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사는 동네에 이런 게 있다니...
서오지리 연꽃단지, 수면을 장식하기 시작한 수련과 노랑어리연
▲ 수련과 노랑어리연. ⓒ 성낙선
강원도 화천군 서오지리 '건넌들' 늪지대의 연꽃단지에 연꽃 향기가 점점 더 짙어가고 있다. 수련과 노랑어리연 같은 종류의 연꽃들이 십오만여 평방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연못을 서서히 메워가는 중이다.
이름 아침, 수련이 연잎 위로 조용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수련은 꽃잎이 흰색을 띤 것과 자주색을 띤 것 두 가지다. 물빛은 검고 탁한데, 그 위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꽃봉오리에는 티 한 점 묻어 있지 않다.
수련의 꽃말은 '청순한 마음'이다. 그저 청순하기만 했으면 덜 눈이 갔을 텐데, 그 청순한 얼굴에 밝고 화사한 빛까지 더했다. 모든 종류의 연꽃들이 그렇듯이, 어떻게 그처럼 어두운 물속에서 이토록 밝은 빛깔의 꽃들이 피어나는지 알 수 없다.
수련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피었다가 저녁 노을과 함께 잠들어 수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수련은 해가 떠 있는 한낮에만 제 모습을 보여준다. 아침 일찍 피어난 꽃이 저녁에 지기 시작하는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노랑어리연으로 뒤덮인 수면. ⓒ 성낙선
연못 일부는 노랑어리연이 뒤덮고 있다. 노랑어리연이 무리를 지어 피어 있는 수면은 마치 노란색 물감이라도 풀어놓은 것 같은 짙은 황색이다. 어리연 역시 청순한 이미지를 가졌다. 꽃말은 '청순과 순결'이다.
▲ 노랑어리연 ⓒ 성낙선
연꽃은 자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의 물을 깨끗하게 만든다. 사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는 특별한 '정화' 기능을 가졌다. 연꽃은 그 깨끗한 힘으로 주변에 다른 수생 식물과 동물들까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연꽃의 꽃말은 단순히 그 이미지만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그 꽃에는 각종 폐수로 이러저러하게 오염된 물뿐만 아니라, 연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과 마음까지도 깨끗이 정화시켜주는 힘이 있다.
▲ 연꽃단지 전경. ⓒ 성낙선
서오지리 연꽃단지는 한 귀농인의 의지로 만들어졌다. 이곳의 늪지대는 원래 낚시꾼들의 천국이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시기를 지나면서부터는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로 물이 심하게 오염되기 시작했다.
▲ 서오지리 연꽃단지 입구 표지판. ⓒ 성낙선
이곳에 연꽃을 심기 시작한 사람은 연꽃단지 작목반장인 서윤석씨다. 연꽃을 심기 전에 먼저 낚시터의 쓰레기를 제거하고 낚시를 금지했지만, 물고기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서 반장은 고민과 궁리 끝에 수심이 낮은 곳에 연꽃을 심었다. 그 결과는 뜻밖의 성공이었다.
연꽃이 작은 물고기들의 피신처가 되고 산란처가 됐다. 물고기들이 돌아오고, 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각종 생물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연꽃단지는 그래서 단순히 연꽃만 재배하는 곳이 아니라, 여러 생물들이 공존하는 '생태공원'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 이른 아침, 꽃봉오리를 열기 시작하는 수련. ⓒ 성낙선
연꽃단지 안으로 산책로가 얽혀 있다. 겉보기엔 아무 것도 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이 살고 있다. 고라니와 뱀은 물론이고, 천연기념물인 수달까지 살고 있다.
그곳은 새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곳이기도 하다. 그 새들 중에는 더러 원앙새와 물닭 같이 희귀종으로 분류된 새들도 있다. 산책로를 걸을 때는 그곳에 사는 동식물들에 피해가 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 수련과 노랑어리연. ⓒ 성낙선
연꽃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시기는 7월이다. 이곳에서 자라는 연꽃 종류는 가시연·어리연·순채 등 그 수만 300여 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서오지리 연꽃단지는 강가에 조성된 것으로는 국내 최대다.
연꽃단지 밖의 북한강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강변 산책로를 따라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 동구래마을까지 걸어갔다 올 수도 있다. 그 길에서 마주치는 강변 풍경이 또 보기 드물게 아름답다.
▲ 서오지리 연꽃단지에서 동구래마을 가는 길, 북한강 산책로. ⓒ 성낙선
▲ 연꽃단지 앞 북한강. ⓒ 성낙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