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이혼한 아내의 암투병, 어찌해야 할까요?"
법륜 스님 '즉문즉설', 제천시민의 마음을 치유하다
'안철수의 멘토', SBS '힐링캠프' 출연 등으로 유명한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의 '희망세상 만들기' 강연이 14일 충북 제천시 문화회관에서 열렸다.
650명 수용규모 제천 문화회관에 1200여 시민들이 모여 최근 높아진 법륜 스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는 정해진 주제 없이 시민들이 살아가며 겪는 삶의 애환, 궁금한 이야기 등을 자유롭게 나누며 스님에게 답을 얻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내 감정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결혼 10년차라는 한 30대 남성은 "아내와 뽀뽀하고 싶은데 아내가 싫어해서 고민"이라며, "이럴 땐 좋아하는 사람이 참아야 하는지, 싫어하는 사람이 참아야 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법륜 스님은 "아내는 싫은데 내가 하고 싶다고 (뽀뽀)한다면 아내라 하더라도 성추행"이라며,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각자의 마음인데, 이를 강요하고 배려하지 않는다면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답했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데,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너 없으면 못살아'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얘기다.
인간관계에서 내 감정을 상대에게 강요하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한 참가자가 "누군가에게 칭찬을 해줘도 상대방은 그 뜻을 곡해한다"며 자신의 말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고민을 털어놓자, 스님은 "문제는 상대가 오해하도록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말에 상대가 화내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륜 스님은 "좋은 말을 했다는 것은 내 의도일 뿐,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그 사람 마음"이라며, "좋게 말했으니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은 내 의도를 상대에게 강제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했을 때 여러분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것이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그래 내 생각하고 같구나' 하고 끄덕이는 거지요. 누가 내 말 듣고 끄덕끄덕했다고 '아 사람들이 내 말 듣고 감동했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사람들은 남의 얘기 듣고도 생각이 잘 안 바뀝니다. 칭찬하는 것도, 비난하는 것도 다 그들 생각이니 상대방 의견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 없어요."
"나 때문에 형이 죽었다"는 고교생의 고민 해결책
제천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한 남학생은 지난 해 자신과 크게 다투고 나간 형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형을 절에 모셔놨는데 죄책감 때문에 형에게 가기 꺼려진다는 것이다. 담담한 목소리 뒤로 어린 소년이 겪었을 괴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강연장 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소년의 마음을 보듬는 스님의 힐링이 시작됐다.
"나랑 싸우고 나가 죽었다 하더라도 내가 죽인 게 아니에요. 죽은 사람 입장에서 내가 죽을 때가 되어 죽은 게 좋겠어요, 동생 때문에 죽은 게 좋겠어요? 동생 입장에서는 어때요. 죽을 때가 되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모두에게 좋지 않아요? 나와 연관 지어 생각하지 마세요. 나도 불행하고, 형에게도 좋지 않아요."
이별할 때, 한 사람이 자꾸 미안하다 사과하면 헤어질 수 없듯, 영가(영혼)도 좋은 곳으로 떠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람이 죽으면 이유불문하고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해야 하는 이유란다.
"천도라는 게 따로 없습니다. 내 마음의 집착을 끊는 것입니다. 마음에서 자유롭게 놓아드리는 것이 천도입니다. 슬픔은 이해되지만, 이미 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마세요. 아무런 유익함이 없습니다."
4년 전 이혼한 아내의 암 투병 소식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 중년 남성도 있었다. 법륜 스님이 "부인이면 죽으나 사나 간호해야 할 책임이 있겠지만 이혼했으니 책임도 없고 참 좋겠습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그는 마음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아내가 원해 이혼하긴 했지만 그는 아내를 사랑했다는 것이다. 스님은 "그렇다면 이혼했냐, 안 했냐 하는 법적 관계가 뭐가 중요하냐"고 되물으며, "사랑한다면 아내를 찾아가라"고 조언했다. 이혼 후 4년 간 왕래가 없어 아내가 과연 좋아할지, 용기가 없다고 말하는 그에게 스님이 말했다.
