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 위 전통 게르에서 하룻밤... 끝내줍니다
[나의 공정여행기①] 잔장성에서 연암을 떠올리다 초원으로 향하다
2011년 7월 23일부터 27일에 거쳐 국제민주연대에서 기획한 내몽고 공정여행을 다녀왔다. 첫 이야기는 우선 공정여행에 대한 기본 설명과 첫날 이야기이다. - 기자말
일단 공정여행은 비싸게 느껴진다. 일반 여행에 꼭 들어가는 쇼핑, 옵션이 없기 때문에 최저 가격을 잡아도 흔한 여행보다는 비싸진다. 하지만 떠나본 사람은 알게 된다. 결국 그 돈은 여행의 깨알같은 즐거움으로 대체된다는 것을. 여행지를 깊숙이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생각하면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여행사와 달리 아침 일찍 떠나서 오후 늦게 돌아온다. 오가는 날도 한 장소씩 방문할 수 있는 꽉찬 일정이다. 대개 오가는 날 그야말로 오가는 데 시간을 다 쓰는 일반 여행과 비교할 수 없다. 겪어보니 국제민주연대에서 하는 공정여행이 얼마나 알차게 꾸며진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기획을 맡은 최정규 한신대 중국어문화학부 외래교수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공정여행만의 준비물도 몇 가지 눈에 띈다. 국제민주연대에서는 다른 여행에서 볼 수 없는 준비물을 권장한다. 먼저 폴라로이드 카메라. 보통 카메라는 여행지에 사는 주민들을 대상화한다. 나 너머의 타자들의 기록인 셈이다. 그러나 즉석 사진은 그들을 동반자로 만들 수 있다. 실제 이번 여행에서도 여대생들이 즉석 프린트 되는 사진기를 가지고 와서 이런 우정을 나누었다.
천연비누. 내가 가서 그곳 사람들이 잘살고 있는 땅을 더럽히고 올 수는 없다는 취지로 천연비누를 꼭 가지고 오라고 한다. 나도 생협 매장에 가서 천연물 비누를 하나 사가지고 여행 일정 내내 식구들과 그거 하나로 모든 걸 해결했다. 작은 선물. 공정여행은 대개 민박의 형태를 띤다. 현지인들과의 어우러짐이 필수 코스다. 그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작은 선물을 준비하라고 한다. 우리도 아이들에게 줄 학용품들을 준비해 가지고 가서 민박집 귀여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왔다. 공정여행다운 준비물이 아닐 수 없다.
잔장성에서 연암 박지원이 떠오르다
여행 첫날인 지난해 7월 23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북경(베이징)에 도착해 바로 만리장성을 보러 갔다. 이곳은 흔히 잔장성(棧長城)으로 불리는 곳으로 무너진 장성과 건재한 장성이 어우러져 있어 역사적 풍취를 더 풍기는 곳이다. 세월의 흔적이 더 켜켜이 쌓여 있다고 할까. 험준한 산 능선에 세워진 만리장성을 오르며 나는 연암 박지원이 고북구 산성을 지나며 했던 말을 떠올렸다.
"고북구 장성 아래는 바로 날고 뛰고 하던 전쟁터였으니, 지금 사해(四海)는 전쟁을 하지는 않지만 여기 사방의 산 주위를 둘러보면 수많은 골짜기는 음산하며 매우 어두침침하다."
날이 흐리고 안개가 자욱히 낀 날씨라 연암의 말이 실감났다. 이 성을 쌓느라 스러져간 사람. 이 성을 지키느라 스러져간 사람. 이 성을 넘느라 스러져간 사람. 안개 속 장성의 모습이 먹먹히 다가오는 느낌이었다(아이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을 봐서 장성을 잘 이해했다. 뮬란의 적으로 나온 흉노가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만 잘 설명해주면 장성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이곳은 유명한 장성 구간과 달리 호젓해서 좋았는데 이번에 보니 벌써 큰 입구를 만들고 길을 다시 닦고 있었다. 금세 다른 유명한 장성 코스로 편입될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개발 지상주의의 중국 문화정책의 아쉬운 점이다(우리나라도 다를 건 없지만 그래도 무차별적 개발을 저지하는 시민단체들이 많이 있다).
