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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들인 디도스 특검, 윗선 없이 빈손 마무리

김효재 전 청와대수석 등 불구속 기소... 검·경 수사에서 진전 없어

등록|2012.06.21 10:29 수정|2012.06.21 15:30

50페이지 발표문 낭독하다 지쳐버린 '디도스 특검'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발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한 '디도스 특검' 박태석 특별검사가 21일 오전 역삼동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결과 발표문 50페이지를 첨부터 끝까지 모두 낭독하며 땀을 흥건히 흘리고 있다. 1시간여에 걸쳐 발표문을 낭독하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였던 박태석 검사가 잠시 쉬었다가 일문일답을 받겠다고 하며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 권우성



[기사 보강 : 21일 오후 3시 15분]

디도스 특검, '윗선' 없이 '빈손'으로 마무리

지난해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발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 중인 박태석 특별검사가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김 전 수석을 비롯해 정무수석실 김아무개 행정관과 김아무개 수행비서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됐다. 이밖에 김아무개 LG유플러스 차장, 고아무개 중선관위 직원이 각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됐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서울 역삼동 특검 사무실에서 지난 3월 26일부터 3개월에 걸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이 수사기밀을 누설한 혐의 등으로 김 전 수석 등 5명을 기소했으나 수사의 쟁점 사안이었던 최구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 의혹과 선관위 내부 개입 의혹 등을 모두 '무혐의 내사종결'하는 데 그쳐 부실 수사 논란과 특검 무용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경찰은 최구식 전 의원의 전 비서 공아무개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공씨가 박희태 전 국회의장 비서 김아무개씨가 공모해 공씨의 고향후배인 IT업자 강아무개씨에게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다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한 바 있다.

친분 관계로 수사내용 누설... "제3자 및 윗선 등 배후세력 없다"

▲ '디도스 특검' 수사발표를 좁은 사무실에서 진행하면서 회견장은 찜통을 방불케 했다. ⓒ 권우성


결과적으로 검찰과 경찰의 기존 수사결과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결과였다. 특검이 유일하게 추가 범죄를 밝혀낸 것은 김 전 수석의 혐의다. 이것도 '청와대 윗선 개입'이 아닌 단순한 친분 관계로 수사내용을 누설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팀은 김 전 수석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수사 축소·은폐 의혹과 검찰 수사과정에서 청와대 관련자의 은폐·조작·개입 의혹도 인정할 증거가 없어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7일 김 전 수석이 조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은 있지만 경찰 수사발표 내용을 사전 조율한 흔적은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다만 김 전 수석이 수사진행 상황을 최구식 의원 측에 알린 게 문제가 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만 기소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1일 최아무개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부터 최구식 전 의원 비서 공씨가 체포됐다는 보고를 받고 "공씨 등 4명이 체포됐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수사상황을 최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

김 전 수석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김씨는 작년 12월1일 수사상황을 최 전 의원 보좌관에게 알려준 혐의이며, 정무수석실 전 수행비서 김씨도 같은 날 국회의장 전 비서에게 수사상황을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태석 특별검사는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던 최구식 의원에게 주요 수사정보를 알려준 김 전 수석의 행위는 장래 수사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수사에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을 발생시킨 것"이라면서도 "제3자 및 윗선 등 배후세력의 금전적 개입 여부를 확인할 만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특별검사는 또 "최 전 의원은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이었으나 나경원 후보 캠프의 홍보기획본부장은 아니었으며,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기지국사용을 분석결과 나 후보 캠프를 방문하거나 통화한 내역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주 지역 의원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고 나 후보 캠프에 관여한 사실이 없는 상황에서 정치생명을 걸고 디도스 범행을 지시할 이유가 없다"며 최 전 의원의 무혐의 이유를 밝혔다.

특검팀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현재 기소된 공씨 등 이외 '윗선'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리고, 온라인 도박으로 돈을 벌려고 한 것이 범행의 동기로 판단했다.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강씨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반복한 것이다.

디도스 공격 때에도 투표소 검색... "내부 가담 없다"

▲ '디도스 특검' 박태석 특별검사가 디도스 공격 당시 트래픽 상황을 그래프로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또 이번 사태가 디도스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고 선관위 내부에서 투표소 검색 디비와 연동을 끊어서 발생했다는 의혹도 "선관위 직원들이 가담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무혐의 내사종결했다. 특검팀은 디도스 공격이 시행되던 시기에도 아주 적은 수의 투표소 검색이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특검팀 수사결과에 따르면 디도스 공격이 계속됐던 당일 오전 5시 50분부터 7시 10분까지, 2차 공격이 있었던 7시 30분부터 8시20분까지 일부 접속자들은 정상적으로 투표소 조회를 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에는 10분 동안 약 1700여 명이 투표소 조회를 하는데 공격 시간 중에는 10분에 평균 10명 정도만 투표소 조회가 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밖에 특검팀은 중앙선관위 직원 고씨를 디도스 공격 대응지침을 지키지 않고 배치되는 조치를 취해 선관위 홈페이지의 접속 장애가 심화하게 한 혐의로 기소했다. 또 LG유플러스 직원 김씨는 선관위 직원들을 속여 허위자료를 제출해 선관위의 디도스 공격 원인 분석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국회의장 전 비서 김씨가 강씨에게 9000만 원을 투자해 도박장을 개장한 혐의, 강씨 등의 대포계좌 개설 혐의, 강씨 등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정무수석실 전 행정관 김씨의 대통령기록물 무단 유출 혐의 등을 추가로 적발했으며, 이중 대부분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인계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그동안 총 348명을 조사하고 중앙선관위 등에 대해 15차례 압수수색을 벌였고 계좌추적영장 22회, 통신조회영장 15회 발급받아 수사를 벌여왔다. 특검팀 운영에는 100여 명의 인력과 20억 원 가량의 예산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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