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되었다가 아빠도 되었다가"
[서평]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을 읽고
'호래자식'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이 말은 "누가 아비 없는 호래자식 아니랄까 봐 그렇게 버릇없이 구는 것이냐"라는 말로 이어집니다. 많은 사람들 가슴을 후벼파고 도려내는 말입니다. 요즘 이런 말을 쓰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재는 아빠랑 같이 안 산대", "재는 엄마랑 같이 안 산대"라는 말로 조금 순화시켰지만(?) 듣는 아이들이 받는 상처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나는 아니'라고 우기겠지만 어쩌면 무의식 속에 한 번쯤은 했는지도 모릅니다.
"재는 아빠랑 같이 안 산대"
옛날은 편부와 편모로 불렀지만 요즘은 한부모라고 합니다. 2010년 현재(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우리나라 한부모 가구수는 160만 가구입니다. 한부모 가구란 일반가구 중 아빠 또는 엄마와 미혼자녀로만 구성된 가구(조손가구 제외)입니다. 비율은 전체 가구 9.2%이고, 아버지와 자녀 한부모가구는 21.8%, 엄마와 아이만 사는 한부모가구는 78.2%였습니다. 열 가구 중 한 가구는 한부모 가구라는 말입니다.
한부모에 대한 눈에 보이는 차별은 많이 사라졌지만 이들이 살아가는 삶의 정황은 녹녹하지 않습니다. 두 딸을 키우는 10년 차 싱글맘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부딪힌 현실적인 문제들과 극복 과정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짚어주며 조언한 <혼자아이를 키운다는 것>(윤신우 지음, 예담 펴냄)은 우리 시대 한부모 가구를 이해하는 작은 발걸음입니다.
상처와 굴곡이 자신과 타인에게 칼이 되는 사람이 있고, 세상과 사람을 더 껴안고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후자가 아이들 자라기를 바랐고, 그리 되었으면 싶었다, '삶의 상처나 굴곡이 너희가 세상 아픔과 기쁨을 좀 더 예민하게 느끼고 풍요로운 영혼이 되도록 할 것이다'라고 나를 안심시키며 결단을 이루어졌다."(30쪽)
"매일 밤 어김없이 돌아오던 아빠가 더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혹은 항상 자기 곁에 있던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 어린 아이에게 그 현실은 무서운 당혹이다. 그 무엇보다도 아이의 마음을 달래고 안정시켜야 한다. 다른 것듫은 잠시 뒤로 미루어도 된다."(44쪽)
"아이가 어리면 외국이든, 시골이든, 외가든, 친가든, 친구곁이든, 자신의 여건에 따라 아리를 키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77쪽)
"희로애락은 거창한데서 오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의 구체적인 데서 온다. 인생은 매일의 일상이 연속된 것이므로 일상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삶 또한 그러하다. 일상의 흐름이 순조롭고 활력있게 흐르면 혼자 아이를 키우더라도 부모와 아이의 마음과 몸이 맑아지고 건강해진다. 활력있는 일상을 위해서는 규칙성, 안정감, 그리고 여유가 필요하다."(89쪽)
이렇게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혼자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혼자 아이를 키우는지, 무엇이 힘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고민하는 한부모 가정에는 닫힌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은연 중 한부모 가정에 대한 편견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는 편견의 거푸집을 걷어낼 것입니다.
편견이라는 거푸집을 걷어내야
<혼자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이론'이 아니라 '삶'에서 직접 경험하고, 한부모로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의 경험을 직접 들은 것들을 진솔하고 아주 사실적으로 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며느리들이 '명절 증후군'을 앓지만 갑자기 한부모가 된 가정은 명절에 어디 갈 때가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 혼을 쏙 뺄만한 곳으로 떠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름휴가를 10번만 지나면 아이들은 훌쩍 커버린다고 합니다.
