회나 환영회를 안 해줬다. 한 KBS 여기자는 나한테 "미친×한테 물린 셈 치세요"라고 말했다. 난 전 의원에게 도움받은 것이 없다. 오히려 전 의원의 이화여대 선배가 나에게 '전 기자가 어려운 상황이니 (일본의) 인맥을 소개해주고 여러 자료도 줘서 도와주라'고 부탁했다."

- 그런데 결국 전여옥 의원에게 배신당한 것 아닌가? 
"철저히 이용당했다."

"1심 때는 '좌파언론-좌파정권 합작품이라더니..."

▲ 전여옥 국민생각 국회의원(왼쪽)과 유재순 재일 르포작가 ⓒ 권우성


- 1·2심 패배에도 불구하고 전여옥 의원이 대법원 상고까지 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권력을 믿었을 것이다. 전여옥 의원은 권력지상주의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대법원 상고는) 당연하다. 1심 승소 이후로 <오마이뉴스> 등 언론과 접촉 안 한 이유는 전 의원이 1심 때 '좌파언론·정권과의 합작'이라 누명을 씌웠기 때문이다."

- 전여옥 의원 본인은 절대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분명한 도작이다. 허락도 없이 몰래 가져다 썼다. 전 의원은 뭐든지 인정하지 않는다. 1심 재판 당시 전 의원이 10명의 변호사에게 문의했는데 다 전 의원이 이긴다고 했다고 한다. 표절을 안 했다면서 왜 변호사에게 물어봤을까? 승패 여부를 10명에게나."

- 10명의 변호사가 뭐라고 했다고 하나?
"전여옥 의원이 이긴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졌다. 결국 여론에 떠밀려 소송한 셈이다. 난 일관되게 (표절을) 말했다."

- <일본은 없다>는 어느 정도 표절인가?
"3분의 2가 표절이다. 도작이다."

- 이전에는 "72꼭지 중 29개나 표절했다"고 주장했는데.
"전여옥 의원에게 말로 이야기해준 건 이의 제기를 안 했다."

- 전여옥 의원은 왜 표절했을까?
"세키네 히로코씨는 '전여옥 기자가 놀기만 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이 취재현장에 안 가서 내가 팩스 넣은 적도 있다. 그런데 전 의원도 동경 특파원으로서 열심히 일한 근거를 가져가야 하지 않겠나."

- <일본은 없다>가 출간된 직후인 1994년부터 표절시비가 일었다.
"서울에서 표절시비가 퍼진 걸 나중에야 알았다. 당시 난 컴퓨터가 없었다. <스포츠조선>에 칼럼을 썼는데 타이핑해서 송고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한참 지나 조중동이 다 인터뷰하자고 하더라. 왜 갑자기 각 언론사에서 인터뷰하려고 한지 몰랐다."

- 2004년에 비해 당시의 표절시비는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다.
"1994년 당시 몇몇 기자로부터 국제전화를 받았을 때 내가 이야기했다. 책에 나오는 세 가지만 확인취재 해보라고. 그러나 취재한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

- 2004년 <오마이뉴스>의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 전여옥 의원이 표절 의혹이 본격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그런데 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후 전 의원은 승승장구했다.
"대한민국이 이상한 나라다. 김형태 새누리당 의원의 제수 성폭력 의혹만 봐라. 그런 패륜도 없다. 문제는 (국민들이) 그런 사람을 뽑아주고, 본인은 그만두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당당하게 나온다. 정상적인 나라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통째로 논문을 베낀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도 당당하다. 대한민국, 정치권 자체가 이상하다."