동네음식 먹는 공정여행... 괜찮네
장성을 둘러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가니 시간도 많이 걸렸다. 그러나 가장 높은 곳에 오르니 풍광이 예사롭지 않았다. 최정규 작가의 말로는 날이 좋으면 장성 바깥이 한 눈에 보여 이곳이 왜 북경을 지키는 핵심 공간이 되는지, 이자성이 왜 이곳을 넘었는지 눈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날씨가 아쉬웠다. 이후 날씨는 한 사흘 우리 일행을 안타깝게 한다.
잔장성을 내려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당은 동네 식당이다. 우리로 따지자면 동네 백반집이다. 일군의 외국 여행객이 와서 동네 찌개백반집에서 음식 먹는 것과 같다. 우리는 주민들이 먹는 그대로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좋고 동네 사람들은 단체 여행객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공정여행 동안은 내내 이런 식으로 식사를 했다. 화려한 지역 요리 대신 그 지역 동네 음식을 나누는 것이다. 미식가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인데, 그들의 미식 여행은 다른 차원의 여행을 기획해야 할 것이다.
도시 생활과는 다른 느낌, 이게 매력이다
점심을 먹고는 초원을 향해 6시간 정도를 달려갔다. 중국 북방이나 서북쪽을 여행하다 보면 중국이 왜 황토의 고장인가를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을 덧붙인다. 가도 가도 황토의 계곡과 작은 협곡들을 만나게 된다. 저절로 갈라진 작은 황토 협곡에 굴을 파고 사는 전통 주거 양식도 만날 수 있다. 이 점은 같은 동양이라도 우리의 길가 풍경과 매우 다른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황토의 연속된 풍경이야말로 가장 중국답다고 생각한다(이후 서안에서도 같은 풍경을 보면서 길을 달렸다).
몽고 전통 환영 의식 속에 타이푸스치 궁바오라거 초원에 도착해 하루를 묵었다. 이때 마유주 한 잔을 주면서 흰 하닥을 걸어주는데, 위대한 사람에게는 파란 하닥을 걸어준다고 한다. 마유주는 말젖을 증류해서 만든 술로 정말로 젖의 향기가 강했다. 술에 우유를 섞어놓은 느낌, 혹은 술에 우유카라멜을 녹인 느낌이랄까. 그 맛과 향이 독특해서 한 병 샀는데, 이후 일정인 촨디샤에서 호기롭게 사람들과 다 마셔버려 한국엔 못 가지고 왔다.
흐린 하늘 사이로 별이 보였다. 한국에서보다야 많고 밝았지만 흐린 날씨 탓에 평상시의
백분의 일도 못 본 것이라니 아쉬울 따름이다.
게르는 의외로 깨끗했지만(잠자리가 침대) 한 가지 적응이 안 되는 것은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땅벌레가 초원에서 침대로 기어 올라온다는 점. 자다보면 한두 마리 침대로 기어 올라오곤 했다. 아이들은 긴팔과 양말로 몸을 꽁꽁 동여매고 잠들고, 그래도 부족했는지 초등학교 1학년짜리 막내는 내 배위에 올라와 잤다(돌아보면, 그것도 참 소중한 체험이었다. 언제 이 아이를 이렇게 안아볼 것인가. 게르는 다른 방향으로 감사함을 선사했다).
초원의 잠자리는 이 상황에 익숙해져야 했다. 평소에도 잠자리에서 무척 예민한 나는 평상시 여행 때도 잘 자지 못하는데 이런 낯선 상황이 쉽지 않았다. 정작 독립국 몽고의 게르들은 이미 호텔화 되어서 게르에서 인터넷도 즐길 정도로 모양만 게르인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전통을 어느 정도 지킨 게르라서 체험의 맛은 높았으나, 도시인들의 생활 리듬과는 부딪히는 면이 있는 것이다. 그걸 경험하는 것도 공정여행의 한 면모일 터이다.
힘든 대로 내일은 부디 날씨가 맑기를 기대하면서 잠들었다. 게르 옆을 마음껏 거닐며 풀을 뜯는 말들의 푸르륵 거리는 소리에 가끔 놀라면서...
