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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시지, 그 연세에 수술은"... 내가 왜 그랬을까

[오해하지 마! ②] 노인은 다 그렇다고? 사람마다 다르거든

등록|2012.06.10 10:33 수정|2012.06.11 09:27
요양원 생활비 6개월 치를 선납해 놓고는 온다간다 말 한마디 없이 소식을 끊어버린 아들을 찾아 나선 할머니. 어찌어찌하여 동거하게 된 다른 할머니와 함께 아들을 찾기 위한 전단용 얼굴 사진을 찍으러 읍내 사진관에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하며 고개를 든 사진관 주인, 찾아온 손님이 머리 하얀 두 할머니라는 걸 안 순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할머니, 영정사진 찍으러 오셨죠?"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속으로 말했다. '노인이 얼굴 사진 찍으면 무조건 영정사진이냐고. 서류에 붙여서 관공서에 제출할 증명사진도 있고, 친구랑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잖아. 물론 사진이 잘 나오면 나중에 영정사진으로 쓸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노인이 찍는 사진은 무조건 영정사진이라고 오해하지 마!'

맞는다고 생각하면 ○표, 틀렸다고 생각하면 ×표!
* 여기서 노인은 65세 이상을 뜻하며, 정답은 기사 맨 마지막에 있음.

1. 절반 이상의 노인은 노쇠하며 기억장애, 방향감각 상실, 치매 등을 나타낸다.
2. 노년기에 이르면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 등 오감이 모두 감퇴하는 경향이 있다.
3. 절반 이상의 노인들은 성생활에 관심도 없고, 성생활을 할 능력도 없다.
4. 노인의 3/4 이상이 정상적인 활동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
5. 절반 이상의 노인들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6. 노인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젊은이들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7. 평균적인 노인들은 어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8. 노년기가 되면 키가 줄어든다.
9. 일반적으로 노인들은 매우 비슷한 편이다.
10. 노인들은 젊은이들보다 더 느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에게도 할 자유와 안 할 자유가 있다!

▲ 노년의 욕망을 다룬 영화 <은교>의 한 장면 ⓒ 정지우필름


노인은 성(性)에 대한 관심도 없고, 능력도 없으며, 실제 성생활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어떻게 해서든지 한 번 해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정력식품과 성기능 강화제를 찾아 헤맨다고 생각하는가?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사람마다 다 다르다'가 정답이다. 관심이 있고 능력 있고 짝이 있고 욕구가 있으면 성생활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거야 젊으나 나이 많으나 매한가지다. 성기능 강화제 사용 역시 성기능의 저하 탓에 생활만족도가 심각하게 떨어진다면 대책을 세우는 것이 마땅하며 이 또한 나이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없다. 젊은 사람들 가운데도 성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반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결론은 사람마다 짝마다 다 다르고 그냥 자기 생긴 대로 살 게 놔두면 된다. 문제가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필요한 도움을 주면 되는 것뿐이다.

'하면' 노인이 주책없다고 흉보고, 반대로 '안 하면' 또 큰일이나 난 것처럼 남은 인생 제대로 즐기려면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아무런 대책 없이 부추긴다. 83세 아내가 불만스러워 한다며 근심스런 얼굴로 상담을 청하는 85세 노인이 있는가 하면 70대 중반에 부부 모두 성생활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며 담담하게 말하는 노인도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래도 흉보고 저래도 손가락질하는 것은 이제 그만. 젊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노인도 다양하다.

오래 살려고 몸부림치는 거 아니거든!

▲ 한 노인요양병원 병동(자료사진) ⓒ 윤태


건강관리에 무심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노인을 보면 도대체 뭘 믿고 운동도 안 하느냐고 타박하면서도, 규칙적인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철저히 자기관리를 하는 노인에게는 엔간히 오래 살고 싶은가 보다 하면서 입을 삐죽거린다.

20년 넘는 노인복지 현장 경험에서 어르신들께 확실히 배운 것은, 물론 건강하다면 누구나 오래 살고 싶은 것이야 모든 인간의 본능이겠지만 노인들이 오래 살고 싶은 열망에 불타서 건강관리를 하고 운동을 하고 수시로 병원을 출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누구나 가는 거야 정한 이치, 갈 때 가더라도 아프지 말아야겠고 자식들이나 주위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여기서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병 없이 완전한 몸 상태를 유지한다는 뜻이라기보다는 가능하면 통증이나 괴로움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나이 들어 쇠약해지고 여기저기 아픈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 정도는 다 알고 있다.

