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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채 다 늘려놓고 이제 와서 균형재정?"

시민사회단체들, '시민이 설계하는 2013년도 예산안 대토론회' 열어

등록|2012.06.12 16:18 수정|2012.06.12 16:18
"세계적인 불황 때문에 긴축재정이 추세인데 진보진영 입장에서는 이를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긴축재정을 벗어나려면 세금 수입이 늘어야 하지요. 이제 우리가 그 방법을 사회에 제안해야 합니다."

시민사회계가 2013년도 국가 예산안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나섰다. 글로벌정치연구소,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11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시민이 설계하는 2013년도 예산안 대토론회'를 열고 교육·일자리·복지 등 내년도 예산안 쟁점들에 대해 논의했다. 12일부터 기획재정부 주최로 열리는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앞두고 '기선제압'용 움직임에 나선 셈이다.

"토건 예산, 비과세 감면 혜택 줄여야"

한국은 5월 23일을 기점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국민소득 2만불과 인구 수 5천만 명을 돌파했다. 이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2만불 시대'에 보건 부문을 빼놓고는 전형적인 후진국적인 복지국가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복지예산이 국민소득 2만불인 다른 국가들의 30-60%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 소장은 "지난 4년간 부채만 증가시켜놓은 이명박 정부는 이제와서 균형재정 얘기를 하고 있다"며 "지금 균형재정을 실시하면 꼭 필요한 부분의 예산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공부문의 부채는 약 900조 원. 정부가 대부분의 부채를 공기업에 전가시키는 바람에 한 해 이자만 50조 원에 육박한다.

정 소장은 "2013년 예산안에서는 토건 예산을 10% 줄이고 기업 보조금이나 비과세 감면 혜택을 줄이는 방법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예산안 개혁 대상으로 급증하고 있는 지방세 감면율과 R&D 증가율을 지목했다. 그는 "2001년 10%가 안 되던 지방세 감면율이 최근 23.2%까지 늘었다"며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법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4위 규모의 R&D 예산도 '손볼 거리'다. 홍 연구위원은 "R&D 예산은 대기업들이 독식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위한 R&D 예산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투자사업의 공공화 및 대학 개혁을 주장하기도 했다.

▲ 11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열린 '시민이 설계하는 2013년도 예산안 대토론회'. ⓒ 김동환


5년 이상 중장기 계획짜야 진보정책 펼 수 있어

이날 토론회에서는 교육·민간투자사업·환경·일자리·복지 등 분야별 예산안 편성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용도가 검증되지 않은 터무니없는 국방비나 건설 예산을 줄이면 복지예산을 확충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당장 내년 1년 예산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명확한 단계가 보이는 5년 이상 중장기 계획을 짜야 진보적인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지적에도 동의했다.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의 일자리 사업은 단기적인 '나쁜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며 "단기적인 나쁜 일자리를 어떻게 장기적인 '좋은 일자리'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양만 일시적으로 늘릴 게 아니라 청년, 여성, 고령자 등 취업 취약계층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 연구위원은 사회 약자층에게 일괄적으로 직접 돈을 지급하는 방식보다는 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를 감면해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고용과 복지를 연계시킬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청년 고용문제에 대해서는 "파격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할당률을 주고 지키지 않으면 누진적으로 분담금을 부담시키는 등 강한 압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부동산감시팀장은 민간투자사업의 맹점을 짚었다. 김 팀장은 "현행 민간투자사업에는 경쟁이 없어 건설사에게 막대한 이익만 몰아주는 구조"라면서 "토건 재벌들이 거의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투자사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적은 비율의 민간 자본도 지적됐다. 그는 "맥쿼리가 보유한 지하철 9호선 같은 경우 민간자본은 20% 밖에 투입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사업이나 입찰 관련한 정보가 시민들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아 일이 터진 후에야 알게 되는 것도 지금의 민간투자사업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환경부 예산 중 기업 지원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시민들에게 돌릴 것을 주문했다. 박 사무처장은 "연간 10대 기업이 전기세로 보조받는 돈이 4380억 정도인데 이는 연간 중산층 기업 200만 가구가 공짜로 쓸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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