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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분토론>은 토론이 아니라 '쇼'다"

'토론 교육 전문가' 유동걸 쓴 토론의 모든 것 <토론의 전사> 저자와의 대화

등록|2012.06.08 21:54 수정|2012.06.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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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분토론'은 토론이 아니라 '쇼'다" ⓒ 최인성


오랜 세월 토론을 공부하고 다양한 현장에서 토론 교육을 해온 현직 국어교사이자 토론 교육 전문가인 <토론의 전사> 저자 유동걸씨가 'TV토론은 토론이 아니라 쇼'라며 일침을 놓았습니다. 대립에서 비롯한 언쟁과 논쟁뿐인 TV토론은 마치 액션영화와 같다며 토론의 본질적 가치를 되새겨 봐야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일단 TV토론이 토론인가. <백인토론> 갔다 와서 '이건 토론이 아니고 쇼다'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백분토론 같은 경우에도 명칭은 백분토론이지만 스펙터클 관점에서 보면 말로 한다는 차이가 있는 것이지 마치 액션 영화처럼 하나의 싸움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일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우리 사회의 언론에서 보여주는 토론문화나 토론의 모습을 토론의 본질적 가치나 의미에 비추어봤을 때 과연 어디까지를 토론이라고 해야 할지..." - 유동걸 <토론의 전사> 저자

지난 7일 오후 <오마이뉴스>에서 열린 <토론의 전사> 출판기념 저자와의 대화에서 독자들과 만난 저자 유동걸씨는 책에서 다 말하지 못한 토론의 의미를 설명하며 토론은 소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통을 위해 용기 있고 주체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태도가 토론의 정신이라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 선생의 교수법을 예로 들었습니다.

"책상 위에까지 올라가서 시선을 달리해서 내가 수동적으로 바라만 보지 말고 주체가 돼서 올라가서 세상을 바라보라는 교육을 몸으로 하고 마지막에 키팅 선생이 떠나게 될 때 학생들이 몸소 실천하면서 책상위에 올라가서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는 그런 장면들이 결국 우리에게 토론의 정신인 무엇인가 보여주는 것이고..." - 유동걸 <토론의 전사> 저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소통을 잘하는 사람 1위로 뽑혔던 3년 전 설문조사를 소개하며 토론의 밑바탕이 되는 소통능력이 리더의 힘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최근에 서울시장이 된 데에는, 이것이 3년 전 조사인데 이미 그 당시부터 소통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평가받았던 것이고 그 힘이 아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울 시장이 될 수 있는 밑바탕이 된 거죠. 그만큼 우리 사회의 리더의 힘들은 소통능력으로 옮겨간 지 오래됐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유동걸 <토론의 전사> 저자

▲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토론 교육 전문가이자 현직 국어교사인 유동걸 씨가 쓴 책<토론의 전사>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 최인성


저자는 또 프랑스 6·8혁명과 2008년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등을 예로 들며 토론에 깃든 연대와 참여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토론공화국'을 만들겠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진 역대 대통령과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더욱 힘을 싣기도 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 중에 가장 약자였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강자들은 토론하지 않는다라는 부제를 붙인 이유도 토론은 약자들의 연대이고 약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결국 어떻게 하면 서로 힘을 모아가지고 자기네들의 역사와 현실을 문화와 삶을 바꿀까를 고민하는 가장 바탕인거죠.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인권변호사 출신이든 어쨌든 한국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주류가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 주류사회의 두꺼운 층을 뚫고 정말 본인이 실현하고자 했던 좋은 사회, 좀 더 서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결국은 어떤 힘들을 모아야 하는데 아시는 것처럼 정치권력이든, 언론권력이든 기득권들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음해하는 상황 속에서 그걸 뚫고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소통과 토론을 통해서 국민들이 참여하는, 그래서 참여정부라는 이름 속에 토론을 통해 참여정신을 현실화 해보자는 고민을 했던 거겠죠." - 유동걸 <토론의 전사> 저자

그리고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회를 예로 들어 당시 검사들의 토론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반면교사로써 이날 토론은 세계 최고의 토론 교과서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결과적으로 토론의 판을 깨려고 했던 검사들의 목적에 넘어간 노무현 대통령이 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대통령이 졌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토론의 판 자체를 깨는 데 검사들의 목적이 있었고 여기에 넘어갔다는 거죠. 유일한 여성 참여자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인데 앞에 책상도 없어요. 여성에 대한 배려도 없고, 토론의 배치부터 시작해서.. 제가 보기에는 최악의 토론이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데서부터 출발해서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죽거리고 최대한 약 올리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화나게 만드는 게 검사들의 목적이었고, 그 와중에 형 얘기까지 꺼내니까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죠. 그 말 한마디 때문에 그걸 언론에 크게 퍼트리면서 대통령이 동등한 눈높이로 토론하지 않고 권위를 내세우려고 했다고 하면서 토론공화국 담론 자체를 훼손시키면서 그 뒤로 거짓말처럼 토론 공화국이라는 말이 사라져버렸습니다." - 유동걸 <토론의 전사> 저자

우리 철학과 정서에 맞춰 영화, 드라마, 책 등에서 다양한 사례와 근거들을 인용해 토론의 의미와 방법을 재미있고 쉽게 설명한 토론 지침서 <토론의 전사>는 단순한 언쟁이 아닌 화합을 위한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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