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교회세습 보다 심각한 문제, 이겁니다

[주장] 교회세습 외에 '목사심기'도 문제... 교인들이 깨어야 변할 수 있어

등록|2012.06.16 19:37 수정|2012.06.19 09:31
지난 12일 김창인 충현교회 원로목사가 교회세습을 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회개한다고 원로목사 모임에서 밝혔다. 이로 인해 각 언론에서 다시금 '교회세습'의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교회세습에 대한 회개발언은 1997년 아들 김성관 목사에게 교회를 대물림 한 후 15년 만의 일이다. 충현교회의 교회세습은 대형교회의 '교회세습 1호'로 기록된 사건이기도 하며, 이후 대형교회들의 교회세습은 교회 내부와 세간의 비판에도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물론, 아들이나 사위 등에게 교회세습을 하지 않은 대형교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형교회뿐 아니라 교회세습은 한국교회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현실이다. '교회세습'의 문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회는 담임목사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

▲ 교회 십자가 사진 ⓒ 강민수

본질적으로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다. 교회는 담임목사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는 본질을 파기한 결과는 결국 한국교회 위상을 추락시켰다. 교회세습의 물꼬를 틈으로써 교회세습의 문제를 불러 일으킨 당사자가 다시금 교회세습의 문제를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시킨 이번 사건은 부자 간의 불미스러운 다툼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에 그 진정성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개인적으로 난감하다. 게다가 이미 오래전에 은퇴한 원로목사가 담임했던 교회에 대해서 왈가불가하는 것도 그리 좋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년이 지났음에도 후임을 구하지 않고 은퇴하지 않는 김성관 목사의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교회세습과 관련하여 회자하는 충현교회의 문제는 교단을 초월한 한국교회 전반의 문제이다. 크기만 다를 뿐, 많은 경우 담임 목사가 은퇴하면서 아들이나 사위에게 교회를 세습하는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작은 교회나 외진 곳의 어려운 교회를 복음전파를 위해 세습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누구도 가길 꺼리는 어렵고 힘든 교회를 세습한다면 그 세습은 참 아름다운 세습(대물림)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세습이 일어나는 곳에선 철저하게 자본(마몬)의 질서를 따라 민주적인 절차들을 무시하고, 신앙이라는 외피를 씌워 하나님의 이름으로 마몬(우상)을 숭배하고 구하는 일들을 하는 것이다.

하나님-담임목사 동일시하는 맹목적 교인들도 문제

교회세습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면 개인적으로 목회자의 양심 문제도 심각하지만, 그것을 승인하는 교회구성원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본다. 교회에는 '공동의회'라는 의결기구가 있어 담임목사의 청빙은 공동의회에서 허락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기명 투표가 아닌 충현교회가 썼던 기립하는 식으로 찬반을 묻는 비민주적인 방법에 따라 의결이 이뤄지는 일도 있지만, 만일 반대하는 단 한 명이라도 "법이요!"라는 한 마디만 하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담임목사 청빙을 할 수 있는 장치(교회법)가 있다. 하지만 교회세습을 위하려는 이들은 치밀한 작전(?)으로 합법적인 절차를 방해하고, 대부분 담임목사를 하나님과 동일시하는 맹목적인 교인들의 합의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고, 공고화시킨다는 점에서 교인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대형보수교회나 이단사이비교회도 교인들의 지지가 없다면 존립기반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인이 회개(갱신)하지 않는 한, 한국교회의 갱신은 어렵다.

문제는 담임목사의 비리나 혹은 세습문제 같은 것에 문제제기를 하면 어느 모임에서나 발생하는 찬반양론이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찬반양론에 힘입어 오히려 건강한 비판을 하는 이들이 교회에서 이단시되고 제명당한다.

대형교회 목사 심기, 교회세습 보다 더 심각한 문제

맹목적인 교인을 양산해내고, 그 교인들이 담임목사를 신격화하고, 거기에 대형화되어 마몬(자본)의 힘까지 얻으면 교계에서 인정받는 지도자가 된다. 그 권력을 이용해 교회뿐 아니라 교계를 좌지우지하려고 하고, 거기에 빌붙어 떡고물이라도 챙기려고 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교회갱신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지 아들이나 사위에게 교회를 세습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인맥을 이용해 원하는 교회에 원하는 목사를 심는 일도 교회세습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다.

