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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말리는 민주당 전대, '문재인-김두관' 승부로?

이해찬-김한길, 대권주자 놓고 설전... 김두관 "<한겨레> 문재인 편" 트윗글 논란도

등록|2012.05.28 18:40 수정|2012.05.28 18:40

▲ 지난 26일 오후 창원 문성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경상남도당 임시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선출대회"에 참석한 이해찬, 우상호, 김한길 후보가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 윤성효


민주통합당의 당대표 경선이 초박빙으로 진행되면서 이번 선거 결과가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세 대결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당대표 경선의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이는 이해찬 후보다. 하지만 김한길 후보가 81표 차로 이 후보의 뒤를 바짝 쫓아가고 있다. 특히, 김 후보는 7차례 진행된 지역별 경선에서 5차례나 이 후보를 꺾으며 '이해찬-박지원 연대'의 대세론을 꺾었다.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체제' 하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는 문재인 상임고문에게 켜진 적신호이기도 하다.

"김한길 뒤에 김두관 있다" VS "대선주자 끌어들이는 건 자해행위"

이 후보 측은 이 같은 초박빙 상황을 김두관 지사 측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이해찬 후보 선대위의 양승조 총괄본부장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두관 지사가 이번 당 대표 경선을 본인이 나설 대선의 전초전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번 경남지역 경선에서 (이 같은 생각은)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한길 후보가 친노 성향이 강한 경남지역에서 258표를 얻어 이해찬 후보(150표)를 크게 제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 후보 측은 김 후보가 경남 뿐만 아니라 울산, 대구·경북 지역 등 영남권 경선에서 대부분 승리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었다고 본다. 심지어 김 지사와 가까운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대구·경북지역 경선에서 김한길 후보의 승리를 도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김한길 후보 측은 이에 정면 반박하고 있다. 김 후보 측의 정성호 대변인은 2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도부를 선출하는 경선과정에 대선주자를 끌어 들이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이른바 '이해찬-박지원 역할 분담론'이 문제됐다고 해서 여기에 문재인 상임고문이 관여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전대가 각본이나 기획에 의해 움직인다는 느낌을 국민에게 줄 때 가장 큰 피해자는 문 고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런 상태에서 한 발 더 나가 당 유력주자 중 한 사람인 김두관 지사까지 끌어들여 짝짓기를 한다는 건 당의 유력주자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김한길-김두관 연합설'을 정면 부인했다.

그는 "김 지사는 스스로 경남도당대회에 와서 (경선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특정후보를 지원할 수 없는 대선주자"라며 "김 지사 본인도 범친노 세력과 당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특정 후보를 도울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김두관 "<한겨레>는 문재인 편" 트윗 올렸다 삭제... 대권 신경전 모락모락

▲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지난 27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한겨레는 원래 문재인편, 수도권 친노에게 촉구선언 수준"이란 글을 남겼다가 28일 오전 해당 글을 삭제하고 "[계정관리자] 계정관리자의 실수로 잘못된 글이 올라갔다"고 해명했다. ⓒ 이경태


그러나 이번 경선을 대선주자 간 전초전으로 읽는 시각은 여전하다.

특히 김 지사는 지난 27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한겨레는 원래 문재인편, 수도권 친노에게 촉구선언 수준"이란 글을 남겼다. <한겨레>의 '김두관 VS 문재인. 영남 대리전' 기사에 대한 반응이었다. 비록 김 지사가 이날 오전 해당 글을 삭제하고 "[계정관리자] 계정관리자의 실수로 잘못된 글이 올라갔다"고 해명했지만 당대표 경선을 계기로 대선주자 사이의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일이었다.

앞서 김 지사가 지난 24일 민주당 인사들과의 모임에서 "4.11 총선 패배의 책임이 한명숙 전 대표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문재인 상임고문 등에도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단 언론보도도 나왔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경남은 억지로라도 경선을 붙였는데 부산은 '낙동강 벨트'라고 해서 단수공천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 흥행에 차질이 생기고 활력을 잃었다"며 부산·경남 지역 총선을 사실상 총괄지휘한 문 상임고문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조선일보가 또 야권분열공작에 나섰군요, 저와 문재인 의원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애를 쓰네요"라며 "예전에는 노무현 죽이기를 하더니 이제는 교묘하게 김두관 죽이기를 하는군요"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두관, 12일 출판기념회... "한국의 룰라가 되고 싶다" 

하지만 김 지사의 '속내'에 대한 설왕설래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김 지사는 내달 9일 자신의 정치철학과 비전을 담은 책 <아래에서부터>를 출간하고, 12일 창원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기로 했다. 김 지사의 본격적인 대권행보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지사는 부제가 '신자유주의 시대, 다른 세상을 꿈꾼다'인 이 책에서 "한국의 룰라가 되고 싶다"며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을 롤 모델로 내세우기도 했다.

한편,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대표 경선의 대권주자 대리전 양상에 대해 "(문재인-김두관) 둘이 싸워야 흥행이 된다"며 개의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한 오찬간담회에서 "어차피 둘 다 PK(부산·경남) 출신이고 친노다, 금도를 지킬 것"이라며 "두 사람이 싸운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내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전 대표와 엄청 싸웠지만 지금은 만나면 손잡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어, "한 방 붙어야 흥행이 된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표만 찍어내지 않나"며 "붙어서 김두관, 문재인,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중 누가 나은지 묻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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