일단 공정여행은 비싸게 느껴진다. 일반 여행에 꼭 들어가는 쇼핑, 옵션이 없기 때문에 최저 가격을 잡아도 흔한 여행보다는 비싸진다. 하지만 떠나본 사람은 알게 된다. 결국 그 돈은 여행의 깨알같은 즐거움으로 대체된다는 것을. 여행지를 깊숙이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생각하면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여행사와 달리 아침 일찍 떠나서 오후 늦게 돌아온다. 오가는 날도 한 장소씩 방문할 수 있는 꽉찬 일정이다. 대개 오가는 날 그야말로 오가는 데 시간을 다 쓰는 일반 여행과 비교할 수 없다. 겪어보니 국제민주연대에서 하는 공정여행이 얼마나 알차게 꾸며진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기획을 맡은 최정규 한신대 중국어문화학부 외래교수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공정여행만의 준비물도 몇 가지 눈에 띈다. 국제민주연대에서는 다른 여행에서 볼 수 없는 준비물을 권장한다. 먼저 폴라로이드 카메라. 보통 카메라는 여행지에 사는 주민들을 대상화한다. 나 너머의 타자들의 기록인 셈이다. 그러나 즉석 사진은 그들을 동반자로 만들 수 있다. 실제 이번 여행에서도 여대생들이 즉석 프린트 되는 사진기를 가지고 와서 이런 우정을 나누었다.
천연비누. 내가 가서 그곳 사람들이 잘살고 있는 땅을 더럽히고 올 수는 없다는 취지로 천연비누를 꼭 가지고 오라고 한다. 나도 생협 매장에 가서 천연물 비누를 하나 사가지고 여행 일정 내내 식구들과 그거 하나로 모든 걸 해결했다. 작은 선물. 공정여행은 대개 민박의 형태를 띤다. 현지인들과의 어우러짐이 필수 코스다. 그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작은 선물을 준비하라고 한다. 우리도 아이들에게 줄 학용품들을 준비해 가지고 가서 민박집 귀여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왔다. 공정여행다운 준비물이 아닐 수 없다.
잔장성에서 연암 박지원이 떠오르다
▲ 잔장성 멋진 풍경의 잔장성 ⓒ 최민성
"고북구 장성 아래는 바로 날고 뛰고 하던 전쟁터였으니, 지금 사해(四海)는 전쟁을 하지는 않지만 여기 사방의 산 주위를 둘러보면 수많은 골짜기는 음산하며 매우 어두침침하다."
날이 흐리고 안개가 자욱히 낀 날씨라 연암의 말이 실감났다. 이 성을 쌓느라 스러져간 사람. 이 성을 지키느라 스러져간 사람. 이 성을 넘느라 스러져간 사람. 안개 속 장성의 모습이 먹먹히 다가오는 느낌이었다(아이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을 봐서 장성을 잘 이해했다. 뮬란의 적으로 나온 흉노가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만 잘 설명해주면 장성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이곳은 유명한 장성 구간과 달리 호젓해서 좋았는데 이번에 보니 벌써 큰 입구를 만들고 길을 다시 닦고 있었다. 금세 다른 유명한 장성 코스로 편입될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개발 지상주의의 중국 문화정책의 아쉬운 점이다(우리나라도 다를 건 없지만 그래도 무차별적 개발을 저지하는 시민단체들이 많이 있다).
동네음식 먹는 공정여행... 괜찮네
▲ 개발 중인 잔장성개발이 한창 중이다. ⓒ 최민성
장성을 둘러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가니 시간도 많이 걸렸다. 그러나 가장 높은 곳에 오르니 풍광이 예사롭지 않았다. 최정규 작가의 말로는 날이 좋으면 장성 바깥이 한 눈에 보여 이곳이 왜 북경을 지키는 핵심 공간이 되는지, 이자성이 왜 이곳을 넘었는지 눈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날씨가 아쉬웠다. 이후 날씨는 한 사흘 우리 일행을 안타깝게 한다.
