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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그 소박한 아름다움

[사진] 대마도가 보인다

등록|2012.06.05 17:43 수정|2012.06.05 17:43
풍요로운 예술적 영감

▲ 미륵산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 ⓒ 이현상



극작가 유치진(1905~1974)
시인 유치환(1908~1967)
서양화가 전혁림(1916~2010)
음악가 윤이상(1917~1995)
소설가 김용익(1920~1995)
시인 김춘수(1922~2004)
소설가 박경리(1926~2008)

문화예술에 대한 문외한이라고 해도 한 번씩은 이름을 들어봄직한 이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미 기사의 제목에서 독자들은 알아차렸을 터이다. 모두 통영을 고향으로 가진 예술가들이다. 하나같이 일대를 풍미했으며, 각 영역에서 최고의 경지를 이룬 이들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있으니 바로 시인 백석(1912~1996)이다. 백석의 청년 시절 연모하던 통영의 여인이 있었으니 그가 남긴 '통영'에 관한 시 수 편이 아직도 파릇하게 전해온다.

▲ 동피랑에 가면 삐뚤빼뚤 정감 있는 글씨체로 백석이 지은 '통영(統營) ― 남행시초(南行詩抄) 2'가 담벼락에 적혀 있다. ⓒ 이현상


어떤 불가사의한 영적 에너지라도 있는 것일까? 그렇다. 통영에 들어서면 그것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만하다. 잔잔하다 못해 호수처럼 고요하기까지 한 평화로운 바다, 너무 멀면 외롭고 너무 가까우면 번잡한 듯 그 앞바다에 떠 있는 섬들, 그리고 이 남쪽 끝까지 내려와 삶을 일구었던 옛사람들. 바다로 나가 물질을 하던 뭍으로 나가 호미질을 하던 평화로운 바다와 팍팍했으나 정겨웠던 시절들이 그들의 예술적 영감을 키워냈을 것이다.

동피랑, 골목길의 추억

▲ 동피랑 마을 입구 ⓒ 이현상


화려한 궁전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삐뚤빼뚤 이어진 골목길과 제 멋대로 지어진 남루한 집, 그 언덕배기 담벼락에 형형색색 벽화들이 하나둘 그려지면서 동피랑은 통영의 새로운 명물이 되어가고 있다. 동피랑 마을 꼭대기의 동포루 복원을 위해 철거 예정이었던 마을이 소박한 벽화들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 동피랑 마을. 낡은 집을 그대로 살린 벽화 ⓒ 이현상


책상에 앉아 계산기를 두들기는 사람들이야 헌 것을 허물고 새 것을 지어 그 이문을 따지겠지만 헌 것에 든, 그러나 보이지 않는 사연들을 계산할 리 만무하다. 그 오랜 사연들이 색색이 옷을 갈아입고 이집 저집 담벼락에 드러났다. 멋대로 이름을 붙이자면 그것은 골목길 리얼리즘이고,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예술이다.

동백 60리 산양일주도로

▲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양일주도로는 마을과 마을을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다. ⓒ 이현상


미륵도는 통영 남쪽에 치우쳐 있지만 통영 관광의 중심이다. 통영은 50개의 유·무인도를 품에 안고 있는데, 미륵도는 그 중 가장 섬이다. 지금은 미륵산 정상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 통영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이 미륵도를 한 바퀴 도는 약 24㎞ 일주도로를 산양일주도로라고 하는데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과 바다마을을 연결하는 이 길을 통영 사람들은 '동백로'라고도 부른다. 건설교통부(지금의 국토해양부)가 뽑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한 동백나무와 함께하는 꿈의 60리길이다.

▲ 달아공원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 ⓒ 이현상


산양일주도로를 가다보면 적당한 높이에 미륵도 서쪽을 조망할 수 있는 달아공원이 있다. 따로 입장료가 없는 국립공원 관리 지역인데 산책 삼아 올라가볼 만하다.

미륵산 케이블카

▲ 미륵산에서 바라본 바다. 맑은 날에는 멀리 대마도가 보인다. ⓒ 이현상


여행 시간이 짧거나 노약자가 포함되어 있다면 미륵산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통영 앞바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미륵산 케이블카는 국내 최장(1975m)의 케이블카로 상부 정류장에 도착하면 약 400m 길이의 산책 데크가 미륵산 정상까지 설치되어 있다. 미륵산 정상에 서면 거제도와 한산도, 매물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이며 맑은 날에는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

▲ 통영 중앙시장 ⓒ 이현상


이왕 통영에 왔다면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길이 483m의 해저터널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인 제승당, 통영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등도 둘러보면 좋다.

통영의 먹거리

▲ 통영 청정해역이 길러낸 횟감 ⓒ 이현상


통영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물론 신선한 횟감이다. 물론 청정해역이라 자연산도 많지만 양식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바다가 먼 대도시에서 먹는 양식 횟감의 식감이 떨어지는 것은 장거리 이동 중 물고기가 받는 스트레스가 한 원인이기도 하다. 당연히 신선도와 식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다리쑥국을 빼놓을 수 없다. 봄도다리라는 말이 있듯이 봄에는 도다리 쑥국이 깊은 맛을 자랑한다.

▲ 통영의 대표적인 음식인 멍게비빔밥 ⓒ 이현상


상큼하며 시원한 향의 멍게 비빔밥 또한 이 고장에서 참맛을 볼 수 있다. 맨 김밥에 오징어 조림과 무김치를 곁들여 먹는 충무김밥 역시 이 고장 명물이다. 각종 조미료와 소시지로 맛을 낸 김밥에 익숙한 입맛이라면 다소 심심할 수 있으나 '충무김밥'이 거의 고유명사처럼 불려서 전국에서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묘한 중독성이 있는 셈이다. 그 중독성은 담백함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통영 IC에서 빠져나간다. 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통영 IC까지는 약 370km이다.

부산 방면에서 출발한다면 가덕대교와 거가대교를 이용하여 거제도로 들어온 후 통영으로 가는 게 좋다. 부산역 기준 약 85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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