부끄러운 고백 하나. 약 10년 전의 일이다. 오래도록 척추관 협착증으로 고생하시던 친정아버지가 도저히 안 되겠다며 수술을 받겠노라고 하셨다. 당시 아버지의 연세 81세. 오빠와 나는 고령에 괜히 수술해서 합병증이나 후유증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대했다. 솔직히 속마음에는 '웬만하면 참고 그냥 사시지, 저 연세에 수술은 무슨 수술이냐'는 생각이 있었다.

그 마음을 읽으셨을까. 아버지는 "단 하루를 살아도 안 아프게 살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고는 수술을 받으셨다. 퇴원 후 꾸준한 운동으로 잘 걷게 됐고 올해 90세로 구순(九旬)잔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만약 그때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면 아버지의 삶의 질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을 것이다.

노인들은 누구나 다 조금이라도 오래 살기 위해서 애면글면 아등바등한다고 생각하지 말 일이다. 살날이 그리 많지 않으니 대충, 그냥, 웬만하면 참고 살라는 것 또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무리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고 해도, 노인은 아픈 것도 모르는 목석이 아니다.

노인들은 다 똑같다고? 정말?

▲ 신랑신부 복장을 한 어르신들. '2012 아이 러브 카네이션(I LOVE CARNATION) 어버이 축제' 행사에서. ⓒ 윤도균


아줌마들은 다 똑같은 절약파마(중년 아줌마들과 할머니들이 많이 하는 짧고 뽀글뽀글한 파마를 우스갯소리로 이르는 말) 머리에 염치없고 목소리 크고 뻔뻔하다는 이야기에 나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젊어서 보다는 조금 얼굴이 두꺼워지고 부끄럼이 없어진 것은 맞다. 그러나 앞뒤 가리지 않고 우기거나 뻔뻔하고 염치없게 구는 것은 아니다. 노인들에게 가진 편견도 이와 유사하다. 노인들 다 그렇지 뭐, 아기 같고 잘 삐치고 말 전하기 좋아하고, 거기다가 공짜만 좋아하고 말 많고 자기만 생각하고 등등. 그런데 정말 그럴까?

노인에게 병이 생겨 아기처럼 누워 있는데 누가 보살펴주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또 아기처럼 기저귀를 차기도 하고 생각하는 능력이 줄어들어 어린아이 같이 구는 노인들도 있다. 그건 병이 나서 그런 것일 뿐 모든 사람이 나이 들면 다 아기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설사 아파서 아기 같은 행동을 한다 해도 어느 한구석에 탈이 나서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지 그 사람 속에는 60년, 70년, 80년, 90년 인생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얼굴과 배경과 취향과 꿈을 갖고 있듯이 노인들도 다 다르다. 얼굴도 배경도 취향도 꿈도 다 다르다. 다름을 인정하면 그제야 노인이 제대로 보인다. 비록 머리 모양도 걸음걸이도 구부정한 등과 어깨도 말귀 어두운 것까지도 비슷하다 해도, 당신과 내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노인들도 각기 다 다른 사람들이다. 그러니 노인이라고 다 같은 한사람으로 묶지 말자.

공통의 특성이 있지만 그것 역시 다른 연령대와 마찬가지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라는 공통점 속에서도 아이들이 각기 다른 색과 빛을 발하고 있듯이 노인들도 그렇다. 다르다는 것만 고려해도 보는 눈이 변하면서 노인이 개별적인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

이담에 나이 들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 나는 노인이 되어 아기취급 받고 싶지 않다. 비록 몸에 병이 나고 정신이 흐려져 어린아이 같이 군다 해도 내 안에 쌓인 긴 세월 동안의 수고와 살아온 내력만큼은 존중받고 싶다.

결론, 그리고 ○× 문제의 정답

어르신 예술제2011년 2월 23일에 진행된 군산 '어르신 예술제' 중 한 해 동안 배우고 익힌 솜씨를 뽐내는 '어르신 작품 발표회' 장면. ⓒ 조종안


"그래 나 늙었다. 노인이다. 그렇다고 오해하지 마라. 노인들은 당신들과 다른 나라에 사는 별난 인종, 투명인간이 아니다. '나 젊어 청년이었고, 나 늙어 노인 되었네!' 하는 말 그대로 노년은 살아온 세월의 총합이며 더하거나 뺄 수 없는 삶의 결과이다. 노인은 이렇다저렇다 잣대를 들이대지 마라. 그 잣대는 누가 만든 건지 묻고 싶다. 정말 노인이라고 오해하지 마라. 노인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지금 머무는 이 땅에서 주어진 분량만큼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정성껏 살아가는 한 사람일 뿐이다."

위의 ○× 문제는 노화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나 확인해보는 '노화인지척도'의 일부 문항을 발췌한 것인데 정답을 공개한다. 홀수 문항은 모두 ×, 짝수 문항은 모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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