▲ 잔장성 답사 잔장성을 답사하고 있는 공정족 ⓒ 최민성
잔장성을 내려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당은 동네 식당이다. 우리로 따지자면 동네 백반집이다. 일군의 외국 여행객이 와서 동네 찌개백반집에서 음식 먹는 것과 같다. 우리는 주민들이 먹는 그대로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좋고 동네 사람들은 단체 여행객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공정여행 동안은 내내 이런 식으로 식사를 했다. 화려한 지역 요리 대신 그 지역 동네 음식을 나누는 것이다. 미식가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인데, 그들의 미식 여행은 다른 차원의 여행을 기획해야 할 것이다.
▲ 여행의 첫 점심식사잔장성을 오르고 난 후 먹는 점심식사가 꽤 맛있었다. ⓒ 최민성
도시 생활과는 다른 느낌, 이게 매력이다
점심을 먹고는 초원을 향해 6시간 정도를 달려갔다. 중국 북방이나 서북쪽을 여행하다 보면 중국이 왜 황토의 고장인가를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을 덧붙인다. 가도 가도 황토의 계곡과 작은 협곡들을 만나게 된다. 저절로 갈라진 작은 황토 협곡에 굴을 파고 사는 전통 주거 양식도 만날 수 있다. 이 점은 같은 동양이라도 우리의 길가 풍경과 매우 다른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황토의 연속된 풍경이야말로 가장 중국답다고 생각한다(이후 서안에서도 같은 풍경을 보면서 길을 달렸다).
▲ 황토의 물결 중국 서안지방에서도 본 적이 있는 풍경이다. ⓒ 최민성
몽고 전통 환영 의식 속에 타이푸스치 궁바오라거 초원에 도착해 하루를 묵었다. 이때 마유주 한 잔을 주면서 흰 하닥을 걸어주는데, 위대한 사람에게는 파란 하닥을 걸어준다고 한다. 마유주는 말젖을 증류해서 만든 술로 정말로 젖의 향기가 강했다. 술에 우유를 섞어놓은 느낌, 혹은 술에 우유카라멜을 녹인 느낌이랄까. 그 맛과 향이 독특해서 한 병 샀는데, 이후 일정인 촨디샤에서 호기롭게 사람들과 다 마셔버려 한국엔 못 가지고 왔다.
▲ 몽고 전통 환영의식전통 환영의식으로 우리를 맞이하여 주고 있는 모습이다. ⓒ 최민성
흐린 하늘 사이로 별이 보였다. 한국에서보다야 많고 밝았지만 흐린 날씨 탓에 평상시의
백분의 일도 못 본 것이라니 아쉬울 따름이다.
▲ 초원 위의 게르 날씨가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최민성
게르는 의외로 깨끗했지만(잠자리가 침대) 한 가지 적응이 안 되는 것은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땅벌레가 초원에서 침대로 기어 올라온다는 점. 자다보면 한두 마리 침대로 기어 올라오곤 했다. 아이들은 긴팔과 양말로 몸을 꽁꽁 동여매고 잠들고, 그래도 부족했는지 초등학교 1학년짜리 막내는 내 배위에 올라와 잤다(돌아보면, 그것도 참 소중한 체험이었다. 언제 이 아이를 이렇게 안아볼 것인가. 게르는 다른 방향으로 감사함을 선사했다).
초원의 잠자리는 이 상황에 익숙해져야 했다. 평소에도 잠자리에서 무척 예민한 나는 평상시 여행 때도 잘 자지 못하는데 이런 낯선 상황이 쉽지 않았다. 정작 독립국 몽고의 게르들은 이미 호텔화 되어서 게르에서 인터넷도 즐길 정도로 모양만 게르인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전통을 어느 정도 지킨 게르라서 체험의 맛은 높았으나, 도시인들의 생활 리듬과는 부딪히는 면이 있는 것이다. 그걸 경험하는 것도 공정여행의 한 면모일 터이다.
힘든 대로 내일은 부디 날씨가 맑기를 기대하면서 잠들었다. 게르 옆을 마음껏 거닐며 풀을 뜯는 말들의 푸르륵 거리는 소리에 가끔 놀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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