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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경선, 한 사람 제외하고 모두 부정"

유시민 전 대표 <한겨레> 인터뷰... "당권파, 이석기 지키려 이정희 버렸다"

등록|2012.05.31 11:38 수정|2012.05.31 11:45

▲ 통합진보당 유시민 전 공동대표. (자료사진) ⓒ 남소연


"비례대표 경선 후보 중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다 부정을 저질렀다."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3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나중에 보니 동일한 패턴으로, 모든 후보가 선거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부정을 저질렀다"며 "온라인 경선에서는 청년비례 경선도 일반비례 경선도 (온라인) 선거관리업체와 특정 후보가 한 몸이었다는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이었던 것 같다, (당권파에 의한) 관권 선거가 이뤄졌다"라고 잘라 말했다.

비례대표 경선 과정 전반에 부정이 있음을 못 박은 것이다. 그는 "선거인명부만 봐도 부정경선임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라며 "실제 당원인데 타인 주민번호로 입당했다면 무효다, 성북의 경우 당직자들이 선거인명부를 고치고 돌려놓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그는 "동일 아이피(IP) 50명이 투표했다는 것도 전국 곳곳에서 중복 아이피로 단시간에 투표를 했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그 시간대에 투표한 당원들의 통화기록을 보면 몇 개의 전화번호가 집중적으로 뜬다, 그 전화를 받아서 투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 대표는 "검찰·경찰이나 선관위가 조사한다면 중복 아이피의 부정은 한나절 만에 100% 다 나올 것이다, 그런데 무슨 사실관계를 더 확인하라는 거냐"라며 "다른 사람들은 다 받아들였는데 왜 자기들(당권파)만 못 받아들이는지 모르겠다"며 당 자체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부정하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당권파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유 전 대표는 "총선 전, 당의 실권을 갖고 있는 당권파 쪽에 당원명부 문제를 비롯해 여러 문제점을 바꿔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 했는데도 전혀 듣지 않았다, 문제인식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 정도 사안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전당대회 폭력사태 이후 그쪽(당권파)에서 누가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느냐"고 날을 세웠다.

"진보정치의 아이콘 이정희, 이석기 때문에 버려"

유 전 대표는 "이정희는 진보정치와 한국정치의 큰 자산으로 이석기보다 100배는 중요한 사람"이라며 "결국 (당권파는) 이석기를 지키려고 이정희를 버린 것이다, 진보정치의 아이콘을 정파의 대변인으로 전락시킨 이 행위는 용서가 안 된다, 원통하고 분노를 느낀다"라며 당권파를 향해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비례대표 경선 이전 당내 지역구 경선에서부터 '전조'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정 진영에서 각 지역 선관위를 장악하고 당원 명부를 멋대로 바꾸고, 당원들이 떼지어 옮겨 다니며 자기 쪽 후보를 당선시키는 반칙이 있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구리시 경선에서 남양주 당원 20여 명이 당적을 구리시로 옮겨 투표를 했고, 간발의 차로 당권파가 구리시 지역구 후보가 됐다는 것이다.

유 전 대표는 "이런 문제에 대해 당원들이 게시판에도 올리고 당사 앞 농성을 했는데 당 선관위나 중앙당 집행부, 사무총국 심지어 당대표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라며 "통합 전에 서로가 이념과 문화, 조직운영 등 모든 면에서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이 있었지만 혁신 의지가 전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됐다"며 지난 2월 무력감을 토로하며 당무를 거부한 배경을 설명했다.

당내 상황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음으로 야권 전체가 위태로워지고 있는 데 대해 그는 "빨리 당을 혁신해 (야권에) 더 피해가 안 가도록 해야 말할 자격이라도 생길 것 같다, 야권연대를 파기한다 해도 할 말이 없다"라며 자세를 낮췄다. 이어 그는 당권파가 당원비대위를 따로 꾸린 데 대해 "오병윤·김미희 의원 모두 야권연대로 당선된 의원들로 통합진보당뿐 아니라 민주당까지 봐야 하는 분들인데, 자기 정파만 보고 너무나 준비가 안 돼 있다"라며 "국회의원씩이나 된 분들이 열정은 과잉이고 균형감각은 제로고 책임감은 거의 희박하다"라며 맹비난했다.

'회계부정' 문제가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그는 "국고보조금 쓴 게 투명하지 않다는 과거 보고서가 있는데, 다음 지도부가 밝혀야 할 문제"라면서도 "이석기 의원은 민주노동당과 오랫동안 사업해온 업체 사장으로 내부에서는 동지적 관계일 수 있지만, 밖에서 보면 당과 오랫동안 수십억짜리 일을 해온 사람이 비례대표로 온 것이다, 이게 제3자의 시각에서 이해가 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다만, '종북 논란'에 대해서는 "종북이 아니다"라며 "애국가나 국민의례 등 개인에게는 사상과 표현·양심의 자유 등이 인정돼야 하지만 공당은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종북주의 논란에 대해 당내 공감대가 있지만 아직 논의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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