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주민 없는' 반쪽짜리 삼척 원전 주민설명회
한국수력원자력(주), '사전환경성검토서초안' 주민설명회 개최
▲ 설명회장 안을 꽉 메운 원전 찬성 주민들 ⓒ 성낙선
삼척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예정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환경성검토서초안설명회'가 25일 오전 9시 30분 삼척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 공동주최로 열렸다.
설명회가 시작되기 전에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이하 핵반투위, 상임대표 박홍표 신부)를 중심으로 원자력발전소에 반대하는 시민들 200여 명이 모여 오전 9시 전부터 설명회장 입구를 봉쇄했지만, 설명회가 예정대로 개최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 원전 찬성 주민들. ⓒ 성낙선
삼척문화예술회관 앞에서는 설명회가 개최되기 전부터 원자력발전소에 찬성하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민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두 집단 사이에 거친 말싸움이 오고 가면서 몇몇 반대 주민들이 찬성 주민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설명회가 열리는 삼척문화예술회관 앞 공터는 원전 찬성 측에서 이미 집회 신고를 낸 상태였다. 원전 찬성 단체인 삼척원전유치협의회 측은 "법대로 진행되는 집회에 질서를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반대 측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원전 찬성 측은 "지역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외쳤고, 반대 측은 "후손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라고 응수했다. 말싸움이 오가는 사이, 찬성 주민들이 설명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설명회는 결국 찬성 주민들이 행사장 안을 꽉 메운 채 반대 주민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에서 진행됐다. 반대 주민들은 설명회장 입구에서 출입이 통제됐다.
▲ 원전 반대 주민들 ⓒ 성낙선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는 사전환경성검토서초안을 설명하면서 15개 항목에서 대개 "환경기준을 만족했다"거나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주최 측은 설명회 결론에서 '녹지 8등급 이상은 최대한 원형을 보전(불기피한 경우 수목 이식)'하고, '온배수 영향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전환경성검토서초안을 발표하고 난 뒤 주최 측은 주민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질문에 나선 주민들은 마을 이장 등 마을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질문 내용은 주로 원전이 들어섰을 때 마을에 어떤 대책을 마련해줄 것인지, 주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지에 집중됐다.
▲ 사전환경성검토보고서초안 내용 일부. '환경기준만족'이라고 쓴 붉은 글씨가 보인다. ⓒ 성낙선
주민들 중에는 "원전을 유치하게 되면 주민들이 입을 혜택이 '주민 대학생 자녀 장학금 지급', '전기료 50% 감면'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런 내용을 알고 있는 주민들이 별로 많지 않다"며, "한수원은 그런 것들을 좀 더 열심히 홍보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질문자들 중에서 반대 의견을 밝힌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그는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른 나라들은 원전 끄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원전 밀도를 더 높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반대파를 놔두고 설명회를 여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객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장에는 강원대 삼척캠퍼스 학생들이 수십 명 동원됐다. 학생들은 "주민설명회를 듣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설명회가 진행되는 중간에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행사장을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설명회는 오전 10시 18분에 끝났다. "마지막으로 질문이 없느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객석에서 "질문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회자는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27일까지 설명회초안을 공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자는 "주민들이 초안을 공람한 후 비치된 양식에 의견을 남겨주면 사전환경성검토서에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설명회가 끝난 뒤, 설명회장을 빠져나가는 주민들에게 7천 원짜리 식권이 배포됐다.
핵반투위는 이날 주민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삼척시의회를 찾아가 계란 300개를 투척하는 시위를 벌였다. 핵반투위는 삼척시의회에 "즉각적인 임시회소집과 주민투표발의를 촉구"했다.
▲ 원전유치협의회에서 설명회 참석 주민들에게 나눠준 식권.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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