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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로 유방암 진단... "방사선보다 안전"

방통위-ETRI, 암 영상 진단 기술 개발... 임상시험 거쳐 2017년 상용화

등록|2012.05.29 15:13 수정|2012.05.29 15:13

▲ ETRI에서 임상시험에 사용한 전파 이용 유방암 영상진단시스템 . 검은 원 부분에 가슴을 갖다 대면 전파를 쏴 암 조직 여부를 진단한다. ⓒ ETRI 제공


전파로 유방암을 진단할 수 있는 신기술이 국내에서 나왔다. 인체에 해롭지 않은 데다 정확성과 경제성도 높아 앞으로 엑스선(X선),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보완하고 대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인체 무해"... 정확도-경제성 높이고 '방사선 불안' 없애

방송통신위원회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29일 '전자파를 이용한 유방암 영상진단시스템'(MT, 마이크로웨이브 토모그래피)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 임상시험 승인을 마쳤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비슷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임상시험을 허가한 건 세계 최초로, 빠르면 2017년 후반쯤 상용화돼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환자가 검사대에 누운 뒤 가슴을 촬영 공간에 두면 주변에 배열된 안테나에서 전파를 쏴 인체를 통과한다. 수신 장치는 정상 조직과 암 조직 사이의 전기적 특성 차이인 유전율을 분석해 영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직진성이 있는 방사선과 달리 전파는 이동 경로가 복잡해 정밀한 수신 장치와 해석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2011년부터 38억 원을 투입해 시스템을 개발한 뒤 동물을 상대로 임상 실험을 해온 연구진은 인체 안전성을 가장 앞세웠다.

전순익 ETRI 전자파공학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이날 오전 방통위 브리핑에서 "엑스선 촬영이 유해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인체에 방사선이 축적돼 부담감을 준 건 사실"이고 "MRI는 자기장을 사용해 인체에 영향이 없다고 하지만 변별력을 높이려고 주사하는 '조영제'에 대해 의료계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방암 진단시 전자파 노출량은 국내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에서 정한 인체 전자파 흡수율기준(1.6W/kg)의 1/1000에도 미치지 못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다. 또 중첩된 단면 촬영만 가능한 엑스선이 평균 지름 1cm 이상 유방암 판정만 가능하고 검출 정확도도 70~80% 정도에 불과한 반면, 전자파 촬영은 MRI처럼 임의 횡단면 촬영이 가능해 지름 5mm 암도 판정할 수 있고 정확도도 90% 이상이라고 한다.

▲ ETRI에서 동물 대상으로 전파 이용 유방암 영상진단시스템 임상시험한 결과. 전자파 유전율 차이로 암 보유 유방(왼쪽)과 정상 유방을 구별할 수 있다. ⓒ ETRI 제공


2017년부터 상용화... 진단 가능한 암 확대가 관건

전 연구원은 "유방암 1기가 3mm 정도고 5mm 이하는 조기진단에 해당돼 99% 정도 치유가 가능하다고 알려졌다"면서 "현재 UHF 3GHz 대역 이용 기술 개발은 마쳤고 2015년까지 6GHz 고주파수 대역을 이용한 고정밀 기술을 완성하면 해상도가 높아져 정확도가 더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성도 높다. 전자파 진단 장비 구축 비용은 1억 원 이하로, 2~3억 원 수준인 X선, 18~30억 원이 필요한 MRI 장비보다 훨씬 저렴하다. 또 유지비도 적게 들어 현재 X선 촬영시 3만 원, MRI 촬영시 30만 원 이상인 검사 비용도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유방암 영상진단시스템은 현재 식약청에서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적합인증(GMP)'을 받았고, 오는 7월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의료계에선 일단 엑스선 촬영과 병행해 사용할 경우 정확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병원에서 유방암 진단만을 위해 따로 장비를 구입하기는 쉽지 않아, 상용화 시점까지 진단 가능한 암 종류를 확대하는 게 관건이다.

전 연구원은 "정상조직과 암조직간 변별력이 큰 유방암이 전자파 진단에 가장 적합해 시작한 것"이라면서 "유방암에서 신기술이 검증되면 기초 연구를 거쳐 구강암, 피부암 등 다른 암 활용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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