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와 함께 하는 프라이데이 북클럽 세 번째 책으로 김두식 교수의 <욕망해도 괜찮아>를 선택했다. 프라이데이 북클럽이란 책의 주제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주제를 질문으로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던지면, 페이스북 이용자(교보문고 페이스북 팬)가 댓글로 답변을 다는 방식의 소셜리딩이다. 매주 금요일에 진행되니 프라이데이다. 독자들에게 난감한 질문을 던졌다. "속마음을 딱 걸렸던 때는 언제인가요?" 36명이 응답을 했는데, 말하기 부끄럽고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감추었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았다. 어떤 속마음을 말했는지 알아봤다.
사적인 욕망 47%가 말하다
우리들의 욕망은 우리가 있는 곳, 움직이는 곳을 따라서 자라난다. 독자들의 욕망도 그런 것이었다. 욕망의 강물은 크게 두 줄기로 흘렀다. 안에서의 욕망(사적인 욕망)과 밖에서의 욕망(사회적 욕망)이었다. 안에서의 욕망은 음식이나 책 같은 기호품, 소유하고 싶은 마음, 속마음 등이 있었지만 가장 짜릿한 욕망은 역시 '사랑'이 아닐까? 5명이 사랑에 대한 마음을 들려줬다.
Youngdo An 씨의 댓글이 아마 모든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더 사랑받고...사랑한단 말을 듣고 싶고,확인하고만 싶어지는". 지금 사귀는 사람과의 애틋한 사랑의 욕망에 웃음이 번진다.
무서운 내 여자친구가 나의 욕망을 꼭 짚어버렸을때. 아~ 이런 난 나의 욕망조차 읽혀버리는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을때입니다.. 이제 13년째(박현진 씨)
호감을 느꼈던 상대의 눈빛이 뭔가 다르다고 느낀 순간, 상대로부터 고백을 들었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 순간인거죠~ㅎㅎ 그때부터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렸다눈.....^^ㅋ(Lan Cho 씨)
아니면 좀더 파격적인 건 어떨까? Nickie Kyungin Hwang 씨는
"불륜의 늪? 좋은데 어떻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미 taken 되었을뿐. 나만 그런거 아니잖아. 그냥 행복하고 싶을 뿐이고 내 감정에 솔직할 뿐이야.ㅋ"라고 말했다. 정말 좋아하는데 어떡할까? 하지만 사랑은 유통기한이 있는 걸까? 시작은 짜릿하고 풋풋하지만 허무하고 가슴아픈 것도 사랑이라. "그녀와 내가 하나가 되는 욕망을 마음으로 한껏 치르고 나니 연잎 위에 뚝 떨어진 물방울과도 같이 사라져 버린거 같아 허탈하기도 했습니다."(김영석 씨)
욕망이란 게 강렬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계절에 책한권 일고싶은 마음뿐 ㅋㅋㅋ"(서지명 씨) 같은 소박한 욕망도 있고, "사실 배고픔과 갈증이 해소되고 나면 별것아닌데 요즘은...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울까? 어떻게 하면 더 훌륭한 커피로 내 목을 축이나?를 고민합니다." 같은 단계별 욕망도 있다.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내밀한 욕망도 있다. 딱 두 개만 소개한다.
오대석 씨는 회사 임원직에서 퇴임한 뒤 좋은 자리가 날 것을 믿고 재충전을 가졌으나 시간이 지나도 소식은 오지 않아서 불안, 초조... ''맹호는 굶주려도 풀을 먹지 않나니" 하며 마음을 달래 보지만 시간은 점점 가고. 그러던 중 기특한 후배가 "형, 사외이사는 어때요?"라고 제안을 해와서 한시름 놓았다는.
하지만 B Gyu Lim 씨에 비하면 이것은 애교에 가깝다. 대학 새내기 시절 하필이면 그것도 축제 날에 동기 여학생들과 조별과제를 한 후 일잔 하기로 했지만, 기다리는 짬 동안 B Gyu Lim 씨 앞에 나타난 것은 하필이면 19금 영화 상영관. 조금 봐야지 하다가 엔딩크레딧까지 보고 말았으니 민망한 상황은 불보듯 뻔했다.그런데 급 반전은 그 다음 장면. 19금 영화 본 거 뻔히 아는데 실없는 핑계를 댔다가 야동남으로 완전 찍히게 된 이야기. 이거 듣고 한동안 배꼽 쥐었다.
