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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이 낙하산 내려 보내는 구조부터 끊어야"

[지역언론 별곡 377] 방송파업 바라보는 지역사회 '눈'

등록|2012.06.07 15:57 수정|2012.06.07 15:57

▲ 지난 5월 8일, MBC노조 총파업 100일 맞던 날.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MBC 정영하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파업 기간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죄 드리고 공정방송 회복을 기원하며 100번의 절을 하는 모습. ⓒ 유성호


'지역MBC 주종관계 깨야'
'지역MBC 문제해결에 지역국회의원들 나서라' 
'사상초유 방송사 총파업 해결, 시민사회 힘으로'

국내 언론 역사상 초유의 일들이 연일 발생하고 있다. 7일로 MBC는 파업 130일째를 맞는다. KBS는 94일째, 연합뉴스는 85일째, 국민일보는 168일째, YTN 공정방송쟁취투쟁은 1471일째 이어지고 있다. 파업 최장 기한을 매일 경신하고 있는 MBC에서는 김재철 사장을 둘러싼 숱한 비리의혹과 함께 직종, 부문을 뛰어 넘어 국장, 부국장급 간부들까지 무더기로 파업에 동참하고 나섰다.

다행히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가 6일 노사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MBC는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노조 집행부 5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등 더욱 짙은 안개 속을 헤매는 형국이다. 서울과 지역 할 것 없이 방송사 종사자들의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고군분투가 눈물겹게 전개되고 있지만 사측은 '버티기'와 '모르쇠'로 일관하며 노조탄압에만 골몰하는 형국이다.     

이를 바라보는 지역언론은 어떤 모습일까. 특히 초유의 언론파업 대열에서 열외(?) 중인 지역신문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초기엔 관망하던 신문들이 하나둘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사통합 검색 사이트 '카인즈(KINDS)'에 입력된 서울을 제외한 전국 25개 지역일간지 기사들 중 지난 2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4개월 동안 제목과 본문 중 '방송파업'으로 검색된 뉴스는 모두 297건. 파업 초기인 2월 한 달 동안에는 40건에 불과하던 뉴스가 3월부터 점차 증가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등이 방송파업 사태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자 지역신문들도 적극 가세하기 시작했다. 해결방안을 하나둘씩 지면에 제시하고 있다. 지역신문과 시민사회단체, 언론단체, 학계 등 지역사회가 바라보는 방송파업 사태의 해법 열쇠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서울과 다소 시각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공정성 확보라는 취지에선 같은 맥락이다.  

[열쇠 ①] "MBC, 서울-지역 주종관계 깨야...김재철 사장 사퇴만이 살길"

▲ <기자협회보>는 지난달 3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시청자 주권을 위한 지역방송의 역할과 제도 개선 방향’ 토론회를 보도했다. ⓒ 기자협회보


서울에선 권력화된 방송의 공정성 저해 요인인 낙하산 사장 퇴진을 가장 크게 요구하고 있지만, 지역에선 한꺼풀 더 벗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 방송사 노조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MB 측근의 낙하산 사장이 다시 낙하산을 내려 보냄으로써 공영성과 공정성을 더욱 피폐케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BC 지역사들은 김재철 사장의 측근인사 사장 임명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대구·경남·원주·전주·제주 등 지역 MBC 노조들은 '낙하산의 낙하산 인사'라며 신임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등 이번 기회에 주종관계의 네트워크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방송의 생존과 지역성·공공성 강화를 위해 현재의 서울MBC(본사)-지역MBC의 주종관계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공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3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시청자 주권을 위한 지역방송의 역할과 제도 개선 방향'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과 대안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박민 전북민언련 정책실장은 "지역에서 만든다고 해서 지역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며 "지역사회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지역방송위원회, 지역방송 사장선임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안으로 "수평적인 네트워크와 함께 물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낙하산이 낙하산을 내려 보내는 구조를 끊어야 한다"며 "노동조합, 시청자, 주주대표가 민주적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사회와 시청자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특정 정치권의 의견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며 지역방송 활성화 방안으로 "정부가 지역언론 콘텐츠 유통센터를 만들어 유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권을 비롯한 네트워크 체제가 서울과 본사 위주여서 지역은 본사의 프로그램을 70% 이상 재송신하는 현실 때문에 자율 편성권에 제약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과 지역방송사와 주종관계는 지역의 공공성과 독립성의 저해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구경북지역 언론사들은 5월 17일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방송협의회 등 관계자 200여 명이 16일 오후 3시 대구MBC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했다는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매일신문>은 이날 '전국언론노조 등 단체, 지역방송 소유구조 개편 촉구'란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 대구MBC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지역방송 소유구조 개편을 강하게 주장했다"며 "또 하나의 낙하산으로 인해 지역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무료 보편적 로컬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내지 못하는 지역방송을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유구조에 대한 제도의 개혁이 뒤따라야 하며 방송통신위원회와 정치권은 이제 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사상 최장기한의 파업과 함께 내홍을 겪고 있는 MBC를 살리는 길은 김재철 사장의 사퇴뿐"이라는 기사와 제목이 일찌감치 지역신문 지면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강원도민일보>는 5월 24일 "김재철 사장 사퇴만이 MBC 살리는 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MBC 파업이 110여 일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김충식,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방통위 13층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김재철 MBC 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MBC 파업은 1월말 노조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대통령 사저 사건 등에 대해 사측이 보도를 통제하고 있다며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촉발됐다"는 기사는 "MBC 노조에 따르면 이미 파업과 관련해 서울에서만 31명을 징계했고 징계인원은 김 사장 취임 이후 103명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열쇠 ②] "방송파업 해결 정치권에... 지역국회의원들 적극 나서라"

▲ <영남일보>는 5월 23일 ‘대구MBC문제 해결에 지역국회의원들 나서라’란 외부칼럼을 내보냈다. ⓒ 영남일보


"서울MBC가 일방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공영방송인 서울MBC가 지역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인사검증 절차도 없이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합리성을 결여한 막가파식 행태다. 이번 서울MBC의 인사행태는 중앙집권체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극단적인 것이다."

