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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행복을 찾아서

캐서린 맨스필드의 <행복>을 읽고

등록|2012.05.30 11:06 수정|2012.05.30 11:06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다. 나에게는 행복이 남에게는 불행이거나, 남에게 행복이 나에게 불행으로 다가올 수 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이상적이라 느끼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행복은 주관적인 만큼 아주 다양하다. 그런데 행복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길 원하는 세부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돈이 많은 것,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배우자와 가정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저 중에 하나라도 가지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한다.

캐서린 맨스필드가 지은 <행복>의 주인공 버더는 이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멋진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기, 풍족한 생활과 다양한 친구들을 가졌고 그녀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간다. 사건이 전개되는 동안에도 그녀는 자신의 완벽한 삶에 대한 만족을 종종 내비친다. 그녀는 달빛이 은은한 밤에 꽃들이 만개한 배나무를 보며 자신이 느끼는 행복과 꼭 닮았다고 여긴다. 배나무는 버더의 생각처럼 그녀와 동일시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만개한 배나무의 꽃은 시들기 마련이다. 찬란한 봄을 장식하며 아름답게 핀 꽃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서서히 진다. 배나무는 버더의 인생이 시들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바로 그녀가 그토록 끌렸던 휠튼양과 남편 해리의 바람으로 인해 말이다.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남편은 언제나 휠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냉대했었기에 버더는 더욱 예상치 못했으리라. 그녀는 그 둘의 포옹을 목격한 후 이렇게 외친다.

"아,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가?"

아마 그녀의 행복은 배나무처럼 시들어 갈 것이다. 소설은 완벽하고 견고하게만 여겼던 그녀의 행복이 붕괴될 것임을 암시하며 이렇게 끝을 맺는다.

캐서린 맨스필드의 <행복>을 읽으며 나는 뭔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행복이라고 여긴 것이 과연 진짜 행복이 맞는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내가 상상했던 행복과 소설이 말하는 행복은 거리가 있었다. 바로 우리가 느끼던 행복이 진실한 것이 아닌 조작된 행복일 수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음모 속에서 자신이 여태껏 행복하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얼마나 절망적일지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그러나 <행복>이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은 내가 느껴 온 행복의 진위를 의심케 했다. 나는 버더에게 닥칠지도 모를 불행을 안타까워하며 진실한 행복을 소망해 보았다. 우리의 인생에 존재할지도 모를 아이러니적 행복의 종식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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