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않은 편지', 박완규는 왜 용서를 구했을까?
[TV리뷰] <나가수2>, 박완규가 지독하게 슬픈 5월에 바치는 곡
▲ 지난 5월 27일 MBC <일밤-나는가수다2>에서 고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불러 화제가 된 가수 박완규 ⓒ MBC
"감히 제가 그 노래를 부르는 것을 광주시민께 용서를 바란다. 오월에 꼭 부르고 싶은 노래다."
지난 21일 광주에서 열렸던 '도가니' 콘서트 무대에 나선 박완규가 콘서트 장을 찾은 광주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한 한마디가 SNS 상에서 뒤늦게 화제다. 박완규는 27일 MBC <일밤-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 '5월의 가수전'에서도 이 곡을 열창했고,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왜 '부치지 않은 편지'를 부르기 전에 광주 시민들에게 먼저 용서를 빌어야했을까. 그리고 왜 박완규에 의해 재해석된 이 곡은 <나가수> 무대가 끝나고 난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것일까.
'부치지 않은 편지', 고 김광석의 노래 그 이상
박완규는 <나가수2> 무대에서 "오늘 곡은 부르면서 아플 곡이다"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5월 중에라도 이 노래를 많이 들어주었으면 하는 속내를 비추었다.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특별히 제작한 한글이 빼곡히 적힌 새하얀 의상은 박완규가 27일 무대를 통해 드러낼 슬픔을 더욱 극대화했다.
무대에 오른 박완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도 벗어던졌다. 시종일관 진지한 그의 표정은 가뜩이나 슬픈 노래의 비장함을 더한다. 특히나 노래 중간에 손목에 흰 헝겊을 매고 나와 펼치는 퍼포먼스는 흡사 억울하게 하늘로 떠난 영혼을 위로하는 씻김굿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 지난 27일 방영한 MBC <일밤-나는가수다2> 한 장면 ⓒ MBC
힘겹게 노래를 마치고, 무대 아래로 내려온 박완규는 "내 노래에 단 1%의 사심도 들어가지 않게 하기위해 노력했다" 면서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박완규가 선택한 '부치지 않은 편지'는 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 김광석의 노래 그 이상의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누군가에게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삽입곡이기 이전에 80년 광주의 아픔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3년 전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추모곡일 수 있다.
때문에 박완규의 '부치지 않은 편지'는 정작 부르는 가수의 사심이 단 1%도 들어가지 않았다 해도, 그의 목소리에서 읊조리는 가사와 음률만으로도 수많은 이들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32년이 지나도록 '부치지 않은 편지'
계절의 여왕 5월은 참 아름다운 달이다. 지난겨울 모진 시련 잘 이겨내고 화려하게 피어오른 꽃망울처럼 화사하고 싱그러운 계절.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에 바람 잘 날 없는 대학가도 5월만큼은 상큼한 젊음을 만끽할 수 있는 축복의 달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5월은 화사한 날씨와는 다르게 우리에게 '아픈 손가락'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창 장미꽃이 만개할 때,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무고한 생명들이 총칼에 짓밟혀 장미보다 더 붉은 피를 쏟아냈다. 2009년 5월에는 한 남자가 이름 모를 바위에서 조용히 뛰어내린 이후 5월은 점점, 마냥 행복할 수 없는 잔인한 추억을 남기고 또 그렇게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 때 흘렸던 눈물과 가슴 깊숙이 베어버린 상처에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싹터 곧 아물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나고, 32년이 지나도 5월은 아름다우면서도 잔인하고 슬픈 계절일 뿐이다. 가장 아름다운 5월에 소중한 이를 먼저 떠나보냈다는 죄책감으로 토해낸 한 편의 시는 '부치지 않은 편지'로 남은 자들의 마음을 짓누르게 한다.
이제 5월도 끝나고, 어느 덧 6월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 해 한 해 가고 시간이 지나도 우리는 32년 전 5월에 흘렸던 눈물들을 제대로 닦아 주지 못한 채, 3년 전 또 하나의 아름다운 사람을 가슴에 묻었다.
이제는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가 정말 뒤돌아보지 않고 잘 가도록 편히 보내줘야 할 때다. 더도 말고 딱 박완규의 바람대로 딱 4일 남은 2012년 5월만큼이라도 '부치지 않은 편지'를 들으며 '이승에서의 남은 사람들 걱정 말고 하늘에서 잘 계시라'고 마지막 씻김굿이라도 올려 드려야할 것 같다.
하지만 5월에 먼저 떠난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제대로 달래주지 못한 우리들의 마음은 여전히 '부치지 않은 편지' 상태이다. 아니 어찌 그 분들을 잊을 수 있을까. 아름다운 5월이 되면 더더욱 생각나는 슬픈 그 이름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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