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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안에 자식? 막둥이가 통곡한 이유

등록|2012.06.16 19:16 수정|2012.06.16 19:16
"품안에 자식"이라던 어른들 말씀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우리 집 막둥이는 더 그랬습니다. 잘 때도 손을 꼭 잡고, 아빠가 현관문만 열면 어디가는지 쪼르르 따라와 같이 가겠다고 떼를 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 5학년이 된 후 토요일이 되면 친구와 약속이 있다면서 나가더니 한 달 전부터는 그의 매주 나갑니다. 어제밤에도 친구를 약속을 했어니 자기 엄마에게 용돈을 달라고 했습니다.

"엄마 내일 친구 만나기로 했어요. 용돈 돈 주세요."
"용돈? 엄마가 줬는데 벌써 필요해?"

"'OO마트'서 목욕하기로 했어요."
"아니 너희 둘이서 목욕을 어떻게 하니? 때를 밀 수 있어?"

"내가 친구 밀어주고, 친구는 나 밀어주면..."

집 옆에 있는 대형마트 목욕탕의 어린이 요금은 5천 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아내와 막둥이가 오간 대화를 보면서 '저 녀석 간도 크다. 혼자서 목욕을 가? 그것도 5천 원짜리 목욕탕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침 일찍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오전 8시도 되지 않았습니다.

"엄마, 친구가 전화했어요?"
"아니 그 친구가 아침부터 전화를 왜 하니?"
"10시에 'OO마트' 앞에서 만나자고 했어요."
"너 공부는 좀 했니?"
"..."
"공부 좀 했냐고? 지금 가면 하루 종일 친구랑 놀텐데, 숙제와 문제집은 한 번 보고 가야지."


엄마 말을 듣고 막둥이는 부랴부랴 문제집을 들었지만 공부가 제일 싫은 막둥이 친구하고 목욕탕에서 놀 생각때문에 눈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사실 우리 가족은 막둥이가 목욕탕에 가는 것은 목욕이나, 때를 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영을 하기 위해서임을 알고 있습니다. 목욕탕이 아주 크기 때문에 냉탕이 있습니다. 아이들 놀기에는 제격입니다. 냉탕에서 놀다가 추우면 옆에 있는 온탕에 들어갑니다. 조금 섭섭했습니다.

"막둥이 너 요즘 아빠랑 안 노네?"
"..."
"놀토면 아빠하고 노는 것 제일 좋아했잖아? 이제 아빠하고 놀기 싫어?"
"..."
"아빠가 섭섭하네. 그럼 아빠도 너하고 안 놀 거야."

"아이에게 그게 할 말이예요?"(아내)
"그게 아니고, 자꾸 친구들하고 놀러 가니까 그렇지."

▲ 품안에 자식? 꾸중을 했더니 눈물이 펑펑입니다 ⓒ 김동수


그런데 오전 9시 30분에 나간 녀석이 점심 시간이 지나 오후 4시가 넘어서 왔습니다. 얼마나 화가 나는지? 소리를 질렀습니다.

"막둥이, 너 지금까지 뭐했니!"
"..."
"지금까지 뭐했냐고! 말해 봐!"
"..."


알고 보니, 막둥이가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엄마에게 갔는데 아내가 "누구세요?"라고 했답니다. 그 말을 들은 막둥이, 통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어떻게 나를 모르냐, 엄마가 어떻게 나를 모르냐!"
"엄마는 네가 하도 많이 놀고 와서 장난 좀 쳤을 뿐이야."
"내가 많이 놀고 왔어도 엄마가 그러면 안 되지. 내가 체헌인 줄 어떻게 몰라..."
"그래 엄마가 잘못했다."

정말 집이 떠나갈 정도로 통곡을 했습니다.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틀림없이 아빠 꾸중을 듣지 않기 위해 울었기 때문입니다. 엄마 꾸중은 넘어갈 수 있지만 아빠 꾸중은 견디기 힘듭니다. 이는 무섭기 때문이 아니라 섭섭하고, 슬프기 때문입니다. 품안에 자식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 막둥이. 오늘 밤은 가슴에 꼭 안고 자야겠습니다.

막둥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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