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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 방문진 '수수방관'에 방통위 '망연자실'

방통위, 김재우 이사장 불러놓고 해법 못 찾아... '공개 소환' 압박

등록|2012.06.04 15:42 수정|2012.06.04 20:15
[기사 대체: 4일 오후 8시 15분]

▲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4일 오후 3시쯤 굳은 표정으로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이계철 위원장을 비롯한 방통위 상임위원들과 만나 MBC 파업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비공개로 이야기를 나눴다. ⓒ 김시연


MBC 파업 127일째인 4일 오후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이 방통위를 전격 '방문'했지만 해법을 찾진 못했다. 김 이사장이 다녀간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한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망연자실"이란 말로 이날 분위기를 전했다.

임기 3개월 앞둔 방문진, MBC 사태 수수방관?

MBC 대주주이자 사장 임명권을 지닌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에서 임명한다. 이 때문에 방통위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김재철 MBC 사장 횡령 배임 의혹 규명과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 김 이사장 소환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오는 8월 말 임기 종료를 앞둔 방문진 이사들이 MBC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양 위원은 이날도 임기 3개월을 앞둔 김 이사장이 "책임 지지 않는 방법에 대해 하나의 교과서를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양 위원은 "김 이사장이 파업 4개월간 한 행동은 지난 3월 MBC 감사를 불러 (법인카드 7억 2000만 원 사용 관련) 진상조사를 지시한 게 전부"고 "감사 결과도 방문진 임기 종료 직전인 7월 31일까지 받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MBC 노조에서 제기한 무용가 J씨 특혜 지원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이사장은 "J씨 실명을 여기서 처음 들었다"면서 "일방의 주장만 듣고 일일이 감사 지시를 할 수 있느냐, 다른 시선으로 다시 한 번 보겠다"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이계철 위원장이 "방문진에서 노사에 각각 권고문을 보내 최소한 협상 자리라도 만들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김 이사장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이사회에서 논의해보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96년 MBC 파업 때 방문진 이사장이 노조 만나 해결"

▲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왼쪽에서 세번째)이 4일 오후 방통위 면담을 마치고 위원장실을 나서는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맨 왼쪽)을 굳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 김시연


양 위원은 "파업 성격은 방문진이 당사자 아니라 법 테두리 내에서 방문진이 할 일 없다"고 한 김 이사장 발언을 언급한 뒤, "96년 MBC 파업 당시 김희집 방문진 이사장이 노조를 만나 강성구 사장 퇴진 조건으로 파업 철회 요청했다"면서 "방문진 이사장이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는데 김재우 이사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직간접적으로 김 사장 거취와 관련된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얘기해보면 어느 누구도 유임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나 여당측 상임위원 입장과 정서가 그래서 김 이사장이 최소한의 해법을 가져오리란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데 우리가 순진했다"며 김 이사장 공개 소환을 요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편 김 이사장은 이날 오후 언론을 피해 미리 광화문 방통위 14층 상황실에 기다리고 있다 오후 3시에 맞춰 위원장실로 향했다. 이어 홍성규 부위원장, 신용섭 위원, 양문석 위원 등이 차례차례 들어갔다. 양 위원과 함께 김 이사장 소환을 강력히 요구했던 김충식 위원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장 중임에도 실시간 전화로 의견을 전달했다.

김 위원은 최근 박성호 MBC 기자회장 해고 등 조합원 징계와 보복이 유신 이래 유례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현재 파업은 명백한 불법 파업이고 횡령과 배임은 일방의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유신 말기 비유에 대해서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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