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 가득 나물과 보리의 향이 가득한 집 수원 '광교헌'
툇마루에 걸터앉아 쓱쓱 비벼먹는 보리밥에 마음도 풍요
▲ 밥상보리밥에 아주 시골스런 밥상이 입맛을 돋운다 ⓒ 하주성
가끔 생각날때면 찾아가는 집이 있다. 광교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다가 출출해지면 산 밑 버스 정류장 바로 위에 있는 식당을 찾아간다. 이 식당을 자주 찾는 이유는 자연 속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갑갑한 건물 안을 벗어나, 나무 밑에서 한 끼 식사를 즐기는 여유. 말로만 설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족한 듯하다.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47-2에 소재한 '광교헌'. 이 집에서 즐겨먹는 것이 보리밥이다. 보리밥에 나물 몇 가지 넣은 후 고추장과 참기름에 비벼서 먹는다. 함게 나오는 된장과 우거지선지국 또한 이집만의 별미이기도 하다.
▲ 대문광교헌은 들어가는 대문부터가 어느 산골의 시골집을 들어가는 듯하다 ⓒ 하주성
어느, 시골의 툇마루 같은 집
20년 넘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답사를 계속하다 보니, 이젠 집 모양만 보아도 그 집의 손맛을 어느정도 알 수 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자그마치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한 20년이 넘게 전국 방방곡곡을 발품을 팔았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다.
물론 음식이라는 것이 '시장이 반찬'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왕이면 정이 가득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그 또한 맛있는 반찬보다 낫다. 하기에 난 겉으로 보기에 으리으리한 집은 왠지 불편하다. 그것보다는 그저 마음 편하게 다리 쭉 뻗고 가끔은 지인들과 곡차 한 잔을 하면서 떠들 수 있는 자리가 좋다.
▲ 식탁주변 나무들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야외에 꾸민 식탁들 ⓒ 하주성
▲ 야외식당야외에 숲을 그대로 식탁으로 꾸몄다. ⓒ 하주성
광교헌은 이름 그대로 '광교에 있는 마루'라는 뜻으로 들어가면서부터 기분이 좋다. 마루란 무엇인가? 그저 길을 가다말고 편안히 다리를 뻗고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내가 이 집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어느 시골집의 툇마루와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난 늘 이 광교헌을 이렇게 비유한다.
뙤약볕 길을 걷고 있다가 만난 깊은 산골마을의 시골 길. 발을 옮길 때마다 먼지가 폴폴 나는 시골길을 걷다가 만난 초가집 한 채. 사립문조차 닫을 필요가 없는 산골 집에 툇마루. 그 툇마루에 털썩 주저앉아 안마당에 있는 우물에서 시원한 냉수 한 그릇으로 땀을 식히는 그러한 기분이 드는 광교헌이다.
▲ 나물보리밥을 비벼먹을 수 있도록 내주는 나물 ⓒ 하주성
▲ 시골스런 반찬광교헌의 반찬은 참 시골스럽다 ⓒ 하주성
아주 시골스런 밥상에 군침을 삼키다
나무를 그대로 마당에 두고 길 탁자를 놓은 곳. 그곳이 바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한 편에선 고기를 숯불에 굽고 있지만, 훤히 터진 곳이라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나무가 가까운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고 나면 내오는 반찬들. 참 시골스럽다. 직접 만든다는 묵과 두부, 그리고 생김치와 정구지무침, 된장과 우거지 선지국, 그리고 쌈과 고추 등이 이 집 반찬의 전부다.
보리밥 한 그릇에 비벼먹을 수 있는 나물 몇 가지. 그것을 모두 큰 보리밥 그릇에 집어넣고 썩썩 비빈다. 그리고 한 숟갈 크게 떠 입안에 넣는다. 보리라고 해서 조금은 껄끄럽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입안에 가득한 나물과 보리의 향이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룬다.
▲ 우거지 선지국보리밥에 딱 어울리는 우거지 선지국 ⓒ 하주성
아마 답답한 실내에서 이 음식을 먹었다면, 이보다 맛이 덜할 듯하다. 그저 시골의 초가 집 툇마루와 같은 곳에서 먹는 음식이기에 그 향이 더한 듯한 것일 테지.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산 새 한 마리가 푸드덕하며 날아간다. 저 새도 밥 때가 되었는가보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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