- 전여옥 의원은 당시 이렇게 될 줄 몰랐을까? 
"100% 몰랐을 것이다. 내가 많이 변했다. 원래는 복잡한 일 터지면 도망가는 스타일이었다. (<일본은 없다>을 낸)지식공작소 부사장이 (일본에) 왔을 때도 '미안하다는 한 마디면 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아니다. 전여옥 의원은 내 성격이 유아무야할 것이라 생각했을 게다. 옛날에는 내가 손해보고 마는 스타일이었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았다. 전 의원은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1심 재판 때는 진통제로 살았다"

-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는 데까지 2년 4개월이 걸렸다.
"본인은 (법원에) 압력을 안 가했다고 하는데, 나는 주변에서 그랬다(압력을 넣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법원 쪽 아는 분들이 '골치아파 죽겠다'고 했다. 2심 때는 더 그랬다. 판사 3명 중 한 명이 내가 아는 기자하고 친구였다. 그 판사가 '아주 곤란하다'고 했다. 압력이 들어와서 판결하자니 자기가 22년 동안 법관생활한 게 뭉개지고, 법리대로 가게 되면 압력이 세고, 그렇게 이야기했다더라. 당시 나에게도 강제화해조정신청을 했는데, 안 했다. 전에는 마음이 약해져서 재판에 들어간 비용을 실비로 토해내면 화해한다고 했다. 전 의원은 화해하고 싶지만 실비는 못해주겠다고 했다."

- 표절소송이 7년 8개월간이 진행됐다. 그동안 뭐가 제일 힘들었나?
"1심 때 힘들었다. 1심 후반부터 100% 출석했다. 그런데 막상 출석하면 몇 차례 (재판을) 연기했다. 비행기값 들여서 온 나는 허탕 치는 것이다. 돈도 많이 들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인터뷰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해서 긁어 부스럼 만드냐'고 했다. 1심 때는 진통제로 살았다. 2심 때는 마음이 차분해졌다. 송호창 변호사나 전 의원쪽 변호사는 일본을 잘 모른다. 그러다보니 전 의원의 일방적 거짓말을 가지고 싸운다. 진실을 가지고 싸우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제가 참석하기 시작했다.

전 의원이 책에서 'TV 아사히를 보고 썼다'는 부분은 완전 거짓말이다. (재일교포 극우평론가) 오선화는 일본TV에 나온 적 없었다. 그 내용은 100% 나의 초고내용이다. 문장과 틀린 내용까지도 똑같다. 내가 TV아사히는 물론 타 방송까지 다 뒤졌지만 오선화가 나온 적은 없었다. 이것을 전부 비디오로 복사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런데 2심 때에도 전 의원은 자신이 TV보고 썼다고 주장했다. 그런 전여옥이 내가 재판에 100% 출석하자 거짓말을 못 하더라."

- 항소심에서도 이긴 이후 전여옥 의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못했다. (소송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 인지대도 어마어마하다. 김형태 변호사 웃으면서 '그냥 좋은 기분만 즐기세요'라고 말했다. 전여옥 의원이 저작권 소송 시효 끝난 그 다음날 소송을 걸었다. 공소시효가 끝난 후 책 팔린 것은 얼마 안되기 때문에 걸어봤자 별로 돈이 안된다는 거였다. 다만 내 명예, 정신적 피해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를 변호사에게 상의해보려고 한다."

- 전여옥 의원이 제기한 소송으로 어느 정도의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나?
"전여옥 의원은 <일본은 없다>로 돈 벌고 국회의원됐다. 세법으로 계산해봐야 한다."

"독자와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하지만 나는 사과 안 받아"

▲ 유재순씨. ⓒ 권우성

- 전여옥 의원이 대법원 확정 판결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1차는 <일본은 없다> 독자들에게, 2차는 국민에게, 3차 내게 사과해야 한다. 석고대죄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사과를 받아주지 않겠다. 이미 늦었다. 다만 걱정되는 게 있다. 전 의원 자식이 뭐라고 할까. 단 하루라도 엄마다운 엄마라고 생각했다면, 거짓말과 권력지향적으로 살 수 있었을까."

- 전여옥 의원은 올 2월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저는 정치인보다 글을 쓰는 작가에 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표절 의혹과 관련해) 나는 부끄러운 게 없다"고 말했다.
"웃음밖에 안 나온다. 전여옥 의원이 부끄러움이란 걸 느끼겠나." 