사회적인 욕망 31%가 말하다
안에서 새는 욕망 밖에 가면 안 새랴? 독자들은 주로 직장에서, 사회에서의 욕망에 대해서 많이 말했다. 신동익 씨는 "클럽에서 인기있는 남자가 되고 싶다"라고 말해놓고서 뻘쭘하다며 "ㅎㅎㅎ"를 던져놓고 도망간다. 밖에서의 욕망 중에서 가장 강력한 욕망은 역시 성공욕망,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직장에서의 승진 욕망이었다. Jungmi Park 씨는 이와 관련해서 <욕망해도 괜찮아>에 표현된 정신을 잘 담아낸 것 같은 멋진 댓글을 남겼다. 특히 빼어난 글이니 직접 옮겨보겠다.
이전 직장 내에서 승진에 대한 욕망을 엄청나게 들어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업무를 하는 가장 궁극의 목표는 승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노골적으로 그 욕망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애길하곤 합니다. 그 사람을 보면서 "참 저렇게 하고 싶을까?" 생각하며 뒷담화를 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내 안에 숨어 있는 "승진"에 대한 욕망을 그 사람처럼 표현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한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Jungmi Park 씨)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욕망의 상당 부분은 성장 과정에서 미흡했던 결핍을 채우려는 작용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장승호 씨의 글도 빼놓을 수 없다.
항상 남들보다 신체적으로나 학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사회에서 크게 성공하려는 욕망이 큰것 같습니다. 특히 어떠한 위치나 자리에서 크게 성공해서 남들 앞에서 보여지기를 원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내색은 안해도 크게 보여지고 존경받고 싶어하는 성향을 원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겸손이라는 넌스레를 떨면서도 많은 존경과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장승호)
이런 야심찬 욕망 말고도 직장 내에서 나도 모르게 흘리는 욕망이 참 많다. 어떤 것이라고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김도완 씨는 "연수원에서는 24시간을 함께행동하다 보니, 보일 필요가 없던 단점을 쉽게 들키게 됩니다."라고 고백했다. 교대근무나 휴가 등 민감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욕망은 어김없이 움직인다. Dong-jin Han 씨는 "앞에서는 집에 별일없다고 휴가는 모르겠다고 하고서는 뒤에서는 누구보다 가족과의 시간이 14개월된 아들과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휴가자를 찾고 있었습니다."라며 겉다르고 속다른 속마음을 들려주었다.
이 밖에 욕망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이 팽팽해서 댓글놀이하는 내내 쟁점이 되었다. 이다헤 님의 말처럼 "정말 지금 내 욕망에 솔직해진다면...... 난 과연 지금의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입만 뻥끗하면...
<욕망해도 괜찮다>는 어떤 책인가?
<욕망해도 괜찮아>는 창문(창비 블로그, http://blog.changbi.com/lit/)에서 <김두식의 색계>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6개월 연재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색(色)은 욕망을, 계(戒)는 규범을 상징한다. 특히 고백록 형식으로 작가 개인의 이야기와 가족에 관한 내밀한 욕망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작가와 세대가 같은 40대 남성은 얼굴이 붉어질 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의 대표적인 스캔들인 '신정아-변양균 사건'을 기록한 <4001>이라는 책에 대한 작가 특유의 해석이 상당 부분 삽입되었다.
전작인 <불편해도 괜찮아>가 우리 사회의 인권 불감증을 '인권감수성'이라는 개념으로 꿰뚫었듯, <욕망해도 괜찮아>는 겉으로는 욕망을 숨기면서 속으로는 곪아터져가는 사회상을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다. 일명 작가의 '나이 든 소년론'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미모의 중국 여성과 치정 스캔들을 일으킨 중국 영사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가 스캔들 때문에 추락한) 이 남성들은 기본적으로 '계(戒)', 즉 규범의 세계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들입니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고, 늘 칭찬받았으며, 규범을 어긴 일이란 기껏 과속딱지 몇 번 끊은 게 전부입니다. 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 '훌륭한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깊은 내면에서 이들의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제 때 불태우지 못한 '소년'입니다. (86면)
<욕망해도 괜찮아> 역시 역시 <불편해도 괜찮아>처럼 김두식 교수의 전매특허인 영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건축학개론>에 관한 이야기와, 영화 <색계>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인데, 왜 칼럼 제목을 <색계>라고 지었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 출판사에 따르면 책 제목을 <색계>로 하기에는 무리가 많아서 <욕망해도 괜찮아>로 정했다고 한다. 창비 출판사의 관계자는 부제에 나와 있는 '탈선'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남자든 여자든 어른이 될 때까지 말썽을 부려야 한다는 '지랄 총량의 법칙'은 전편에 이어 <욕망해도 괜찮아>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김두식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개념이 아닐까 한다. "욕망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아서 자기를 가로막는 '경계선'이 많으면 그 선을 슬쩍 우회할 길을 찾기 마련"(146면)인데, 우리 사회는 욕망이라는 봇물을 손가락으로 막아선 것처럼 위험천만한 형국이라는 메시지가 읽힌다. 개인적으로는 김두식 교수가 다음 번에 <지랄총량의 법칙>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사적인 욕망 47%가 말하다
Youngdo An 씨의 댓글이 아마 모든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더 사랑받고...사랑한단 말을 듣고 싶고,확인하고만 싶어지는". 지금 사귀는 사람과의 애틋한 사랑의 욕망에 웃음이 번진다.
