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고물 수집하지만, 마음만은 부처"

[인터뷰] 전국고물상연합회 안정일 회장

등록|2012.05.28 16:37 수정|2012.05.28 16:37

현수막충북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194번지에 소재한 하늘사랑 야영장에 걸린 현수막 ⓒ 하주성


충북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194번지에 소재한 하늘사랑 야영장. 속리산 자락에 인접한 이곳은 주변에는 화양계곡과 선유계곡, 쌍곡계곡 등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계곡들이 있어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5월 26일(토), 부처님오신 날이 월요일이라 황금연휴라는 휴일을 맞아 길에는 차들이 늘어서 있다. 멀지 않은 길이지만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 드나들며, 하늘사랑 야영장에 도착한 것이 낮 12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벌써 야영장에는 전국에서 찾아든 전국고물상연합회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모임전국에서 모여든 고뮬상연합회 회원들이 음식을 나누고 있다 ⓒ 하주성


일 년에 한두 번 모인다는 회원들은 각자 차에서 먹을 것을 꺼내놓으며 웃음으로 인사한다. 많은 사람들 중에서 안정일(남, 44) 전국고물상연합회장을 만났다.

가족들에게 늘 미안해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에서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안 회장은 이번 나들이가 가족들을 위한 나들이라고 밝혔다.

"저희 고물상 연합회의 회원들은 일 년 동안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 가족에게 미안하죠. 그래서 일 년에 이렇게라도 단 하루지만 가족들을 위해 모입니다."

이날은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경상도 등 전국에서 회원들이 모여들었다. 마침 황금 연휴라 길이 막혀 제 시간에 도착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오후 1시가 되자, 100여 명이 넘는 회원들이 가족과 함께 모였다.

안정일 회장전국고물상연합회를 태동시킨 안정일 회장(남, 44세) ⓒ 하주성


주최 측에서 준비한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회원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넘친다. 그저 가족들과 함께라는 것이 이리도 즐거운가 보다.

"저희 네이버 카페에는 회원이 1만5000명 정도가 됩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 정말 고물상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8700명 정도인 것 같아요. 오늘 비록 회원들이 다 참석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국에서 이렇게 달려와 준 것만 해도 고마울 따름이죠."

연신 행사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챙기기에 바쁜 안정일 회장. 그러면서도 멀리서 달려 온 회원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인사를 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고물상연합회원들은 오히려 세상을 잘 산다고 하는 사람들보다 끈끈한 우애를 가진 듯하다.

가족늘 시간이 없어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회원들은 일년에 두번 가족 전체모임을 갖는다 ⓒ 하주성


고물상연합회를 태동시킨 장본인

회원 8700명의 전국조직인 전국고물상연합회는 순전히 안정일 회장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안 회장이 자신의 직업과 관련해 2008년부터 만든 인터넷 카페 '고물상'의 회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급속도로 발전해 전국고물연합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안 회장은 "이 모임은 전국 고물인들이 정보 교환과 화합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어떠한 정치적 색채를 띠어서도 안 된다. 만일 회원 중에 그런 분위기가 나는 사람이 있으면 단호히 퇴출"이라고 한다.

"우리 연합회는 전국 6개 권역별 지역 모임을 구성하고 각 지역장과 지부장을 두고 있습니다. 연합회는 매월 지역별 모임과 매년 2회 전국 모임을 갖고 있죠. 사실 폐지 등을 수집해 갖고 오시는 분들 중에는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분들의 권익을 위해서라도 이런 모임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죠."

운동회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어우러져 운동회를 갖는다 ⓒ 하주성


고물인의 위상 찾기에 나설 터

이렇게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자원봉사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안 회장은 고물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의 필요성을 회원들에게 설득하는 한편, 폐가전처리법이나 폐기물처리법 등 지금의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을 개정하는 운동을 하기도 했다.

"우리 연합회는 앞으로 고물인들의 위상을 찾고, 전국의 고물인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구심점을 만들겠습니다. 또한 고물수집을 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자원봉사도 병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리 연합회는 고물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는 정치색이 없는 단체로 남아, 사회의 등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입장온둥회를 하기 전에 각처에서 모인 회원들이 도열해 있다 ⓒ 하주성


지역으로 구분을 해 각종 시합을 벌이는 사람들. 오랜만에 아이들도 자신들이 속해있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아마 이들 모임이 이렇게 야유회를 통해 더 끈끈한 정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몸소 실천을 하고자 하는 안 회장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경기리포트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