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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 임단협 출정식이 부러운 이유

저는 언제쯤 사원증 받고 출근해 볼까요?

등록|2012.06.01 15:37 수정|2012.06.01 15:37

▲ 공장별 깃발을 들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변창기


지난 5월 31일 오후 5시 30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마당에서 '2012년 단체교섭 출정식'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도 금속노조 조합원이고 현대자동차로부터 정리해고 당한 상태라 출정식에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30일, 현자노조로 전화를 걸어 출입 협조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31일 오후 5시 10분께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현대차 노조 출정식에 참석하려고 정문 앞으로 갔습니다.

"자, 출입자 명단을 확인해야 하니 차례대로 들어 갑시다."

현대차 경비가 우선 출입을 제지 시켰습니다. 그리고는 들고있는 문서를 펴고 일일이 이름 확인을 했습니다. 곁눈질로 보니 50여 명의 이름이 명단에 있었습니다. 문서에 적힌 명단과 대조해서 명단 확인이 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출입이 허용됐습니다. 문서 안에는 제 이름이 없었습니다. 마침 출입문 쪽에 현자노조 한 간부가 나와 있었습니다. 알아보니 경비가 들고 있던 그 문서 속 명단은 비정규직 해고자였는데 거기에 제 이름과 몇몇 비정규직 노동자 이름이 누락돼 있었습니다.

"모두 들어가도 좋습니다."

현자노조 간부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경비조장을 바꿔줬고 이내 출입이 허용됐습니다. 어차피 들여보내줄 것을 왜 그런 방법을 쓰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제 이름이 빠져있는 이유를 출입한 후에야 알게 됐습니다. 들어가니 비정규직 노조 임원단이 반겼습니다.

"이거 변창기 동지도 들어왔네요? 어떻게 들어 온 거예요? 현대자동차에서 절대 출입 불가자 명단에 올라 있던데..."

절대 출입 불가자? 그게 무슨 내용이냐 물었더니 저를 비롯한 다섯 사람은 절대 출입 불가자 명단에 올랐다는 것입니다. 블랙리스트 중에도 스페셜 블랙리스트였을까요. 네 사람 모두 초기부터 비정규직 노조에 몸담은 사람들이고 노조 간부를 지낸 사람들 이었습니다. 저는 왜 출입 절대 불가자 명단에 있느냐고 물으니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오마이뉴스>와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에 글을 많이 올려 그렇지 않겠느냐"고 답하더군요. 황당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 현대차와 협상할 금속노조 교섭단이 무대 입장을 기다리며 앉아 있다. ⓒ 변창기


노동조합에서 하는 단체교섭 출정식에 참 오랜만에 참석해 보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현대자동차에 다닐 때,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으로 참석한 적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다니던 현대차 비정규직조차 정리해고 당해서 외부인 신분으로 가보게 됐습니다. 그것도 해고자 신분이 아니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신분으로 말입니다. 저는 금속노조 조합원이고 비정규직 노조에서는 부당해고로 인정해 해고자 신분이었지만, 현대차 쪽에선 그 해고자 신분마저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저도 그 출입하기 힘든 현대차 정문을 통과해 현대자동차 노조가 주최하는 출정식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몸짓패가 나와 노동가에 맟춰 공연을 하면서 출정식이 시작됐습니다. 현대자동차 사측과 교섭을 진행할 금속노조 협상단이 뒤에 앉아 있었습니다. 공장별로 노조원이 모두 들어서자 깃발이 입장하고 협상단이 입장했습니다. '뭉쳐야 산다' '단결만이 희망이다'는 구호가 맞는 듯이 노동자가 공간을 꽉 매우고 있으니 엄청난 힘이 발산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부터 현대기아차 노조 2012년 임단협 출정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임원단이 모두 무대 앞으로 입장하자 출정식이 시작됐습니다. 민중의례를 했고, 노동열사에 대한 묵념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했습니다. 현자노조 사무국장이 나와서 그동안 현대기아 공동요구안을 마련했다는 것과 지난 4월 20일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에 공동요구안을 전달했다는 경과보고를 했습니다. 이어 문용문 현대차 노조 지부장이 나와서 대회사를 했습니다.

▲ 현자노조 출정식 한켠에 비정규직 노동자도 함께 앉아 있다. 2012 임단투 승리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창기


"우리는 대의원 대회를 통해 요구안을 마련했습니다. 단체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세 차례 교섭을 진행해 왔습니다. 오늘 출정식 이후 우리 투쟁은 본격화됩니다. 우리 요구는 무리한 요구가 아닙니다.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한다면 더 큰 투쟁에 직면할 것 입니다. 우리는 타결 시기에 연연치 않고 당당하게 돌파하겠습니다.

