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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지역 골프장 "아∼니 아니되오!"

20여 년 동안 주민 반대로 5곳 무산

등록|2012.05.31 14:55 수정|2012.05.31 14:55
"우리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용납될 수 없다."

마을 이장의 엄명이다. 예산군이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 건설 주민설명회가 30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지역민들의 결사반대로 또다시 무산됐다.

예산읍 수철·간양리 일대에 들어설 예정인 이 골프장은 지난해 6월 사업시행을 위해 군과 시행사 측이 주민설명회를 가지려 했으나 원천봉쇄로 무산된 지 1년여 만에 다시 설명회를 시도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주)골드타운개발이 이 일대 140만7997㎡에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1000여 세대의 은퇴자 마을 등을 건설키로 하고 주민 설득에 나섰지만 설명회장에 발도 못 미치는 수모를 겪었다.

답답하기는 군도 마찬가지로 주민 의사를 묵살할 수도 없고, 시행사 또한 접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된 같은 민원인 처지니 군은 그야말로 '골프' 하면 "골이 아프다"고 할 지경이다.

지방자치가 출범하면서 세외증대로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각 지자체마다 골프장 1~2개 정도는 건설했거나 설립 중인데 반해 예산군은 아직도  "아니 아니 아~니 되오!"다.

충남도내 운영 중이거나 공사 중인 골프장 수는 현재 24개이고 사업계획 신청중인 곳도 12곳이나 된다.

마을 이장은 "사업을 포기할 때까지 끝까지 반대 저지투쟁을 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예산지역에 골프장 건설 얘기만 나오면 해당 지역민들이 이처럼 반대하고 나선지도 22년이 흘렀다. 타 시·군 골프장은 어떻게 주민 반대 없이 아니면 반대를 무릅쓰고 만들어졌는지 매우 궁금한 대목이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바뀌어 시설이나 기술 측면에서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반대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농약 사용으로 청정지역 마을의 식수오염이나 농작물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주된 이유다.

예산군이 지금까지 골프장 건설을 위해 손을 댔던 곳은 1990년 초 대흥면 상중리 일대를 시작으로 광시면 대리, 봉산면 봉림리, 대흥면 대률리, 예산읍 간양리 등 5곳이나 된다.

이 가운데 대흥면 상중리는 당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민선군수 출마를 꿈꾸고 있던 관선군수가 포기해 결국 이 자리에 자연휴양림이 들어섰다.

2번째로 추진하려 했던 산불피해지역인 광시면 대리 또한 주민들의 반대에다 재산권에 따른 법정소송으로 비화되면서 현지민들에게 50만 평에 달하는 군유지를 되레 송두리째 빼앗기는 수모를 겪고 일단락 됐다.

봉산면 봉림리도 역시 주민반대로 난항을 겪다가 산림법상 보호수목 문제로 포기했다.

대흥면 대률리는 지난 2009년 3월 리조트업체인 리솜스파캐슬과 MOU까지 체결했으나 사업포기로 지금은 답보상태다.

예산읍 간양리는 선산을 허물면 '조상의 맥을 끊는 행위'라며 반대하는 박씨 문중에 지역민들까지 가세해 험난한 길을 가고 있다.

그나마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흥면 대률리는 골프장 건설부지로 적정한 이유로 군유지와 사유지 비율이 6대4로 부지가격이 타 지역에 비해 저렴한데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반대가 없다는게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처음에는 이 지역도 반대 조짐이 있었으나 시행사가 부지매입 작업에 앞서 지역민들을 설득해 잠잠한 상태다.

지난해 3월 현재 전국의 골프장은 385개소로 전년보다 46개가 늘어 13.5%의 증가추세로 나타났으나, 골프장이 없는 예산군 골프마니아는 1000여 명을 넘어서 가까운 아산 도고나 서산 아니면 비교적 그린피가 싸다는 중국·태국 등지의 해외원정으로 라운딩에 쏟아 붓는 돈이 연간 70~80억 원이라는 사실을 군 의회가 밝힌 바 있다.

이렇다보니 군 세수증대 차원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골프장 한 곳 정도는 (내 지역을 빼고) 있어야 한다는 게 대다수 군민들의 여론이다.

하지만 이곳 주민 150여 명은 주민회의를 열어 골프장반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까지 추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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