"가서 확인하세요. 갔는데 나 보기 싫다 하면 확인이 됐으니 후회가 안될 거 아닙니까? 확인도 안 했는데 알고 보니 먼저 이혼하자 했으니 미안해 그리워도 말 못한 거면 얼마나 안쓰럽겠습니까. 아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애들 엄마라고 생각하세요. 엄마 아플 때 아빠가 신경 쓰고 돌봐줬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겠습니까? 이혼했다고 엄마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하면 애들한테 상처가 되지 않겠습니까? 나도 나지만 애들을 위해서라도 가보세요. 만약 아내가 정말 보기 싫어한다면 억지로 찾아가는 것도 괴롭히는 일이 되니 그만큼 자식들 잘 돌보면 됩니다."
질문했던 남성은 "말씀대로 하겠다"고 다짐하며 마음의 짐을 던 듯했다.
"거울에는 몇 가지 물건을 비출 수 있습니까? 셀 수 없지요. 하지만 거울은 자기가 그림을 그릴 수는 없습니다. 그저 비치는 대로 비출 뿐이지요. 수많은 그림을 그린다고 거울이 재주 좋은 것은 아닙니다."
수 많은 대중 앞에서 마음 속 고민을 털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강연마다 수천 관객들이 모여들어 법륜 스님에게 고민을 말하고 스님의 대답 한마디에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는 모습들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법륜 스님의 답변이 일방적인 가르침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자 스스로 상처와 고민에서 벗어 날 수 있도록 마음 속 고민을 비추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이날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卽問卽設) 강연에서 즉문(卽問)을 한 김성봉(37)씨는 "혼자 생각하면 명확하지 않던 것들에 대한 방향을 알려주셔서 온 보람을 느꼈다"며, "내가 통찰하지 못한 부분까지 말씀해 주신 점이 참 좋았다"고 답했다.
법륜 스님의 "희망세상 만들기"는 5월 1일부터 시작되어 8월 20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총 100회 강연 중 61번째로, 6월 20일 부산 금정구, 6월 22일 강원도 양양·인제를 비롯해 7월 7일 서울 서초 등 30회차 이상을 남겨두고 있다. 자세한 강연 일정은 다음 카페 '희망세상 만들기 운동'(http://cafe.daum.net/hopestory100)에서 확인할 수 있다.
650명 수용규모 제천 문화회관에 1200여 시민들이 모여 최근 높아진 법륜 스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는 정해진 주제 없이 시민들이 살아가며 겪는 삶의 애환, 궁금한 이야기 등을 자유롭게 나누며 스님에게 답을 얻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내 감정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 법륜 스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1,200명의 제천 시민. 통로와 무대 위에도 사람들이 꽉 들어찼다. ⓒ 정혜정
결혼 10년차라는 한 30대 남성은 "아내와 뽀뽀하고 싶은데 아내가 싫어해서 고민"이라며, "이럴 땐 좋아하는 사람이 참아야 하는지, 싫어하는 사람이 참아야 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법륜 스님은 "아내는 싫은데 내가 하고 싶다고 (뽀뽀)한다면 아내라 하더라도 성추행"이라며,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각자의 마음인데, 이를 강요하고 배려하지 않는다면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답했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데,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너 없으면 못살아'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얘기다.
인간관계에서 내 감정을 상대에게 강요하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한 참가자가 "누군가에게 칭찬을 해줘도 상대방은 그 뜻을 곡해한다"며 자신의 말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고민을 털어놓자, 스님은 "문제는 상대가 오해하도록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말에 상대가 화내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륜 스님은 "좋은 말을 했다는 것은 내 의도일 뿐,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그 사람 마음"이라며, "좋게 말했으니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은 내 의도를 상대에게 강제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했을 때 여러분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것이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그래 내 생각하고 같구나' 하고 끄덕이는 거지요. 누가 내 말 듣고 끄덕끄덕했다고 '아 사람들이 내 말 듣고 감동했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사람들은 남의 얘기 듣고도 생각이 잘 안 바뀝니다. 칭찬하는 것도, 비난하는 것도 다 그들 생각이니 상대방 의견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 없어요."