대형화를 추구하는 한국교회는 너도나도 대형교회가 되려는 꿈을 갖는다. 그러다 보면 그들의 멘토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되고, 그들에게 추천을 받는다. 청빙의 경우라면 대부분 대형교회 목사가 추천하는 목사가 청빙될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몇 가지 조건들(예를 들면 박사학위 같은 것이나 화려한 경력)이 갖춰진다면 대형교회로 청빙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도 않다. 그러다 보니 너도나도 줄 서기가 시작되고, 이런 줄 서기도 하나의 권력이 되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한국교회에 만연한 것이 더 큰 문제다. 아들이나 사위에게 세습하지 않아도 사실상의 교회세습이 곳곳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한국교회를 병들게 한 것이다.

간혹, 교회를 갱신하고자 담임목사가 시도하면 이미 기존의 잘못된 신앙관을 전수받은 교인들이 담임목사를 배척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신앙의 결단'이라는 허물을 쓰고 진행되는 성향이 있어 교회갱신을 힘들게 한다. 세계사적으로 종교 간 전쟁의 고리를 푸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교회갱신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끊임없이 '달라'는 기도... 하나님 아닌 재물 섬기는 교인들

▲ ⓒ 김민수


신약성경 누가복음 16장 13절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집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나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길 것임이니라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

이 말씀은 재물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것이 우선순위에 놓이느냐의 문제이다. 재물이 우선순위에 놓이게 되면 우상이 되는 것이다. "나 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배치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재물을 구하는 것, 즉 하나님의 이름으로 우상을 구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기도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기도는 끊임없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목사는 그것을 복이라고 가르치고, 기도의 응답이라고 가르친다. 그런 기도가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 저급한 수준의 기도에서 탈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교회의 부흥도 양적인 성장에 초점이 맞춰 있고, 그에 따라 목사의 능력(?)도 평가가 된다. 이런 현실이 교회 안에 편만해지면서 교회의 교회됨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한국 교회 갱신하려면 교인들이 깨어야 한다

교회세습 문제나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면 교인들이 깨어야 한다. 세상으로부터 받는 비난이 신앙의 순결을 지키기 위한 과정에서 온 거룩한 고난인지, 자신들의 그릇됨을 지적하는 것인지 바로 보고, 들어야 한다.

오늘날 교회갱신을 부르짖는 목사나 교인이나 교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형교회나 이른바 보수적인 교회집단이 행하는 불의한 일에 가려 교회가 도매급으로 세상으로부터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위선적인 종교지도자들에게 예수는 "맹인이 맹인을 인도할 수 있느냐? 둘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아니하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 말씀을 지금 한국교회에 주시는 말씀으로 읽는다. 맹인임에도, 자신들이 모든 하나님의 진리를 다 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한 한국교회에는 희망이 없다. 대형교회나 만들고, 그것을 세습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착각하고, 그것을 지지하고 지탱해주는 이들이 있는 한 한국교회는 이 땅의 희망일 수 없을 것이며, 성전숙청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이 땅에 예수님이 오신다면 과연 어느 교회에서 청빙이나 받을 수 있으실까? 이단아로 낙인찍혀 온갖 손가락질을 받지는 않으실까? 예수를 잘 안다고, 따른다는 이들에게 예수의 이름으로 정죄되지는 않을까? 이 얼마나 비참한 한국교회의 현실인가?

이런 비참한 교회를 갱신하려면 교인들이 깨어나야 한다. 교인들이 깨어나려면 양심적인 목사들이 현장교회에 제대로 청빙되어야 하는데 그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 이래저래 위기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이렇게 가다가는 조롱거리가 될 뿐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는 죽은 조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맹인이 맹인을 인도할 수 있겠느냐?"는 예수님의 말씀이 귓가에 쟁쟁하다. 지금 한국교회의 앞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교회가 자본(마몬)의 노예가 되어 하나님 아닌 재물을 섬기기 때문이다. 그 길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눈 뜸의 기적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한국기독교 장로회 소속 목사이며, 현재 대안교회 '들풀교회'의 목사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교회가 아닌 교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작은 교회를 추구하며 자비량 목회(교회로부터 사례비를 받지 않는 목회)를 하고 있다. 평일에는 일반 샐러리맨들과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