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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개바퀴'일까?"

그해 여름의 난리부르스

등록|2012.06.09 11:28 수정|2012.06.09 11:29

올 여름엔 가까운 곳에서대충 땀이나 씻어내고 오렵니다. ⓒ 홍경석


최근 모 퀴즈 프로그램의 지역예심이 있어 참가했다. 1차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2차 관문인 면접을 치르게 되었다. 하지만 3년 전 다른 퀴즈 프로그램에 출전한 경험이 큰 힘을 발휘한 때문으로 하나도 긴장되지 않았다.


그래서 말인데 대저 퀴즈의 면접에 있어선 우선적으로 '튀고 볼 일'이(었)다. 쑥스러워하거나 긴장까지 되어 작가와 PD가 묻는 말에도 대꾸조차 못 해서는 그야말로 방송 불가(不可)로 '낙인이 찍히는'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그래서 시종일관 씩씩하고 당차게 임했는데, 이윽고 미리 써서 낸 인터뷰 용지에 적힌 본인의 별명을 묻는 시간이 왔다.

"근데 왜 선생님의 별명은 '개바퀴'인가요?"
"아~ 그게 말입니다."


어느 해 여름에 고향인 천안의 죽마고우들과 만나 여름휴가를 맞아 강원도 바다에 갔다. 마침 그곳엔 또 다른 죽마고우의 처가에서 민박집을 하고 있어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처남은 "멀리서 오셨다"며 우리가 자리에 앉다마자 싱싱한 해산물을 산처럼 쌓아놓고 술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억병으로 취한 나는 급기야 동해바다에 빠져 하마터면 불귀의 객이 될 뻔 하기까지 했다. 그 '난리부루스'를 치고 이튿날 천안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친구들은 섭섭하다며 술을 또 마시자고 했다.


"그러지 뭐, 기왕지사 버린 몸인데 한 잔 먹으나 두 잔 먹으나 매한가지인 걸."

그러나 술은 역시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가장 적나라한 명징(明徵이었다. 그렇게 또 만취하여 오른 천안역 발(發) 대전역 착(着)의 열차. 하지만 결국 내가 눈을 뜬 건 종착지인 부산역이었다. 황당하다 못 해 그처럼 술에 꼼짝 못 하는 포로가 된 나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그래서 다음부턴 조심을 한다고 나름 노력하였는데 그같은 경거망동의 작태는 그 뒤로도 서너 번 더 지속되었다.


그 바람에 그예 소문이 났고 이에 친구는 날더러 술만 마시면 개가 되는 것도 모자라 도무지 어디로 갈 지 모르는 바퀴까지 단 '개바퀴'라는 별명을 지은 것이다. 휴가(休暇)의 본질적 의미는 바람 선선히 불어오는 나무 곁에서 잠시 쉬는 것이란 얘기가 있다.


그러하거늘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염천더위에 그 독한 술을 마치 못 먹어 죽은 귀신처럼 대들어 마셨으니 어찌 과유불급이 아니 되었을까?


어쨌거나 올부터는 직업의 특성 상 휴가가 아예 없다. 따라서 과거처럼 개바퀴가 될 일도 없을 것이다. 다만 더 더워지는 즈음에는 짬을 잠시 내 가까운 계곡에나 올라 이마에 맺힌 땀이나 대충 씻어내고 내려올 요량이다.
덧붙이는 글 모비스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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