▲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참가자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양호근
"나 때문에 형이 죽었다"는 고교생의 고민 해결책
제천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한 남학생은 지난 해 자신과 크게 다투고 나간 형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형을 절에 모셔놨는데 죄책감 때문에 형에게 가기 꺼려진다는 것이다. 담담한 목소리 뒤로 어린 소년이 겪었을 괴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강연장 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소년의 마음을 보듬는 스님의 힐링이 시작됐다.
"나랑 싸우고 나가 죽었다 하더라도 내가 죽인 게 아니에요. 죽은 사람 입장에서 내가 죽을 때가 되어 죽은 게 좋겠어요, 동생 때문에 죽은 게 좋겠어요? 동생 입장에서는 어때요. 죽을 때가 되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모두에게 좋지 않아요? 나와 연관 지어 생각하지 마세요. 나도 불행하고, 형에게도 좋지 않아요."
이별할 때, 한 사람이 자꾸 미안하다 사과하면 헤어질 수 없듯, 영가(영혼)도 좋은 곳으로 떠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람이 죽으면 이유불문하고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해야 하는 이유란다.
"천도라는 게 따로 없습니다. 내 마음의 집착을 끊는 것입니다. 마음에서 자유롭게 놓아드리는 것이 천도입니다. 슬픔은 이해되지만, 이미 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마세요. 아무런 유익함이 없습니다."
4년 전 이혼한 아내의 암 투병 소식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 중년 남성도 있었다. 법륜 스님이 "부인이면 죽으나 사나 간호해야 할 책임이 있겠지만 이혼했으니 책임도 없고 참 좋겠습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그는 마음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아내가 원해 이혼하긴 했지만 그는 아내를 사랑했다는 것이다. 스님은 "그렇다면 이혼했냐, 안 했냐 하는 법적 관계가 뭐가 중요하냐"고 되물으며, "사랑한다면 아내를 찾아가라"고 조언했다. 이혼 후 4년 간 왕래가 없어 아내가 과연 좋아할지, 용기가 없다고 말하는 그에게 스님이 말했다.
"가서 확인하세요. 갔는데 나 보기 싫다 하면 확인이 됐으니 후회가 안될 거 아닙니까? 확인도 안 했는데 알고 보니 먼저 이혼하자 했으니 미안해 그리워도 말 못한 거면 얼마나 안쓰럽겠습니까. 아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애들 엄마라고 생각하세요. 엄마 아플 때 아빠가 신경 쓰고 돌봐줬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겠습니까? 이혼했다고 엄마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하면 애들한테 상처가 되지 않겠습니까? 나도 나지만 애들을 위해서라도 가보세요. 만약 아내가 정말 보기 싫어한다면 억지로 찾아가는 것도 괴롭히는 일이 되니 그만큼 자식들 잘 돌보면 됩니다."
▲ 청중을 보며 미소짓고 있는 법륜 스님 ⓒ 양호근
"거울에는 몇 가지 물건을 비출 수 있습니까? 셀 수 없지요. 하지만 거울은 자기가 그림을 그릴 수는 없습니다. 그저 비치는 대로 비출 뿐이지요. 수많은 그림을 그린다고 거울이 재주 좋은 것은 아닙니다."
수 많은 대중 앞에서 마음 속 고민을 털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강연마다 수천 관객들이 모여들어 법륜 스님에게 고민을 말하고 스님의 대답 한마디에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는 모습들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법륜 스님의 답변이 일방적인 가르침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자 스스로 상처와 고민에서 벗어 날 수 있도록 마음 속 고민을 비추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이날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卽問卽設) 강연에서 즉문(卽問)을 한 김성봉(37)씨는 "혼자 생각하면 명확하지 않던 것들에 대한 방향을 알려주셔서 온 보람을 느꼈다"며, "내가 통찰하지 못한 부분까지 말씀해 주신 점이 참 좋았다"고 답했다.
법륜 스님의 "희망세상 만들기"는 5월 1일부터 시작되어 8월 20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총 100회 강연 중 61번째로, 6월 20일 부산 금정구, 6월 22일 강원도 양양·인제를 비롯해 7월 7일 서울 서초 등 30회차 이상을 남겨두고 있다. 자세한 강연 일정은 다음 카페 '희망세상 만들기 운동'(http://cafe.daum.net/hopestory100)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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