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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방대· 저소득층 3600명 뽑는다"...경제민주화에 화답?

올 하반기부터 저소득층 매년 500명씩 채용·지방대 출신도 35%로 늘려...대기업 처음

등록|2012.06.13 18:10 수정|2012.06.13 18:27

▲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서초사옥. ⓒ 권우성


삼성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취업 예정자 500명을 신입사원으로 뽑는다. 또 지방대 출신 학생 채용도 크게 늘린다. 이는 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부터 적용된다. 국내 대기업이 신입사원 공채에서 저소득층 자녀를 특별 채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성은 1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기회균등 특별채용 실시 내용을 발표했다.

삼성이 이날 밝힌 채용 방식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대졸 신입사원 공채과정에서 지방대 출신을 크게 늘리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저소득층에서 5%를 뽑기로 한 것이다. 일반 사기업 채용과정에서 지방과 계층별로 인원을 할당해 뽑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게다가 삼성은 초등학교 때부터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과 채용까지 연계하는 프로그램까지 내놨다.

대기업 처음으로 지방과 계층 할당해 채용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이번 신입사원 채용 방식은 기존 열린채용 방식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취업기회 제공으로 확대한 것"이라며 "이같은 기회균등 특별채용은 국내 대기업에선 처음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이어 "삼성은 이미 지난 1995년부터 열린채용 시스템을 도입해 왔다"면서 "이를 통해 학력과 성별 등 관행적인 차별을 철폐하고 능력 위주로 사람을 뽑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적극적인 기회균등에 초점을 맞춘 인사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의 이번 채용은 올 하반기부터 적용된다. 삼성은 매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때 9000명 정도를 뽑아왔다. 이번 발표대로라면, 지방대 출신과 저소득층 비율이 40%에 달한다. 9000명 가운데 이들이 3600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삼성 관계자는 "이미 그동안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지방대 출신 비율이 25~27% 수준이었다"면서 "이를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저소득층 특별채용의 경우는 사실상 '실험'에 가깝다. 그동안 일반 사기업에서 특정 계층에 채용 인력을 할당해 뽑은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 역시 구체적인 채용 방식 등에 대해선 연구와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소득층 채용도 하반기 3급 공채 때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며 "주요 대학 총장이나 학장의 추천을 통해 경제적 여건은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민주화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의식한듯 

삼성이 이같은 인력 채용에 나선 것은 최근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날로 심해지는 계층 간 양극화와 고용 불안은 사회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에 이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와 복지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여야가 앞다퉈, 재벌 등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공약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이번 채용 방침은 사실상 국내 최대 그룹으로서 양극화에 일정한 사회적 책임을 보이겠다는 취지 같다"면서 "다른 대기업의 인사에도 일정부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쪽도 이같은 해석에 대해 크게 반박하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양극화에 따른 기회 불평등을 기업 차원에서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줬으면 한다"면서 "최근 정치 상황과 연결시킬 수도 있겠지만, 너무 연계해서 해석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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