무서운 내 여자친구가 나의 욕망을 꼭 짚어버렸을때. 아~ 이런 난 나의 욕망조차 읽혀버리는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을때입니다.. 이제 13년째(박현진 씨)
호감을 느꼈던 상대의 눈빛이 뭔가 다르다고 느낀 순간, 상대로부터 고백을 들었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 순간인거죠~ㅎㅎ 그때부터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렸다눈.....^^ㅋ(Lan Cho 씨)
아니면 좀더 파격적인 건 어떨까? Nickie Kyungin Hwang 씨는
"불륜의 늪? 좋은데 어떻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미 taken 되었을뿐. 나만 그런거 아니잖아. 그냥 행복하고 싶을 뿐이고 내 감정에 솔직할 뿐이야.ㅋ"라고 말했다. 정말 좋아하는데 어떡할까? 하지만 사랑은 유통기한이 있는 걸까? 시작은 짜릿하고 풋풋하지만 허무하고 가슴아픈 것도 사랑이라. "그녀와 내가 하나가 되는 욕망을 마음으로 한껏 치르고 나니 연잎 위에 뚝 떨어진 물방울과도 같이 사라져 버린거 같아 허탈하기도 했습니다."(김영석 씨)
욕망이란 게 강렬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계절에 책한권 일고싶은 마음뿐 ㅋㅋㅋ"(서지명 씨) 같은 소박한 욕망도 있고, "사실 배고픔과 갈증이 해소되고 나면 별것아닌데 요즘은...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울까? 어떻게 하면 더 훌륭한 커피로 내 목을 축이나?를 고민합니다." 같은 단계별 욕망도 있다.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내밀한 욕망도 있다. 딱 두 개만 소개한다.
오대석 씨는 회사 임원직에서 퇴임한 뒤 좋은 자리가 날 것을 믿고 재충전을 가졌으나 시간이 지나도 소식은 오지 않아서 불안, 초조... ''맹호는 굶주려도 풀을 먹지 않나니" 하며 마음을 달래 보지만 시간은 점점 가고. 그러던 중 기특한 후배가 "형, 사외이사는 어때요?"라고 제안을 해와서 한시름 놓았다는.
하지만 B Gyu Lim 씨에 비하면 이것은 애교에 가깝다. 대학 새내기 시절 하필이면 그것도 축제 날에 동기 여학생들과 조별과제를 한 후 일잔 하기로 했지만, 기다리는 짬 동안 B Gyu Lim 씨 앞에 나타난 것은 하필이면 19금 영화 상영관. 조금 봐야지 하다가 엔딩크레딧까지 보고 말았으니 민망한 상황은 불보듯 뻔했다.그런데 급 반전은 그 다음 장면. 19금 영화 본 거 뻔히 아는데 실없는 핑계를 댔다가 야동남으로 완전 찍히게 된 이야기. 이거 듣고 한동안 배꼽 쥐었다.
사회적인 욕망 31%가 말하다
안에서 새는 욕망 밖에 가면 안 새랴? 독자들은 주로 직장에서, 사회에서의 욕망에 대해서 많이 말했다. 신동익 씨는 "클럽에서 인기있는 남자가 되고 싶다"라고 말해놓고서 뻘쭘하다며 "ㅎㅎㅎ"를 던져놓고 도망간다. 밖에서의 욕망 중에서 가장 강력한 욕망은 역시 성공욕망,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직장에서의 승진 욕망이었다. Jungmi Park 씨는 이와 관련해서 <욕망해도 괜찮아>에 표현된 정신을 잘 담아낸 것 같은 멋진 댓글을 남겼다. 특히 빼어난 글이니 직접 옮겨보겠다.
