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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판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 길은 노나메기뿐

백기완의 민중미학 특강 9강 - 노나메기를 들이댄다

등록|2012.06.12 13:43 수정|2012.06.12 13:43
신자유주의 문명을 깨트리고 새 판을 짤 대안으로 노나메기 운동을 시작한 통일문제 연구소 백기완 소장은 첫 대중문화 강연으로 총 10회 분량의 '백기완의 민중미학 특강'을 기획했다. 지난 4월 3일부터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본관 5층 강당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30분에 열린 특강은 마지막 10강을 앞에 두고 있다. 이 기사는 9강 '민중미학의 본질은 무엇인가, 왜 노나메기가 대안인가'를 요약한 것이다. - 기자말

백기완 선생 <민중미학 특강>열강으로 얼굴이 온통 땀에 젖었다 ⓒ 이명옥


백기완 선생의 민중미학 특강 9강 '노나메기를 들이댄다'는  민중미학은 무엇인가, 왜 주어진 판 자본주의를 깨트리고 새로운 노나메기 벗나래를 만들어야 하는가를 알 수 있는 강의다.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노나메기를 들이대기 전 선생은 장산곶매 이야기를 차름(시작)했다. 부리를 뽑히고, 발톱이 뭉개지고, 날개를 잘리고, 눈까지 멀어 몰개(파도)와 깜떼(절망)만 남아있는 장산곶 절벽위에서 혼자 사는 매, 자기 체온으로 소나무를 싹틔운 장산곶매는 선생의 투혼의 매요, 이 땅 무지렁이들이 일궈온 삶의 역사와 닮았다.

피눈물로 이루어야 할, 일구지 않으면 죽는 바랄(꿈)은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에 의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땅 모든 노동자와 농민, 민중이 붙들고 일궈야 할 삶이기도 하다.

'민중미학의 본질은 노나메기'

백기완 선생 <민중미학 특강>열강 중인 백기완 선생 ⓒ 이명옥


선생은 노나메기 정신인 민중미학의 핵심을 '살티(생명), 해방(환희), 다슬(자비), 진보( 변혁)의 미학' 네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민중 미학은 '실티(생명)의 미학'이다. 민중들은  짓밟힐수록 더욱 강인하게 일어선다. 반 생명에 저항하며 참 생명을 얻기 위한 피눈물의 몸부림이 바로 살티(생명)이다.

"칠전팔기 성공의 미학이 살티(생명)가 아닙니다. 참 생명을 얻는다는 것은 한 개인의 생명을 얻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생명을 얻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역사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입니다."

장산곶매가 자신의 체온으로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에 소나무를 싹 틔운 것이 살티(생명)고 찬우물이 자기 안에서 끊임없이 솟구쳐 올라 마름 땅을 적셔 풀과 나무를 자라게 하고 생명이 깃들게 하는 것, 자신의 온 몸으로 생명을 싹 틔우는 것, 그것이 선생이 말하는 살티가 아닐까.

둘째, 민중 미학은 '해방(환희)의 미학'이다. 민중 미학은 '신바람의 미학, 해방의 미학, 환희의 미학'이다.

"베토벤의 제9교향곡의 주제가 환희라면서요? 그럼 신바람은 뭐요? 여자들이 치맛바람을 휘날리며 일으키는 바람이 신바람이 아니야. 참 신바람은 노동자의 겨드랑이에서 나오는 것이요, 농민의 가랑이에서 나오는 겁니다. 노동을 하느라 땀을 흘리고 흘리다 보면 겨드랑이에서 바람이 나오는데 그것을 신바람이라고 하는 것이오. 그걸 알아야 해. 말을 알고 써먹어야 해."

일하는 사람의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고, 노동을 천시하지 않는 세상, 땀 흘린 사람들이 인이 되는 세상이  해방의 세상, 신바람나는 세상일 것이다.

셋째, 민중미학은 '다슬(자비)의 미학'이다.

