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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우리는 '종북'이 아니라 '통북'이다"

[현장] 14일, 여의도 63빌딩서 6·15남북정상회담 12주년 기념식 열어

등록|2012.06.15 16:21 수정|2012.06.15 16:21

기념식6·15남북정상회담 기념식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에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 김철관


"지난 2009년 6·15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로 돌아가자'는 제목의 연설이 살아생전 마지막 연설이 됐다. 당시 '만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지금과 같은 길로 계속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하다는 것을 확신을 가지고 말한다'고 했다.

정치적 유언을 남기듯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고도 호소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도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김 대통령의 이런 충언과 경고를 무시했다. 6·15로 돌아가기는커녕 2010년 천안함 침몰의 빌미로 5·24조치를 발표해 민족화해와 남북교류를 완전히 뒤집고 차단했다."

지난 14일 저녁 6시 김대중평화센터와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 2층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6·15남북정상회담 12주년 기념식에서 특별 강연을 한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한반도평화포럼 공동이사장의 발언 내용이다.

이날 강연에서 백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민족화해와 남북교류를 완전히 차단한 결과, 북의 핵능력만 엄청 강화됐고, 중국의 의존도를 높임으로서 한국경제의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면서 "국제무대에서도 한국의 역할은 초라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우리 국민 하나하나가 행동하는 양심이 돼, 정치권과 사회 전체의 쇄신을 이끌어내야 한다"면서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과 경륜을 갖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낙청 "우리의 분명한 선택은 '종북'아니라 '통북'"

6·15공동선언 12주년 기념식이날 기념식에서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함께 식사를하고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인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김철관


이어 그는 "지난 4년 이명박 정부하의 주류 언론의 저질화는 6·15공동선언에 대한 지지 자체를 종북 내지는 친북좌파로 몰아치는 언설을 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국익과 전체 한반도의 주민 안전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북측과 소통하고 접촉하며, 필요한 대로 협력하자는 통북(通北)과 과거 남북대결 상황에서 북측 당국의 노선을 추종하는 종북(從北)의 차이가 모호해져 버렸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백 이사장은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를 놓고 대통령으로부터 여당과 보수언론까지 입을 모아 종북주의 문제를 들고 나와 대선의 손쉬운 승리를 꿈꾸고 있다"면서 "종북과 통북은 마땅히 구별해야 하고 우리의 분명한 선택은 종북이 아니라 통북이다"고 역설했다.

그는 "위기를 극복하고 참다운 도약을 성취할 2013년 체제에서 6·15공동선언이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면서 "2013년 체제의 남북관계는 그동안의 6·15와 10·4를 부정했던 세력에 대한 국민적 응징을 토대로 진행해야 한다"면서 "민주주의와 남북관계 발전, 민중생활의 개선에 전에 없던 선순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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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이사장의 인사말참석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가운데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철관


이어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12년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맺은 6·15남북공동선언은 반세기 분단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로 가자는 약속이었다"면서 "6·15공동선언은 남과 북이 손잡고 세계로 나아가 한민족의 새 역사를 개척해보자는 선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하나하나 무너져 내렸다"면서 "남북 간의 왕래는 중단되고 심지어 충돌이 일어나고, 전쟁의 위협마저 느껴야 했다"고 전했다.

또, 이사장은 "지난 5년 가까운 시간동안 남북관계 중단으로 얻는 것이 없다"면서 "북한은 여전히 핵을 개발하고 주변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사이에 중국은 더욱 북한을 품안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지난 5년은 남북관계에서 잃어버린 5년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희호 "다시 불씨를 살려내야... 전쟁 위협 속에서 살 수 없기 때문"

이어 그는 "다시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면서 "당장 통일이 어렵더라도 남과 북이 이웃나라들처럼 교류하고 왕래하는 관계로 돌아가야 한다, 전쟁이나 무력충돌의 위협 속에서 언제까지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6·15남북정상회담 12주년을 맞아 우리 모두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길을 찾는 일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면서 "저도 기회가 된다면 평양을 방문하고자 한다, 올해 말에 있을 대통령선거에서 남북 화해와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정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앞서 6·15남북정상회담 12주년 기념식 개회사를 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분단 60여년 만에 남과 북 두 정상이 만나 서로 손을 맞잡은 모습은 냉전 시대를 살아온 우리에게 벅찬 감동을 안겨줬다"면서 "어느 덧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역사의 수레바퀴는 진전한다는데, 안타깝게도 남북관계는 시린 겨울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반도의 평화는 시민의 삶을 안전하게 하고, 남북의 경제협력은 시민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로 이어진다"면서 "지금의 경색된 남북관계, 예측할 수 없는 북한 정세는, 서울의 균형발전은 물론, 서울시민의 안정성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올해 초 남북 경평 축구전과 서울시향의 평양공연을 제의했다"면서 "한반도의 평화가 곧 시민의 삶을 안정되게 하는 일이기게, 서울시장으로서 통일부와 북한 당국 모두에게 제의했다"고 밝혔다.

6·15공동선언 12주년 기념식6·15남북정상회담 12주년 기념식 무대이다. ⓒ 김철관


한편,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사회로 진행된 6·15남북정상회담 기념식이 끝난 후 만찬에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손학규, 문재인, 정동영 등 야당 대선 후보, 권노갑 전의원 등의 건배 제의가 있었다. 축하 공연에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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