대구MBC 구성원들이 공정방송 사수와 반지역적, 반분권적인 낙하산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투쟁을 70여 일째 이어질 무렵, <영남일보>는 '대구MBC문제 해결에 지역국회의원들 나서라'란 외부칼럼을 내보냈다. 5월 23일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가 쓴 칼럼은 대구MBC 사장 선출관행을 서울MBC가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대구MBC 사장을 서울MBC 인사로 임명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을 담은 것이다.

"대구MBC가 지금도 1억원 이상 투자할 경우에 서울MBC의 통제를 일일이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낙하산 사장에 의해 내부 인사와 보도편성제작에 이르기까지 간섭을 받는다면 중앙의 입장을 대변하는 서울MBC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계소에 불과할 것"이라는 칼럼은 "이는 지역을 대변할 방송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칼럼은 한발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한 축인 지역언론이 중앙집권의 한 축인 중앙언론에 장악된다면 미약하게나마 싹을 틔워가고 있는 지방분권과 지역발전에 대한 지역민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뀔 것"이라며 "지역의 대표적인 정치인인 시장·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은 지역언론을 위해 이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뒤 "지역국회의원들이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방송사 파업의 해결 열쇠는 정치권에 있다며 정치권이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남도민일보>도 5월 17일 '사상초유 방송사 총파업 해결 열쇠는 정치권에'란 제목의 기사에서 "방송사 노사 대립이 전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결국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냉랭하다.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방송사 사장 때문에 방송의 공정성이 철저하게 짓밟히고 있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전북기자협회(회장 백기곤)도 5월 8일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KBS와 MBC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고 "낙하산 사장을 보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방송을 자신들의 나팔수로 만들고자 한 정권의 과욕으로 인해 취재현장을 누벼야 할 공영방송 들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놓고 파업투쟁에 나섰다"면서 "19대 국회의 첫 번째 소임은 바로 공영방송들의 파업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공영방송사에 낙하산이 올 수 없도록 '언론장악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열쇠 ③] "사상초유 방송사 총파업 해결, 시민사회 힘으로"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가 김재철 사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며 백만인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 전국언론노조


양대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사 연대파업이 4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언론사 노조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나서 힘을 보태고 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찌감치 언론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인권회의 등으로 구성된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5월을 하루 앞둔 4월 30일, '공정방송을 위한 언론 노동자 파업지지'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 노조의 파업은 이명박 정권과 MB낙하산 사장들이 자행한 방송장악과 언론통제로 박탈당한 언론의 공정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투쟁"이라며 지지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성명을 통해 "방송사 파업사태의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사 장악 음모에서 비롯됐다"며 "자신의 측근을 KBSㆍMBCㆍYTN의 사장으로 투입해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파괴하고,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무력화해 정권 홍보기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파업 장기화 사태에 대한 책임과 정상화 △KBS 김인규, MBC 김재철 사장 퇴임 △MBC 김재철 사장의 지역 MBC 낙하산 사장 임명 철회 △KBS 김인규, MBC 김재철 사장의 대량 징계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5ㆍ18민주화운동 32주년을 맞아 광주에서는 전국언론노조 광주MBC 지부와 KBS 광주지부 등이 1980년 시민을 폭도로 묘사해 방송국이 불탔던 과거의 아픈 기억을 반성하고, 정권의 언론 통제와 장악 음모에 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시민들과 함께 방송파업의 의미를 함께 되새겼다.

대구지역도 시민단체와 학계의 동참이 잇따르고 있다. <영남일보>가 5월 24일 내보낸 대구MBC 권창모 노조위원장과의 인터뷰 기사(MBC 낙하산 사장 선임 마침표 찍어야)에서 잘 묻어났다. 권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대구MBC 파업의 요구사항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세 가지라고 답했다. "첫째는 김재철 MBC 사장의 즉각 퇴진, 둘째는 김재철 사장에 의해 임명된 차경호 대구MBC 사장의 사퇴, 셋째는 서울MBC 사장과 지역MBC 사장의 선임구조 개선, 더 나아가 지역MBC의 소유구조 개편"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이들이 노조에 지지를 보내주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시작으로 대학 교수 등 지식인의 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있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에서도 지지 보도자료를 냈다"면서 "100개가 넘는 단체에서 지지성명을 내줬다"고 자랑했다.

20여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대전충남언론공공성수호연대와 대전충남언론노조협의회도 방송사 파업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이미 지난 4월 25일 '공정방송을 위한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회복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며 "언론자유를 파괴하고, 노조파괴에 순응하는 지역MBC 사장은 지역사회의 일원이 될 수 없다"며 "지역MBC 노조에 대한 징계절차를 즉각 철회하라"로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작금의 사태가 이명박 정권이 자신의 측근을 문화방송․한국방송․와이티엔방송의 사장으로 투입해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파괴하고, 권력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무력화해 정권 홍보기구로 전락시킨 데 있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면서 "총선과정에서 폭로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서 청와대의 낙하산 사장 투입경위와 방송장악을 위한 언론계 불법사찰 그리고 증거인멸 행태가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지난 4월 4일 성명을 통해 "낙하산 사장 퇴출, 공정방송 쟁취, 해직언론인 복직을 요구하며 벌이는 언론 노동자들의 파업에 무한한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며 방송사 노조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방송파업을 계기로 시민사회의 집단지성과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전국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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