이전 직장 내에서 승진에 대한 욕망을 엄청나게 들어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업무를 하는 가장 궁극의 목표는 승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노골적으로 그 욕망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애길하곤 합니다. 그 사람을 보면서 "참 저렇게 하고 싶을까?" 생각하며 뒷담화를 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내 안에 숨어 있는 "승진"에 대한 욕망을 그 사람처럼 표현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한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Jungmi Park 씨)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욕망의 상당 부분은 성장 과정에서 미흡했던 결핍을 채우려는 작용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장승호 씨의 글도 빼놓을 수 없다.
항상 남들보다 신체적으로나 학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사회에서 크게 성공하려는 욕망이 큰것 같습니다. 특히 어떠한 위치나 자리에서 크게 성공해서 남들 앞에서 보여지기를 원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내색은 안해도 크게 보여지고 존경받고 싶어하는 성향을 원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겸손이라는 넌스레를 떨면서도 많은 존경과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장승호)
이런 야심찬 욕망 말고도 직장 내에서 나도 모르게 흘리는 욕망이 참 많다. 어떤 것이라고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김도완 씨는 "연수원에서는 24시간을 함께행동하다 보니, 보일 필요가 없던 단점을 쉽게 들키게 됩니다."라고 고백했다. 교대근무나 휴가 등 민감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욕망은 어김없이 움직인다. Dong-jin Han 씨는 "앞에서는 집에 별일없다고 휴가는 모르겠다고 하고서는 뒤에서는 누구보다 가족과의 시간이 14개월된 아들과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휴가자를 찾고 있었습니다."라며 겉다르고 속다른 속마음을 들려주었다.
이 밖에 욕망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이 팽팽해서 댓글놀이하는 내내 쟁점이 되었다. 이다헤 님의 말처럼 "정말 지금 내 욕망에 솔직해진다면...... 난 과연 지금의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입만 뻥끗하면...
<욕망해도 괜찮다>는 어떤 책인가?
<욕망해도 괜찮아>는 창문(창비 블로그, http://blog.changbi.com/lit/)에서 <김두식의 색계>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6개월 연재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색(色)은 욕망을, 계(戒)는 규범을 상징한다. 특히 고백록 형식으로 작가 개인의 이야기와 가족에 관한 내밀한 욕망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작가와 세대가 같은 40대 남성은 얼굴이 붉어질 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의 대표적인 스캔들인 '신정아-변양균 사건'을 기록한 <4001>이라는 책에 대한 작가 특유의 해석이 상당 부분 삽입되었다.
전작인 <불편해도 괜찮아>가 우리 사회의 인권 불감증을 '인권감수성'이라는 개념으로 꿰뚫었듯, <욕망해도 괜찮아>는 겉으로는 욕망을 숨기면서 속으로는 곪아터져가는 사회상을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다. 일명 작가의 '나이 든 소년론'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미모의 중국 여성과 치정 스캔들을 일으킨 중국 영사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가 스캔들 때문에 추락한) 이 남성들은 기본적으로 '계(戒)', 즉 규범의 세계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들입니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고, 늘 칭찬받았으며, 규범을 어긴 일이란 기껏 과속딱지 몇 번 끊은 게 전부입니다. 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 '훌륭한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깊은 내면에서 이들의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제 때 불태우지 못한 '소년'입니다. (86면)
<욕망해도 괜찮아> 역시 역시 <불편해도 괜찮아>처럼 김두식 교수의 전매특허인 영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건축학개론>에 관한 이야기와, 영화 <색계>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인데, 왜 칼럼 제목을 <색계>라고 지었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 출판사에 따르면 책 제목을 <색계>로 하기에는 무리가 많아서 <욕망해도 괜찮아>로 정했다고 한다. 창비 출판사의 관계자는 부제에 나와 있는 '탈선'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남자든 여자든 어른이 될 때까지 말썽을 부려야 한다는 '지랄 총량의 법칙'은 전편에 이어 <욕망해도 괜찮아>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김두식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개념이 아닐까 한다. "욕망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아서 자기를 가로막는 '경계선'이 많으면 그 선을 슬쩍 우회할 길을 찾기 마련"(146면)인데, 우리 사회는 욕망이라는 봇물을 손가락으로 막아선 것처럼 위험천만한 형국이라는 메시지가 읽힌다. 개인적으로는 김두식 교수가 다음 번에 <지랄총량의 법칙>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교보 북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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