"다슬은 자비의 미학인데 어떤 자비냐 이 말이야. '내가 가진 것을 베푼다' 그런 자비가 아냐. 그럼 '무소유가 답이 아닌가요'라고 말하는데 아닙니다. 무소유는 있긴 있는데 내가 안 가진다는 말이잖아. 심정적으로 가지지 않은 것일뿐, 그건 가진 것이오. 진짜 다슬은 뭐냐, '내 것은 없다'는 것이야. 땀으로 얻어진 모든 열매는 내 것이 아니고 자연의 것이니 내 것은 없다 이 말입니다. 이것이 진짜 다슬이오.

안 가지겠다는 것은 심정적인 결단이야. 심정적 결단으로 안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슬이라는 건 내 것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왜 모든 것은 땀이 맺힌 것인데 땀을 흘린 자들도 못 가지는 것을 땀 흘리지 않은 자가 가져. 그게 바로 도둑질이고 강탈이잖아.

아, 그러면 옆에 못 가진 이들에게 미안하니 조금씩 베푸는 것. 이게 다슬인가? 아냐. 자기도 남의 것을 빼앗은 것인데 나눠주는 것이 무슨 베푸는 거야. 다슬은 바로 땀이요 눈물의 미학입니다.

내가 왜 민중 미학을 들고 나왔느냐. 지금 청와대에 어디 눈물이 있고 땀이 있소. 흘려봤자 몽땅 빼앗기는 판인데 말이오. 그러면 '눈물의 미학', 다슬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이겠소. 그건 바로 감격입니다. 감격의 미학이라고.

야구장에 가보세요 야구방망이를 딱 때려서 넘어가면 와 환호성을 지르지요. 예쁜 여자나 근사한 남자를 보면(난 근사한 남자는 못 되지요, 할아버지니까) '와!' 하잖아요. 그런 것이 감격이 아니오. 일하는 사람의 마빡에서 배어나오는, 땀방울 일하는 사람의 두 눈깔에서 흘러나오는 피눈물, 이것이 진짜  다슬이라 이 말이야. 이게 감격의 미학이 아니고 뭡니까."

선생은 자본주의가 이상으로 여기는 복지국가의 이상을 뛰어넘어 노나메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피땀이 만들어낸 열매는 자연의 것이지 인간이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빌려쓰는 자연이니 인간, 다른 생명, 자연이 골고루 혜택을 누려야 한다.

민중 미학은 진보(변혁)의 미학이다.

"한겨울 추위로 모든 것이 얼었을 때 강물은 흐르지 않는 것 같아도 얼음 밑으로 흐릅니다. 이것을 어려운 말로 연면성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마르크스를 봅시다. 마르크스가 말한 사회주의는 수천 년 역사에 흐르는 연면성의 시대적 결과물입니다. 연면성의 핵심을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가 진보적인 길을 가겠다고 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굽이치는 것입니다. 노나메기 미학이란 무엇이냐, 그냥 흘떼(강물)처럼 흘러 굽이치는 진보, 거부할 수 없는 흘떼(강물) 같은 변혁의 물결이다, 이겁니다."

선생은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 이제는 새로운 판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신자유주의로는 더 이상  인간이 추구하는 바랄(꿈)을 이뤄낼 수 없다.

가난을 체제화하는 자본주의 판을 깨라

백기완 선생 <민중미학 특강>자본주의는 가난을 먹고살아야 해서 가난을 체제화한다고 말하는 선생 ⓒ 이명옥


선생은 노나메기 미학의 눈으로 봤을 때 오늘의 자본주의 문명이 어떻게 비치는지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자본주의 문명은 범죄의 문명이다.

"인류의 보편적 염원은 가난을 없애는 겁니다. 가난은 남의 것을 빼앗는데서 일어나지요. 자본주의 문명은 가난을 강요하는 문명입니다. 땅별(지구) 인구의 삼분의 일인 20억이 넘는 사람들이 하루에 천 원으로 살아요. 라면 1/3 그릇으로 하루를 살아야 합니다. 전기는 안 쓰고 학교는 안 가고 사나요? 그래서 가난은 살인이고 학살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다섯 살 미만의 어린이가 하루에 5천 명씩 죽어요. 6초에 한 명씩 죽는 겁니다. 물이 없어 죽고 배가고파 죽는다. '이게 범죄의 문명이 아니면 뭡니까?"