우리 핵심 요구안중 주간 연속 2교대제는 심야노동으로 인한 노동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안건으로 그동안의 논란을 끝내고 반드시 올해 해결해야 할 과제 입니다. 불법파견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입니다. 회사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조합원 생활은 별반 나아진 게 없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코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조합원 믿고 달릴 것이니 조합원은 노조를 믿고 함께 갑시다."

문 지부장은 "지난 5월 17일 임원 폭력사태 문제가 일달락됐다"고 했습니다. "현자노조는 올바른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노력 하겠다"고 했습니다. 항상 투쟁하고 연대하는 현자지부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도 나와 대회사를 했습니다.

"우리 나라 노동자 중 12만3천여 명이 IMF때 정리해고됐습니다. 10만2천여 명이 이명박 정부 집권 때 정리해고됐습니다. 대기업에서 정리해고 된 노동자가, 무려 20여 명이 넘게 목숨을 버리고 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 입니까? 결국, 우리 생존권을 지키는 건 우리 밖에 없습니다.

단결은 생명이요, 투쟁은 희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15만 금속 노동자가 투쟁에 참여하는 총파업을 할 것 입니다. 이번엔 거짓말이 아닙니다. 금속노조 완성차 지부가 함께 합니다. 20년 전 우리는 '공돌이, 공순이'란 말로 통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당당히 노동자라 불립니다. 제대로 싸우지 않으면 밀릴 것입니다. 현대차 투쟁은 금속노조에서도 중요한 투쟁입니다. 이번 현대차 투쟁, 승리할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합시다!"

▲ 수천여명의 노동자가 움집한 현대차 울산공장 내 본관 앞 열사광장. 위에 대형 요구안이 펄럭인다. ⓒ 변창기


이외에도 기아차 노조 지부장과 한국지엠 지부장이 나와서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완성차 3사 노조가 뭉쳐서 공동투쟁본부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공장 담벼락을 넘어, 지역 울타리를 넘어 함께 투쟁하고 함께 쟁취하는 노동자가 되자고 했습니다. 완성차 3사 노조는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철폐, 그리고 노동기본권 쟁취를 내걸고 함께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 공장별 노동자가 집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 변창기


현대기아차 노조 출정식 후 비정규직 노조 별도 집회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 임단협 출정식은 <파업가>를 부르며 끝났습니다. 마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남으라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수백 명의 노동자가 남았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이 간단히 집회를 마치고 해산하자 했습니다.

"우리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뭉쳐야만 승리할 수 있습니다. 교섭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힘을 보태지 않으면 협상 백날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는 투쟁 준비는 다 됐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공장, 꼭 만듭시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에서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로 2월 23일 이후 현자노조 조합원이 된 최병승 씨도 나와 발언을 했습니다.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조합원이 된 최병승 씨. ⓒ 변창기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투쟁 없으면 이 싸움 끝나지 않을 것 입니다. 이번에 새누리당에서 비정규직 법에 대해 수정 입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있는 사내 불법파견 업체가 모두 합법도급업체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우리는 시간이 없습니다. 저는 현대차에 들어와 두 번 구속이 됐습니다. 이번에 구속되면 세 번째 입니다. 현대차는 저에 대해 행정소송 하겠다 합니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 받는데까지 10여 년 걸렸습니다. 다시 10년 걸려서 법정 소송으로 가느니 동지들과 함께 투쟁으로 맞서겠습니다. 같이 싸우고 같이 정규직 됩시다!"

집회가 모두 끝나고 최병승 씨와 함께 비정규직 노조로 갔습니다. 불법파견 투쟁하면서 해고된 여러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현대차로부터 뿔로된 출입증을 발급 받았더군요. 살펴보니 맨 아래 '하청지회'라 쓰여 있었습니다. 저에겐 그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출입 허용자와 출입 불가자를 갈라 놓는 것 같아서요. 집회 도중에 모인 정규직 노동자 중 더러 아는 분들이 있어 인사를 나눴습니다. 같은 라인에서 일하던 정규직 노동자도 봤습니다. 요즘 어찌 지내느냐고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날 많이 부러웠습니다. 맘 놓고 출입을 할수 있는 정규직 노동자는 더욱 부러웠고, 그나마 비정규직 노동자지만 출입증이 있는 노동자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저는 현대차에서 '출입 절대 불가자'명단에 올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만약에 이번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정규직 전환자 명단에 오르지 못한다면 죽을 때까지 현대자동차에는 취업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심지어 현대자동차와 관련한 하청업체까지도...

▲ 불법파견 정규직화, 주간연속 2교대 쟁취 글이 적힌 카드를 올리고 있는 노동자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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