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해진 탈북자들 "임수경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현장] 탈북자단체들, 민주당사 앞에서 임수경 막말 규탄집회
▲ 탈북자 단체의 한 회원이 4일 민주통합당 당사 앞에서 임수경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 구영식
4일 오후 3시가 넘자 서울 영등포구 민주통합당 당사 정문 앞으로 탈북자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한 탈북자가 임수경 민주당 의원 막말 규탄 집회에 참석하러 온 다른 탈북자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임수경이가 우리를 만나게 하는구먼."
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탈북자와 북한인권운동가 출신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을 향한 임 의원의 막말 파문은 남한 내 탈북자들을 결속시키고 있었다. 임 의원의 막말 파문은 그동안 진보진영이 외면해 온 탈북자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격해진 탈북자들 "임수경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북한민주화위원회와 탈북자동지회,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등 탈북자단체들이 주최한 이날 집회에서는 임 의원을 향해 "종북주의자"라는 비난을 넘어 "북한의 간첩"이라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임 의원은 1989년 불법적으로 북한에 들어와 김일성 주석과 면담을 하고 북한 곳곳을 돌아다녔다. 어린 나이에 철부지 대학생으로 북한에 들어온 배경에는 종북주의 사상이 있었다"며 "하태경 의원을 변절자라고 말한 것은 그가 영원한 종북주의자이자 김일성주의자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또 탈북자를 배신자라고 말한 것은 임 의원이 대한민국의 배신자임을 보여준것"이라며 "어떻게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그는 임 의원을 향해 "국회의원이 아니라 간첩의 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홍 위원장은 또 "막말 파문에 책임지기 위해서는 혓바닥 사과가 아니라 자신이 사상적으로 잘못됐다고 반성하고 의원 배지를 반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의원직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홍 위원장에 이어 발언에 나선 최주활 탈북동지회 회장은 임 의원을 "(북한의) 첩자이자 간첩"이라고 표현하며 "민주당은 임 의원을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북한 이후 <조선일보> 기자를 지낸 강철환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민주통합당에는 다수의 주사파 의원이 존재한다"며 "국민이 검증하기 전에 스스로 자기 정체를 밝혀야 한다"고 '자진 사상검증'을 요구했다. 그는 "종북의 망령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며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집회장에는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한다면 임수경! 너는 누구냐?" "탈북자가 변절자라면 임수경은 종북주의자다" "임수경 의원님, 독재와 폭력을 피해온 우리들이 변절자입니까?" 등 임 의원의 막말을 비난하는 손팻말이 넘쳐났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는 임 의원의 막말을 폭로한 백요셉(한국외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한남수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대표는 "백요셉 사무국장은 임 의원이 사과하더라도 상처가 치유될 것 같지 않다"며 "그 마음의 상처는 오랫동안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항의성명서 전달, "제명조치" 등 요구
▲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4일 민주통합당 당사 앞에서 임수경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구영식
규탄 발언을 마친 이들은 민주통합당에 '항의성명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항의성명서에서 임 의원의 막말을 "심한 모독과 협박성 발언"으로 간주하면서 "취중실언이 아니라 취중진담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북한의 실상에 대한 농담 발언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북한 독재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이 그의 생각에 얼마나 깊이 박혀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정일 독재를 피해 한국으로 내려오면 변절자인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무시되는 게 당연한가?", "북한 인권운동을 하면 이상한 짓이 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적화통일의 꽃' 임 의원은 아직도 김일성의 대변인 노리개를 하는가?"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들은 "한때 김일성의 주사파 노리개 역할을 하면서 '통일의 꽃'이라고 추켜세워진 임 의원은 김일성, 김정일의 폭정을 피해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온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했으니 현재 그는 대한민국의 대표가 아니라 김일성을 위한 종북세력의 대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만4000명 탈북자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자 인격침해인 임 의원의 막말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임 의원의 사죄와 자진사퇴, 민주통합당의 제명 조치 등을 촉구했다.
한편 백요셉씨가 지난 3일 오전 2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 의원의 막말을 폭로한 이후 수백 명이 그와 친구를 맺고, 지지와 응원의 글을 남겼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