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편하다고?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는 투잡(Two job)이 아니고 포잡(Four job)한다
▲ 해발 500m(?)에서 재배한 전국 최고의 청정 곰취 ⓒ 신광태
"이 곰취 사진을 찍어서 트위터에 올려 주시면 안될까요?"
"그렇게 해 드리는 건 어렵지 않은데, 사진만 찍을테니 이건 다시 가져가세요."
지난 25일, 한 노인이 곰취 한 박스를 사무실로 가져와 판매를 위한 홍보를 해 달랜다. 이 노인이 트위터를 어떻게 알았을까!
"그런데 할아버지! 트위터를 어떻게 아세요?"
"선생님께서 라디오 인터뷰할 때 트위터를 이용한 홍보 어쩌구 하는 걸 들었어요."
아마 어르신께서는 지난번 라디오를 통해 '트위터를 이용한 홍보 이렇게 하면 된다' 라는 내 인터뷰를 들으셨던 모양이다.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도는 해 볼게요. 그런데 어떻게 소개를 하면 될까요?"
"곰취밭이 해발 300m 정도에 있으니까 그렇게 소개해 주시면 될 거 같은데요"
"그러지 말고 500m 정도로 합시다. 그래야 신선함이 강조되니까요"
순진한 할아버지를 내 사기 행각(?)에 동조시켰다. 어떻게든 많이 팔게 만드는 게 목적이니까 까짓 300m면 어떻고, 500m면 어떠냐 싶었다.
나는 투잡이 아니고 포잡 합니다
▲ 트위터 홍보 ⓒ 신광태
"오마이뉴스 기자까지? 투잡 하시는거에요?"
"아뇨, 포(4)잡 합니다"
트위터에서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 링크를 본 어느 팔로어 분의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생각해 보면 포잡이 맞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KBS통신원, 관광해설사, 공무원. 그런데 크게 돈이 되는 게 없다는 쪽에서 보면 꼭 포잡은 아닌 듯 하다.
"공무원은 다 편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요."
트위터에 재미로 우리부서 5월 행사 일정표를 올린 것을 보고 어느 분께서 건넨 말이다. 오마이뉴스는 보다 정확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고, 라디오 통신원 또한 지역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일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지역 이야기를 찾아내 소개한 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벌써 이 일을 2년째 해 오고 있다. 덕분에 지역에 대한 연구와 밀착 취재하는 습관도 얻었다.
관광 해설사는 스스로 자처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관광정보를 알려주기 싶어서다. 주로 축제 이야기, 자전거 100리길, 파로호 뱃길여행, 평화의 종, 감성마을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투어를 마치고 돌아가신 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화천여행을 추천 하면서 "안내는 꼭 ○○○에게 받아라"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조직에서 몇 명만 미치면 지역이 발전한다
▲ 5월 중 우리부서 행사 일정표 ⓒ 신광태
"휴일에도 일하면 부인이 뭐라고 하지 않나요?"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으면, 집사람이 나를 포기해요"
농담처럼 대답했지만, 아내의 이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듯싶다. 화천군을 보면 군수나 부군수가 지역발전을 위해 휴일도 없이 미쳐있다. 그러다 보니 실과장들도 미쳐야 한다. 더불어 따라하는 몇몇 직원들도 생기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다고 봉급 더 받는 것도 아니고,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해요?"
도시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골 공무원들은 상황이 다르다. 한밤중에 '수돗물이 안나온다, 가로등이 고장났다' 라는 전화를 받으면 당연히 달려 나와야 하는 것이 시골 공무원들이다. 휴일에 '관광지 화장실이 지저분하다, 자전거를 빌렸는데 고장이 났다' 등의 전화를 받아도 나와서 해결해야 한다. 그러니 차라리 휴일에 출근을 하는 것이 편하다. 나와서 멍하니 사무실을 지키는 것 보다 뭔가를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무보수 관광 해설사를 자처한 이유이다.
"예를 들어서 진급대상자가 두 명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한명은 똑똑한데 춘천에 살고, 한명은 덜 똑똑하지만, 화천에 산다면 나는 덜 똑똑한 놈을 진급 시키겠다."
어느 날 정갑철 화천군수가 참모회의 석상에서 한 말이다. 화천은 지리적 여건상 춘천에서 30분이면 올수 있는 위치다. 그러다 보니 문화적 혜택이나 아이들의 교육문제 때문에 춘천에서 출퇴근 하는 직원들이 60%에 이른다. 때문에 지역상인들은 '공무원들이 화천에서 돈 벌어서 춘천에서 쓴다' 라는 말을 쉽게 한다. 그렇다고 주거의 제한을 말할 수는 없다. 한밤중에 어떤 급한 민원이 발생해도 춘천에 사는 직원들을 들어오라고 할 수도 없다. 이런 답답한 심경을 정군수는 함축적으로 그렇게 표현했다.
트위터, 지역홍보 때문에 시작했다
▲ 어느 직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정갑철 화천군수에 대한 평. ⓒ 신광태
"공무원이 자신이 담당한 분야만 잘하면 되지,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
트위터를 이용한 홍보를 말하는 내게 어느 직원이 한 말이다. 축제나 관광에 있어서 시설도 중요하지만 홍보는 가장 중요한 일로 꼽는다. 따라서 열심히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사 또는 기자에게 보낸다. 그런데 그 언론에서 기사로 다루어 주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어떻게든 알려야 하는데, 지휘부에서는 내 무능을 생각하는 것 같다.
"어차피 국민에게 알릴 용도로 언론을 이용하는 거라면 다른 방법도 있을 것 같다" 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트위터를 이용한 홍보이다. 블로그에 자유롭게 쓴 글을 트위터에 연동하는 방식. 오마이뉴스에 채택된 기사 또한 트위터에 연동한다. 이보다 더 효과적인 홍보가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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