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인사들이 새 시스템으로 통합진보당이 새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시민사회 집담회가 열렸다. 당내 민주주의, 종북 논란, 노동 정치를 다룬 1~3회 토론회에 이어 열린 이날 집담회는 '통합진보당, 리셋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시민사회 인사들은 이날 통합진보당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컴퓨터 화면이 멈추면 컴퓨터를 껐다 켜면 된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이라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새로운 운영체제를 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는 교시와 권위에 의존하는 종교와 달라야"

그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원망·아쉬움·실망이 크다, 솔직히 어떻게 거듭날지 회의적"이라며 "통합진보당은 투쟁 현장으로 돌아가 노동자·농민 등 쫓겨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거듭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덕진 사무국장은 또한 "덕수궁 대한문 앞에 쌍용차 분향소 천막이 철거되는 날, 민주통합당 의원이 자리를 지켰다"며 "통합진보당이 하지 못하는 일을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을 맡은 이헌욱 변호사는 "민생이 가장 중요하지만, 지금 통합진보당은 국민을 편안하게 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통합진보당 정치인들은) 왜 정치를 한다고 했을까 궁금하다, 서운함을 넘어서 냉소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당권파와 혁신파가 이제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덕진 사무국장은 "여러 시민단체에서 개혁입법과제를 들고 국회를 돌아야 하는데, 통합진보당 의원들에게 이를 발의하자고 말하기가 어렵다"며 "박원석(혁신파)·김선동(구당권파) 의원이 함께 나와서 그런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종북 논란에 대한 견해를 회피하지 말고 토론 과정을 통해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헌욱 변호사는 "정치는 교시와 권위에 의존하는 종교와 달라야 한다"며 "토론을 통해 상대방 입장을 바꾸거나 내 입장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9일 통합진보당 전당대회가 새출발하는 장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주민 변호사는 "선거가 깨끗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탈출구가 아니라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전당대회에서 봉합되는 것은 너무 퇴행적이다, 국민 판단과 다른 결과가 나올까 두렵다"며 "잘 토론해서 개혁적인 결과를 끄집어내야 한다, 이후에는 가볍고 즐거운 정치를 해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