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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의 파란 꿈꿨던 '파란', 다음 달 문 닫는다

7월 31일 서비스 종료, 사용자 다음으로 이전 가능

등록|2012.06.15 17:42 수정|2012.06.15 18:18

▲ 파란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파란닷컴 메인 페이지. 파란은 7월 31일 자정을 기해 서비스를 종료한다. ⓒ 정민규


포털 사이트 파란(www.paran.com)이 오는 7월 31일 자정을 기해 서비스를 종료한다. 2004년 7월 17일 파란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8년 만이다. 기존 파란 메일과 블로그 이용자들은 다음(www.daum.net)으로 이전을 해야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된다.

7월 31일 자정부터 종료되는 파란 서비스는 초기화면을 비롯해 메일, 검색, 지역정보 등 16개 하위 서비스다. 기존 파란 메일과 주소록, 블로그를 이용해왔던 사용자들은 7월 2일부터 서비스 이전 신청을 할 수 있다. 서비스 신청을 한 사용자는 각각 다음 메일과 주소록, 다음 티스토리로 서비스를 옮겨 사용할 수 있다.

7월 31일 공식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기존의 파란 메일, 쪽지, 블로그, 클럽 등에서 생성했던 데이터는 10월 4일까지 백업 신청을 할 수 있다. 백업신청을 한 사용자는 자신의 컴퓨터로 데이터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파란 운영사인 KTH는 15일 오후 2시 KT광화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KTH는 파란 종료의 이유를 스마트 모바일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임완택 KTH 모바일사업부문장은 기자회견에서 "유선 웹에서 모바일로의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모바일 비즈니스에 집중하기 위해 파란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TH는 지난 2010년부터 모바일 사업에 집중하면서 푸딩카메라와 푸딩얼굴인식으로 유명한 푸딩시리즈를 내놓았다. 또 위치기반 SNS인 아임IN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스마트 모바일 서비스 개발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이 때문에 KTH가 실적이 저조한 파란을 접을 것이란 이야기는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올 초부터 흘러 나왔다.

파란을 다음에 넘긴 KTH로서는 실적이 좋은 모바일 서비스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돼 부담을 덜어냈다는 평가다. 다음 역시 파란 이용자를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변수겠지만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식시장에는 KTH가 파란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때 KTH 주식이 큰 폭으로 오르는 깜짝쇼가 벌어졌다. 그러나 장 중 한때 13.19%까지 치고 올랐던 KTH 주가는 막판에 하락하면서 전일보다 3.3% 내린 528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파란 서비스를 상당수 흡수하게 된 다음은 전일 대비 2.3%오른 98,300원에 장을 마치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파란만장했던 파란..."뒤처지면 끝" 포털업계 사활 건 변화

▲ 15일 오후 2시 KT광화문 사옥에서 임완택 KTH 모바일사업부문장이 파란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KTH측은 "모바일 사업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파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 정민규


한편 이같은 파란의 서비스 종료는 하이텔부터 이어져 오던 국내 유선 웹 서비스 시장의 지각 변동을 실감케 하는 사건으로 풀이된다. 파란의 뿌리라고 볼 수 있는 하이텔이 1991년부터 국내에 PC통신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기 때문이다. 

한때 천리안과 함께 PC통신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던 하이텔은 인터넷이 활성화되며 변화에 뒤처지게 된다. 결국 하이텔은 2004년 한미르와 통합해 파란으로 다시 태어났다.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한 한미르 역시 부진에 허덕이던 시점이라 KT로서는 파란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었다.

초기만 해도 파란의 마케팅은 공격적이었다. 파란은 독점 계약을 통해 5대 스포츠 신문을 공급 받았다. 메일 서비스도 기본 용량으로 100메가바이트를 제공했고 첨부파일 용량도 무제한으로 늘렸다. 용량이 몇십 메가바이트가 고작이던 당시 메일 서비스 시장에선 획기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파란의 '파란'은 거기까지였다. 파란은 네이버와 다음이 주도하는 포털 시장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며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결국 8년 만에 쓸쓸하게 사라지게 됐다.

또 다른 면에서 파란의 서비스 종료는 포털 업계의 생존경쟁이 그만큼 절박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2의 파란이 되지 않으려는 포털 업계의 발걸음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은 최근 유튜브와 손잡았다. 유튜브 동영상을 직접 제공해 차별성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2000년대 초반 포털 업계 최강자였던 야후는 한류 콘텐츠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야후의 신규서비스 '케이웨이브'는 한류 스타 소식을 특화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야후는 이를 통해 젊은 이용자와 K-팝 팬까지 흡수해 내겠다는 계획이다.

다음 역시 2700만 명에 이르는 파란 이용자를 자사 서비스로 끌어들임으로써 시장 확대를 노린다. 구글은 국내에 많은 안드로이드 유저들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70% 달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유저들이 모바일 검색으로 구글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부동의 1위 네이버도 안심하지 못한다. 웹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변환기에 초기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선두 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포털업계에 파란을 불러일으키겠다던 파란은 이렇게 사업 종료를 선언한 뒤에야 업계에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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