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되고픈 그대에게 이 운동을 권합니다
잡구로 하나된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40기
▲ 잡구 경기 시작 전. 게임 규칙을 설명하는 오연호 대표기자 ⓒ 이상규
축구, 농구, 배구를 동시에 하는 경기가 있다? 믿기 어렵지만 존재한다. 이 경기의 명칭은 잡구(雜球). 이 종목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창안했다.
잡구 경기란 구기종목으로, 배구공을 사용해 축구골대에 슛을 던지는 게임이다. 한 팀당 남녀가 섞여 적당한 인원으로 구성된다. 패스와 슛은 보통 손을 사용하며 발은 원칙적으로 사용이 금지된다. 이때 여자는 모든 행동이 가능한 반면, 남자는 세 걸음 이상 걷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 남자는 전진 패스만 가능하다. 경기 시간은 전후반 각각 10분씩 진행된다.
오기만 40기 26명의 학생들은 가발(가슴뛰는 기사, 발로뛰는 기자)팀과 깨소금(깨어있고, 소양있는, 금시대 언론인)팀으로 나눠 경기를 시작했다.
▲ 환호하는 가발팀 ⓒ 이상규
먼저 골문은 열어젖힌 것은 가발팀이었다. 전반 6분 가발팀의 지남주(여) 선수는 장양수(남) 선수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아 수비가 없는 틈을 타 송곳같이 매서운 슛을 던져 골망을 흔들었다. 승부의 추가 기운 순간이었다. 이후 깨소금 팀은 차츰 무너지는 듯했다.
가발팀의 압도적인 볼 점유율로 전반전이 끝나고 5분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경기는 재개됐다. 후반 2분 엄청난 팔 힘을 자랑하는 소방관 출신 구진만(남) 선수의 롱패스를 받은 조시연(여) 선수는 가발팀의 빗장수비를 뚫고 가까스로 볼을 던져 슛을 성공시켰다. 1:1 동점, 승부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 역전하는 깨소금팀 ⓒ 이상규
그리고 후반 5분, 영웅이 탄생했다. 바로 깨소금팀의 황혜원(여) 선수다. 황 선수는 경기장 중간에서 볼을 패스 받은 후 무려 15m 정도를 단독으로 드리블을 해나갔다. 가발팀의 수비를 무력화한 황 선수는 드디어 골키퍼와 일대일 대치상황을 맞이했고, 골대 오른쪽 깊숙이 대포알 슛을 던져 성공시켰다. 깨소금팀의 환호와 가발팀의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황 선수는 골을 성공 시킨 후 "내 몫을 해냈다는 안도감에 마냥 기쁘고 후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부상을 입은 박정미 선수(가운데) ⓒ 이상규
하지만 이대로 무너질 가발팀이 아니었다. 후반 7분 가발팀의 날쌘돌이 공격수 박정미(여) 선수는 같은 팀 최지문(남) 주장의 보호하에 빠르게 움직이며 차츰 깨소금팀 진영으로 전진했다. 하지만, 이때 사고가 발생했다. 치밀한 작전으로 전진한 박 선수가 깨소금팀 수비 중심인 노용래(남) 선수의 파울로 크게 넘어져 팔뚝에 찰과상을 입고 만 것. 이때 상황에 대해 박 선수는 "아찔하고 많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결국 노 선수는 오연호 주심으로부터 옐로우 카드를 받았다.
그 후 3분 동안 가발팀과 깨소금팀은 장군 멍군을 반복했고, 오연호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마무리됐다. 스코어는 2:1, 승리는 깨소금팀이 차지했다.
경기를 관람한 허영진씨는 "이기고 지고를 떠나 운동을 통해 오기만 40기가 하나되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라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 경기를 관람하는 오연호 대표기자 ⓒ 이상규
한편 잡구(雜球)의 창안자이자 이날 경기의 주심을 본 오연호 대표기자는 "기자는 매끄러운 글 솜씨와 날카로운 시각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며 "이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고된 기자생활을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을 동시에 지녀야 비로소 제대로 된 기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기자를 꿈꾸는 오기만 학생들에게 잡구(雜球)는 최고의 스포츠가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다음 잡구경기는 오기만 41기가 입학하는 6월 말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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