- 1·2심에서 전여옥 의원 의원이 패소했을 때 "책임지고 정계은퇴하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 말도 필요없다. (정계은퇴)하라고 해서 할 사람도 아니다. 수많은 욕과 비난, 비판을 받아도 끄떡 안 하는 사람이다."

-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낙선하면 정계은퇴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라 자연스럽게 정계를 은퇴하게 됐다. 
"난 절대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정몽준씨와 함께 다시 정계에 나올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마구잡이로 비판하는 사람이다. 정몽준씨가 대선에 나오면 자신을 대신해 박근혜 위원장을 공격할 사람으로 전 의원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이상, 정몽준씨가 전 의원과 손을 잡으면 그것이야말로 막장이다."

- 전여옥 의원이 정계은퇴하면 글 쓰는 일밖에 없을 텐데, 표절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이 사과도 하지 않고 다시 글을 쓴다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전여옥 의원은 상식이 안 통하는 사람이다. 합리적인 게 없다. <일본은 없다> 관련 기자회견에서는 심지어 '유재순이 도망갔다'고 했다가 '격려해줬다'로 말을 바꾸었다. 그런데 기자회견을 주최했다는 사람은 법정에서 처음 본 사이였다. 그 사람에게 '유재순 전화번호를 알고, 만난 적 있느냐?"고 물어보니 '모른다, 없다'고 답했다."

- 7여 년의 법적소송이 마무리됐다. 특별히 고맙고 감사할 분들이 있나? 
"주변사람들이다. 증인을 서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다들 자진해서 도와줬다. 그래서 미안하다. 잘린 사람들, 자의반 타의반 그만 둔 사람에게 죄송하다. 하다 못해 이혼한 전 남편도 증언해줬다."

- 밀리언셀러를 낸 대중정치인이 대법원에서 표절로 확정판결 받은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전무후무다. 전여옥 의원이 현직 국회의원에 있었기 때문에 (세 차례의 소송이) 가능했던 일이다. 일본에는 그런 일이 절대 없다. 거짓말하면 책임지고 그만두는 나라다. 일본은 항상 책임진다. 어느 유력 정치인의 뇌물사건이 터졌을 때 비서가 자살했다. 이렇게 누군가는 항상 책임진다. 당사자든 측근이든지.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 오리발 내민다."

"한 논픽션 작가가 내 이야기 쓰는 걸 포기한 이유"

- 이번 소송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이정표를 세웠다. 끝까지 온 이유이기도 하다. 전여옥 의원은 협박을 무섭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내가 아는 일본 외교관 부부가 있다. 동경특파원 시절 전 의원이 그 부부를 자기 집에 초대해 책을 쓰고 있는데 유재순이 도와줬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 그 부부도 주한일본대사관으로 왔다. 전 의원이 동경특파원 시절 그 부부에게 했던 이야기를 부인이 재판에서 증언했다. 그러자 그날 저녁 어떤 남자가 그 부인에게 전화했다. '입을 함부로 놀리면 혀를 잘라 놓겠다, 그리고 네 남편을 이 땅에서 추방시키겠다'고 협박했다. 나도 그 부부의 연락처를 몰랐고, 일본대사관도 함부로 연락처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심각한 협박이다."

- 이 사건은 전도유망한 한 르포작가의 삶을 망가트린 것 아닌가?
"나는 표절 혐의가 밝혀져서 괜찮다. 하지만 애꿎게 당한 사람들이 걱정이다. 그런 사람이 10명은 넘는다. 그 사람들은 자기가 본대로 이야기했을 뿐인데도 당했다. 그 고통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당시에는 출판저작권법이 제대로 확립 안 돼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중에라도 바로 잡아야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정치권, 언론 등 누구 하나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았다. 이후 한 논픽션 작가가 내 이야기를 쓰겠다고 했다. 내가 '전여옥 의원 협박에 견딜 자신이 있으면 협조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협박도 그런 협박이 없다'며 포기하겠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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