선생은 '빈부의 차이가 심화하는 것이 가난이 체제화되고, 구조화되는 것은 범죄"라며 "자본주의 문명에서 자본은 가난을 양식 삼아 산다"고 설명한다. 이어 "가난을 먹고사는 것이 범죄의 문명, 사람이 살 수 없는 문명이니 쓸어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자본주의 문명은 던적(부패)의 문명이다.

"처음에 눈사람을 만들 때 주먹만한 눈덩이를 만들어 굴립니다. 자본주의라는 눈덩이도 자본을 늘리려면 밤이나 낮이나 굴러야 합니다. 언젠가는 골짜기에 빠져 깨질 것을 알면서도 착취는 한이 없거든요. 미국의 떼부자는 한 달 월급이 5천억 원이 넘어요. 그런데 비정규직은 한 달에 70만 원, 80만 원을 받습니다. 노동자 천만 명이  비정규직입니다. 자본주의 200년 동안 사람과 모든 목숨을 학살했어요. 자본주의 문명은 옆에 사람을 짓밟고 더 많이 빼앗으려는 부패한 문명이라니까요".

병균은 자기만 죽는 것이 아니라 옆에 생명체도 병들게 하고 죽게 만드는 부패의 원인이다. 부패한 자본주의 판을 깨트려야 노나메기 정신처럼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 수 있다.

셋째, 자본주의 문명은 죄악의 문명이다.

"자본의 축적 과정을 보면 무자비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전쟁은 미국으로부터 시작됐어요. 전쟁은 남의 자원과 재산을 빼앗기 위해 대량학살을 하는 것입니다. 인구 250만 명인 니카라과에서 50만 명을 죽이고 괴뢰정부를 수립했어요. 그저 과일이나 한 개 따먹는 정도가 아니라니까요. 전체 인구의 1/5이나 죽인 죄악의 문명이 자본주의 문명입니다."

선생은 전쟁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하기 위한 죄악이라고 단정한다.

자연이 파괴돼 이산화탄소 배출로 지구온난화가 발생해 남극의 얼음이 녹고, 바닷물의 온도가 6도나 높아졌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농작물을 망치는 물질을 남용하는 환경파괴를 우려한다. 선생은 자본가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자연을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해치는 것을 죄악이라고 말한다.

선생은 범죄와 죄악을 부르는 부패한 자본주의 문명을 대신할 새로운 대안으로 노나메기를 들이대며 다음과 같은 말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여러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 하나 발견됐다고 해요. 그 행성은 빛의 속도로 600광년을 가야하고, 로켓으로는 2500만 년을 가야 닿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능력으로 그 행성을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요.

그런데요. 우주의 본체(알라)에 대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주의 중심에 블랙홀(먹개)이 있는데 그 블랙홀(먹개)은 무엇이든 빨아들입니다. 블랙홀이 한없이 먹다가 확 밷어내는데 그것이 빅뱅(대폭발 한바탕)이지요. 거기서부터 우주가 다시 탄생하는 겁니다. 

여러분, 땅별만 한바탕(빅뱅)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주도 빅뱅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것이 바로 노나메기 미학입니다. 무지렁이들은 천재는 아니지만 우주의 알라(본질)를 알고 있어요.  무지렁이들의 올바로 잘살자는 바람, 우주가 되는 한바탕, 그것이 바로 노나메기라니까요."

백기완의 민중미학 특강민중미학 특강 ⓒ 이명옥


덧붙이는 글 민중 미학 마지막 강의는 '한소리, 불림'에 관한 것이다. 불림은 주어진 억압의 판을 깨는 것이다. '띠루 띠루 지화자',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선생이 들려 줄 불림을 통해 자기 인의 힘을 다시 확인하자.
무지렁이 노동자와 농민 민중의 힘을 모아 주어진 억압과 자본주의 문명이 판을 깨트리고, 새로운 하늘과 땅을 여는 노나메기 벗나래(세상)이 바랄(꿈)을 실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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