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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봄은 '이것'에서 시작합니다

죽순과 가모가와 강가에서 시작되는 교토의 봄

등록|2012.05.28 20:53 수정|2012.05.28 20:53

▲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는 기온입니다. 기온에는 전통적인 볼거리와 가모가와 강이 있기 때문입니다. ⓒ 박현국


5월 27일 일요일 교토 중심가 기온(祗園)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의 명동이 유명하고, 도쿄의 긴자가 유명한 것처럼 교토에서는 기온이 유명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구경을 오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벚꽃이 필 무렵 기온 뒷길에서 자동차가 질주하여 열 명 이상이 죽거나 다치기도 했습니다.

▲   시조 다리에서 내려다 본 강 아래 하루 쪽 풍경입니다. ⓒ 박현국


그러면 기온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기온에는 가모가와(鴨川) 강이 있습니다. 가모가와 강은 교토 북쪽에서 남쪽으로 흘러가는 강입니다. 그 한 중심에 기온이 있습니다. 지금은 강 양쪽으로 둑이 있어서 강이 그렇게 넓지 않습니다.

▲   가모가와 강가에서 추던 이즈모 오쿠니의 동상입니다. 사람들은 일본 가부키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 박현국


옛날 가모가와 강가에서 장이 서고 사람이 모이면 춤꿈들이 춤을 추었다고 합니다. 그 강가에서 추던 춤이 가부키 원조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때 강가에서 춤을 추던 이즈모(出雲)의 오쿠니(阿國) 사람의 동상을 세워놓았습니다. 지금은 가모가와 강가에 가부키 공연장을 지어놓고 그 자리에서 가부키를 즐기고 있습니다.

▲   가모가와 강가에 자리 잡은 가부키 공연장입니다. ⓒ 박현국


주말이면 젊은이들이 가모가와 강가에 모여 나와 강가에 앉아서 젊음을 속삭입니다. 누가 자리를 지정해주지 않아도 그들이 앉는 간격은 늘 거의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유가 있는 사람은 강둑에 자리 잡은 술집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거나 먹거리를 먹을 수도 있습니다.

▲   가모가와 강이 자연의 강이라면 다카세가와 강은 사람이 판 운하입니다. 가모가와 강 옆에 운하를 만들어 물자를 운반하거나 사람들이 노는 곳으로 300 년간 이용했다고 합니다. ⓒ 박현국


교토 기온에는 가모가와 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모가와 강이 자연의 강이라면 사람들은 자신의 손으로 강을 만들어서 물자를 운반하거나 즐기기도 했습니다. 그 강은 다카세가와(高瀨川) 강입니다. 이 강은 니조 부근에서 후시미까지 9.7킬로미터로 1920년까지 300 년간 운하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   시조 큰 다리에서 내려다 본 가모가와 강 위쪽 상류 쪽 강변 모습입니다. ⓒ 박현국


교토는 동쪽과 서쪽, 북쪽에 산으로 가로막혀 있는 분지로서 겨울이 비교적 따뜻합니다. 따뜻한 곳에서는 예로부터 대나무가 잘 자랍니다. 그리고 5월부터는 죽순이 많이 납니다. 그래서 이때에는 죽순 요리가 인기가 있습니다.

▲   죽순이 나오기 시작하는 늦봄 시내 이곳저곳에서 막 캐온 죽순을 팔고 있습니다. 이때에는 쌀겨도 같이 끼어줍니다. 보통 25-30 센치미터 길이로 굵기에 따라서 값이 달라집니다. 사진은 중간 크기입니다. 이것보다 굵은 것은 300엔, 가는 것은 200엔입니다. ⓒ 박현국


죽순 눈이 나오기 시작하면 하루에 키가 30센티미터쯤 자라서 10일 정도면 다 자랍니다. 그리고 점점 굵어지고 가지가 자라고 잎이 펼쳐집니다. 따라서 죽순 속에는 대나무 전체의 기운이 농축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봄철의 대표요리는 대나무 뿌리 즉 죽순요리라고 합니다. 죽순은 아직 땅에 순이 나오기 직전 뿌리를 캐는 것입니다. 이것을 캐서 바로 요리하지 않고 쌀겨와 같이 물속에 넣고 삶은 다음 여러 가지 요리를 합니다. 특히 죽순의 껍질 채 삶아야 하는데 이것은 껍질 속에 죽순의 섬유질을 부드럽게 해주는 성분(亜硫酸塩)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세상의 봄은 북반부 온 지역에서 시작되지만 교토의 봄은 가모가와 강가에서 젊은이들의 모습과 봄과 더불어 올라오는 죽순에서 시작됩니다. 봄은 시작되자마자 추위와 더위가 반복되더니 이제 초여름에 성큼 다가가고 있습니다.

▲   가모가와 강과 다카세가와 강 사이에 있는 폰토초(先斗町)입니다. 강이 정비되어 둑이 생기면서 그 사이에 만들어진 마을이라고 합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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