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정겨운 간판이 이문동엔 있었네

50, 60년 전의 간판을 오랜만에 만나는 기쁨

등록|2012.05.28 15:08 수정|2012.05.28 15:08
요즘 우리나라가 국제화 되어서인지 아니면 영어를 국어처럼 쓰기를 바라는 지도자들의 요구에 맞추어서인지 점점 거리의 간판까지도 영문이 많아지고, 대부분이 영어식의 간판을 달고 있다. 어쩜 '촌스럽게 옛날식을 고집하면 무엇해!' 하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신촌, 홍대입구 등 대학가에는 숫제 영어건판 투성이가 되었다. 젊은이들을 상대로 하는 예식장 같은 경우 거의 모든 예식장이 "웨딩홀"이 되었고, 예식장이라는 이름을 쓰는 곳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그리고 이름도 "이화" "청기와" 등의 몇몇 곳을 제외하면 모두 바뀌어서 '퀸즈' '컨벤션' '하우스' '팰리스' '갤러리' 같은 낯설은 이름들을 쓰게 되었다.

숫제 시골 사람들이 온다면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여기가 우리나라 서울이 맞는가 싶을 만큼 간판들이 모두 영어식이 되었고, 영어로 쓴 간판들도 수두룩하게 많다.

이런 사회에서 전혀 남의 눈치 살피지 않고 예전식의 간판을 그대로 달고 영업을 하는 집을 발견하고서 너무나도 반가웠다. 간판만 옛날식이 아니라, 용어도 옛 표현 그대로 써서 정말 오랜만에 만난 30, 40년 전의 초등학교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움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문도장포50, 60년 전의 정겨운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는 간판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 ⓒ 김선태


"이문도장포". 요즘 정말 보기 드문 간판이다. 어지간한 은행 거래도 공문서에도 도장을 쓰지 않고 '사인(서명)'으로 처리가 되는 시대에 1950, 60년대 식의 '도장포'라는 이름이 그렇게 반갑고 정겹다. 요즘 누가 이곳에 와서 청첩장, 고무인, 명함, 문패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분명 간판은 그리 낡지 않은 것으로 보아 새로 고쳐 단 것이 얼마 되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그런데도 주인님(간판을 보아 옛것을 지키시는 것 같아서 사장님이라 부르지 않겠음)은 이렇게 예스러운 이름으로 분명하게 그리고 깨끗하고 단정하게 간판을 내걸었으니 참으로 보기 좋고 감사하다.

요즘 사람들 같으면 "이문 기획"이나 "이문 stamp", "이문 boudoir" 등으로 멋을 부렸을 법하지만. 이렇게 예스러운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정겹고 자랑스러워 보였다.

이문초등학교에서 그 쪽 편으로 예술종합학교 방향으로 몇 십 미터 거리에 위치한 '이문 도장포' 주인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같은 이름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블로그,시니어파트너즈 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