이혼이나 사별을 통해 한부모 가구 가장이 되었을 때 부모가 우는 모습만 보여주면 결국 아이들도 스스로 슬픈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므로 억지로도 웃으라고 조언합니다. 황당한 웃음거리라도 찾아 서로 웃으라는 것입니다. 억지로라 웃으라는 말에는 저 자신 마저 먹먹했던 가슴이 조금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내 현실이 팍팍함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원래 영화가 현실과 동떨어졌는데 싱글맘과 싱글대를 그린 영화를 보면 '명랑·쾌할·상쾌·통쾌'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닙니다. 지은이는 이혼한 가정을 명랑 쾌할하게 다룬 영화들은 대개, 구질구질한 일상과 처지는 비추지 않는, 생의 낭만에 앵글을 맞춘 로맨틱 코미디임을 상기시킵니다. 그러면서 한부모 가정은 쿨하지도 대범하지도 않다. 우리 삶은 대부분 지지리 쪼잔하고 옹색한 독립영화 같다고 강조합니다.
외국영화처럼 싱글만은 쿨하지 않고, 독립영화같은 지지리 하지만
우리 시대 아이들을 키우는 것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부모 가구들 경제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연우 연구원의 '한부모가족의 생활실태와 복지욕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부모가족의 59%(시설 거주 한부모가족은 46.7%)가 소득보다 지출이 큰 적자가구로 한국 평균(26%)의 두 배를 웃돌았습니다. 한부모가족의 가계소득은 전체 평균의 25% 수준, 소비지출은 50% 수준입니다.
부모가 다 있었도, 등골이 휘는 데 한부모 가구원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지요. 가정의 한축이 없는 것과 함께 이런 경제력 어려움 때문에 한부모 가구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서로 격려하며 스스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살아있는 생명공동체가 됩니다.
그리하여 지지리하고, 등꼴 휘는 삶일지라도 "한 1년은 어찌어찌 버티겠지만 그 다음은 모르겠어요"라는 지은이 호소에 "1년을 버틸 수 있으면 10년도 버틸 수 있다"는 선배 말처럼 이들은 스스로 당당하게 살아갑니다.
"엄마도 되었다가 아빠도 되었다가 두 얼굴은 역시 힘들지만 필요할 때 양념처럼 엄마도 되었다가 아빠도 되었다가"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이 말은 "누가 아비 없는 호래자식 아니랄까 봐 그렇게 버릇없이 구는 것이냐"라는 말로 이어집니다. 많은 사람들 가슴을 후벼파고 도려내는 말입니다. 요즘 이런 말을 쓰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재는 아빠랑 같이 안 산대", "재는 엄마랑 같이 안 산대"라는 말로 조금 순화시켰지만(?) 듣는 아이들이 받는 상처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나는 아니'라고 우기겠지만 어쩌면 무의식 속에 한 번쯤은 했는지도 모릅니다.
옛날은 편부와 편모로 불렀지만 요즘은 한부모라고 합니다. 2010년 현재(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우리나라 한부모 가구수는 160만 가구입니다. 한부모 가구란 일반가구 중 아빠 또는 엄마와 미혼자녀로만 구성된 가구(조손가구 제외)입니다. 비율은 전체 가구 9.2%이고, 아버지와 자녀 한부모가구는 21.8%, 엄마와 아이만 사는 한부모가구는 78.2%였습니다. 열 가구 중 한 가구는 한부모 가구라는 말입니다.
한부모에 대한 눈에 보이는 차별은 많이 사라졌지만 이들이 살아가는 삶의 정황은 녹녹하지 않습니다. 두 딸을 키우는 10년 차 싱글맘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부딪힌 현실적인 문제들과 극복 과정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짚어주며 조언한 <혼자아이를 키운다는 것>(윤신우 지음, 예담 펴냄)은 우리 시대 한부모 가구를 이해하는 작은 발걸음입니다.
