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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KDI '2012~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 토론회' 열어

등록|2012.06.12 16:33 수정|2012.06.12 16:33
"지금은 균형 재정을 유지할 정책적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정부가 균형 재정의 조속한 달성을 목표로 2013년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은 12일 열린 '2012~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발표된 시민사회계의 예산안 내용과는 크게 다른 시각이었다.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비과세 감면 등 조세 지출을 줄이고 경제 사업, R&D 투자 등의 예산을 감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재정 수입은 불확실한데 재정 지출 압력은 매우 큰 상황"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여는 '국가재정운용계획 토론회'는 12일부터 3일간 총괄·총량, 일자리, 복지, 교육, 사회기반시설(SOC), 지방재정, 중소기업, 연구개발(R&D) 등 9개 분야별로 진행된다. 12일 진행된, 다른 분야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총괄·총량 분야 토론의 핵심 주제는 '균형 재정' 이었다. 가급적 정부 지출을 줄이자는 얘기다.

첫날 총괄·총량 발표를 맡은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은 균형 재정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로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대외 무역조건 악화를 꼽았다. 고 연구본부장은 "최근 구제금융을 신청한 스페인은 낮은 수준의 부채에서도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대외 충격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위기 때 재정 확대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지금 건전 재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고 연구본부장의 설명이다.

이어 정부 측 참석자로 나온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은 "잠재성장률 하락 때문에 재정 수입은 불확실한데 의무지출은 증가하면서 재정 지출 압력은 매우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 과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 세금 수입을 늘리고, 경제사업 부문과 사회복지 분야를 포함한 정부 사업 전반에서 비효율적인 국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지출을 절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 과장은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부하는 예로 R&D 부문의 내실화 계획을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R&D 투자는 세계 4위로 높은 수준이니 예산을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그는 "앞으로 R&D 부문은 원천기술 관련 투자는 지속하되 나머지 부분은 구조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균형 재정을 추진하지만 불필요한 예산은 깎아 필요한 곳에 몰아주는 식의 운용을 한다는 얘기다.

▲ 12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2012~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 토론회'가 열렸다. ⓒ 김동환


균형 재정 그럼 복지 예산 확충은?

학계, 시민사회계, 언론계, 기업계를 대표해서 나온 참석자들은 대체로 균형 재정에 대한 이러한 정부 측 시각에 동의하면서도 정도에 있어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가장 첨예한 논점이 된 것은 복지 예산이었다.

한국의 복지 예산은 GDP대비 9.6% 정도로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대규모 증액이 요구되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다. 문제는 현재 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정치권의 복지 관련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균형 재정 유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복지 지출이 증가될 경우 여러 가지 문제들도 발생하지만 복지가 경제에 미치는 순기능적인 요소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가 재정 건전성과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복지 지출 확대에 대해서는 긍정하면서도 "복지를 급격히 추진하다 실패한 국가들이 상당히 많다"며 "유연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복지 예산이 2배 증가한 반면 OECD 국가 평균은 30% 정도 증가하는데 그쳤음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어려운 시기'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세수확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서정희 매일경제신문 증권부장은 "실질적인 부담세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14.1%, 현대자동차가 19%, LG전자가 18.4%"라며 "상당히 낮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기업의 세금 감면을 적극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참여 예산안, 시민사회계 예산안과 어떻게 달랐나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전날(11일) 시민사회계의 주최로 열렸던 '2013년도 예산안 토론회'와는 상당한 인식차이를 보였다. 기획재정부와 KDI가 준비한 예산 방향이 보수적인 운용으로 균형 재정을 이뤄내는 '방패'라면, 시민사회계의 예산안은 세수 확충을 통해 긴축 재정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창'의 모습이었다.

가장 큰 차이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시각이다. 기획재정부가 참여한 예산안이 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재정건전성을 추구한다면 시민사회계의 예산안은 세금 수입을 늘리자는 내용이다.

시민사회계는 현재 한국의 GDP 대비 재정규모 자체가 선진국들보다 작고, 국민부담률은 낮아 이를 OECD 평균 수준으로만 맞춰도 복지예산 증액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장 2013년에 어떻게 조세를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다소 부족한 모습이다.

두 예산안 모두 대표적인 예산 구조조정 방법으로 R&D 예산 감축을 꼽았지만 세부적인 실행방법에서는 차이를 드러냈다. 기획재정부가 참여한 예산안은 R&D 예산 중 28%를 차지하는 기초연구 분야를 제외한 부분에 대해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시민사회계는 중소기업과 관련성이 큰 기계, 제조, 정보, 전자부문 감소율은 줄이고 대기업에 혜택이 가는 에너지, 우주항공, 생명 부문에 대한 감소율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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