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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서 대영박물관이 우울했던 이유

약탈 문화재, 남 일 같지 않아

등록|2012.05.31 14:04 수정|2012.05.31 14:04

▲ 대영박물관 ⓒ 이세진



오늘은 영국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3월 영국여행에서 박물관 두 군데를 다녀왔는데요. 바로 내셔널갤러리와 대영박물관이었습니다. 익히 알려져있다시피 영국의 박물관은 대부분 무료관람이 가능하답니다. 플래쉬를 터뜨리지 않으면 사진촬영도 가능하고요.

▲ 대영박물관의 독특한 천장 ⓒ 이세진



대영박물관에는 로제타스톤, 파르테논신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물들이 많이 있는데요. 사실 그보다 '한국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 모아이상 ⓒ 이세진


▲ 이집트 유물 ⓒ 이세진



그 많은 유물들이 어디서 왔을까?

정말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많은 박물관을 다녀보았고, 수많은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접해왔던 것들 때문인지 '우와 정말 대단하다. 놀랍다' 싶을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너무 많이 봐왔던 것들이었기 때문일까요?

물론 대영박물관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유물들이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영국박물관'이라는 이름을 걸어놓고 이집트, 그리스, 멕시코, 북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의 유물들이 총망라 돼 있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이집트와 그리스 유물은 그 양과 규모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수많은 문화재들을 구경하다가,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영국박물관에 이집트, 그리스 유물이 이렇게 많이 와 있으면 정작 그 나라엔 뭐가 있는 거지? 정당한 방법으로 유물을 가져오긴 한 건가?'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실제로 문화재반환을 요구하는 국가들이 있기도 하고, 영국의 약탈역사에 대한 이야기들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아서인지 씁쓸해지는 건 저뿐이었을까요.

▲ 한국관은 대영박물관 최상층에 위치해있다 ⓒ 이세진



대영박물관이 우울했던 이유

대영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한국관'이 어디있는지부터 확인을 했지만, 다른 전시실을 둘러본 후에야 한국관을 찾았습니다. 한국관 주변에는 중국관, 일본관이 큰 규모로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웃국가의 문화재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전시실을 우선적으로 둘러보느라 미처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 한국관 안내문. 한글이 눈에 띈다 ⓒ 이세진



드디어 한국관 입성. 오랜만에 만나는 한글이 눈물나도록 반가웠습니다. 생각보다 작은 규모이기는 했지만, 한국관이 있는 것 만으로도 자랑스럽고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최상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일부러 가지않는 이상 찾아오는 관람객이 많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제가 둘러볼 때 한국관에 함께 있던 관람객의 90%가 동양인(아마 한국인)이었습니다.

▲ 대영박물관 한국관의 모습 ⓒ 이세진



나중에 만난 가이드분께서 농담으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대영박물관 한국관에 가는 사람들은 세부류가 있죠. 한국인, 한국에 관심있는 외국인, 길잃은 외국인."

좀 슬픈 농담입니다.

게다가 주변에 큰 규모의 중국관과 일본관이 자리하고 있어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중국관의 연장선인줄 착각할지도 모르겠다는 괜한 우려까지 하게 되더군요. 조금만 접근성이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들었습니다.

▲ 북한으로 표기된 문화재가 마치 중국문화재인양 소개되어있다 ⓒ 이세진



나오는길에 '또 볼만한 전시관이 있나?'하고 지도를 둘러보는데. 북한 문화재가 표시되어있어서 찾아보니, 중국문화재인양 중국범주에 함께 표기가 되어있는 것이었습니다.

흥미와 기대를 가지고 찾았던 대영박물관에서 오히려 우울함과 고민만을 잔뜩 안고 돌아왔던 제가 이상한걸까요? 다음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어떠한 기분이 들지 궁금해집니다. 신기하면서도 묘한 감정이 들었던 대영박물관 관람기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 http://sejin90.tistory.com/1350에도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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