▲ <혼자 아이을 키운다는 것>. "엄마도 되었다가 아빠도 되었다가 두 얼굴은 힘들지만". 한부모 가정 및 모든 가정이 한 번쯤 읽을만한 책 ⓒ 예담
"매일 밤 어김없이 돌아오던 아빠가 더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혹은 항상 자기 곁에 있던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 어린 아이에게 그 현실은 무서운 당혹이다. 그 무엇보다도 아이의 마음을 달래고 안정시켜야 한다. 다른 것듫은 잠시 뒤로 미루어도 된다."(44쪽)
"아이가 어리면 외국이든, 시골이든, 외가든, 친가든, 친구곁이든, 자신의 여건에 따라 아리를 키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77쪽)
"희로애락은 거창한데서 오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의 구체적인 데서 온다. 인생은 매일의 일상이 연속된 것이므로 일상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삶 또한 그러하다. 일상의 흐름이 순조롭고 활력있게 흐르면 혼자 아이를 키우더라도 부모와 아이의 마음과 몸이 맑아지고 건강해진다. 활력있는 일상을 위해서는 규칙성, 안정감, 그리고 여유가 필요하다."(89쪽)
이렇게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혼자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혼자 아이를 키우는지, 무엇이 힘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고민하는 한부모 가정에는 닫힌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은연 중 한부모 가정에 대한 편견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는 편견의 거푸집을 걷어낼 것입니다.
편견이라는 거푸집을 걷어내야
<혼자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이론'이 아니라 '삶'에서 직접 경험하고, 한부모로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의 경험을 직접 들은 것들을 진솔하고 아주 사실적으로 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며느리들이 '명절 증후군'을 앓지만 갑자기 한부모가 된 가정은 명절에 어디 갈 때가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 혼을 쏙 뺄만한 곳으로 떠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름휴가를 10번만 지나면 아이들은 훌쩍 커버린다고 합니다.
이혼이나 사별을 통해 한부모 가구 가장이 되었을 때 부모가 우는 모습만 보여주면 결국 아이들도 스스로 슬픈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므로 억지로도 웃으라고 조언합니다. 황당한 웃음거리라도 찾아 서로 웃으라는 것입니다. 억지로라 웃으라는 말에는 저 자신 마저 먹먹했던 가슴이 조금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내 현실이 팍팍함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원래 영화가 현실과 동떨어졌는데 싱글맘과 싱글대를 그린 영화를 보면 '명랑·쾌할·상쾌·통쾌'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닙니다. 지은이는 이혼한 가정을 명랑 쾌할하게 다룬 영화들은 대개, 구질구질한 일상과 처지는 비추지 않는, 생의 낭만에 앵글을 맞춘 로맨틱 코미디임을 상기시킵니다. 그러면서 한부모 가정은 쿨하지도 대범하지도 않다. 우리 삶은 대부분 지지리 쪼잔하고 옹색한 독립영화 같다고 강조합니다.
외국영화처럼 싱글만은 쿨하지 않고, 독립영화같은 지지리 하지만
우리 시대 아이들을 키우는 것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부모 가구들 경제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연우 연구원의 '한부모가족의 생활실태와 복지욕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부모가족의 59%(시설 거주 한부모가족은 46.7%)가 소득보다 지출이 큰 적자가구로 한국 평균(26%)의 두 배를 웃돌았습니다. 한부모가족의 가계소득은 전체 평균의 25% 수준, 소비지출은 50% 수준입니다.
부모가 다 있었도, 등골이 휘는 데 한부모 가구원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지요. 가정의 한축이 없는 것과 함께 이런 경제력 어려움 때문에 한부모 가구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서로 격려하며 스스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살아있는 생명공동체가 됩니다.
그리하여 지지리하고, 등꼴 휘는 삶일지라도 "한 1년은 어찌어찌 버티겠지만 그 다음은 모르겠어요"라는 지은이 호소에 "1년을 버틸 수 있으면 10년도 버틸 수 있다"는 선배 말처럼 이들은 스스로 당당하게 살아갑니다.
"엄마도 되었다가 아빠도 되었다가 두 얼굴은 역시 힘들지만 필요할 때 양념처럼 엄마도 되었다가 아빠도 되었다가"
덧붙이는 글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것> 윤신우 지음 ㅣ예담 펴냄 ㅣ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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